생활용품
'친환경·무독성'이라더니…일부 실내용 페인트에서 '새집증후군' 유발 물질 검출
기사입력| 2018-07-23 14:54:34
최근 소비자가 직접 주거공간을 꾸미는 셀프 인테리어 열풍이 일면서 '친환경', '무독성' 등을 강조하는 다양한 실내용 페인트가 판매되고 있으나, 일부 제품에서 새집증후군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화학물질이 검출되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실내용 페인트 20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 및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이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20개 중 19개(95.0%) 제품에서 유럽연합의 '화학물질의 분류·표시·포장에 관한 규정'(CLP 규정)을 초과하는 이소치아졸리논계 화학물질이 발견됐다.
페인트의 부패 방지를 위한 보존제로 사용되는 이소치아졸리논계 화학물질은 CMIT/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메틸이소치아졸리논), BIT(벤즈아이소티아졸린), OIT(옥타이리소씨아콜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물질은 피부 자극,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2개 제품에서 CMIT/MIT 혼합물이 각각 37.5㎎/㎏, 44.8㎎/㎏, 18개 제품에서 BIT가 최소 57.7㎎/㎏∼최대 359.7㎎/㎏, 2개 제품에서 OIT가 각각 244.3㎎/㎏, 380.7㎎/㎏ 수준으로 검출됐다.
그러나 피부 과민반응 물질명이나 주의 문구를 표시한 제품은 유럽에서 수입된 1개 제품에 불과했다. 국내에는 피부 과민반응 물질 표시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해당 물질이 페인트에 일정 농도 이상 함유돼 있으면 제품 포장에 '물질명'과 '알레르기 반응 주의' 문구를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개 제품을 대상으로 용도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함량을 조사한 결과, 전 제품이 함량 기준(35g/ℓ 이하)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페인트 VOCs 규정(30g/ℓ 이하)을 적용했을 때에는 9개 제품이 함량 기준을 초과했다. VOCs는 페인트 화학물질에서 발생하는데 호흡기 자극, 피부 자극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제품의 표시나 광고에서도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인트의 경우 용도 분류, VOCs 함유 기준 및 함유량, 제조 또는 수입 일자 등을 용기에 표시해야 하지만 조사 대상 20개 중 13개(65.0%) 제품은 표시사항을 전부 또는 일부 누락하고 있었다. 또한, 조사 대상 20개 중 17개(85.0%)는 VOCs가 함유돼 있는데도 '제로(ZERO) VOC'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유해 화학물질 함유에도 '인체 무해', '무독성'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부에 실내용 페인트의 VOCs 함량기준 강화, 이소치아졸리논계 혼합물 및 화합물 등 유해 화학물질 관련 표시기준 마련, 표시·광고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