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원테이블'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직장인들의 식사 문화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소위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으로 외식 소비는 줄어든 반면, 식재료·가정 간편식 소비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맞춰 식품·외식업계도 고용 확대나 작업 공정 간소화 등을 통해 노동 효율성을 높이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G마켓은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외식 쿠폰과 주요 신선식품 판매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본 결과, 외식보다 집밥을 선호하게 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우선 외식업체에서 이용할 수 있는 'E 쿠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나 줄었다. 반면, 쌀·현미·김치·소고기 등 '집밥'을 해먹는 데 필요한 식재료들은 최대 세 자리대 성장세를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쌀(백미)은 24%, 현미는 72%, 김치는 36%, 수입 소고기는 88%, 한우는 27%, 국내산 돼지고기는 59%, 나물은 47% 각각 매출이 늘어났다. 특히 국물을 우려내는 데 필요한 다시팩은 무려 192%, 떡갈비는 236%나 늘어나 이목을 끌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신선식품 외에도 조미료 등 가공식품 판매량에서도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식용유·참기름은 27%, 조미료·양념은 35%, 소스는 33%, 고추장·된장 등 장류는 60%, 국수·면은 31%가 각각 증가했다. 불고기와 갈비 양념 제품도 53%나 늘어났다.
특히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식품시장을 강타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제품군도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11월 백화점 식품관용으로 내놓은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원테이블'(1 Table)은 소불고기 2인분이 1만7200원, 양볶음밥이 1만원에 팔리는 등 다른 일반적인 가정간편식보다 5∼20% 비싼데도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원테이블은 출시 4개월 만에 20만 세트가 팔린 데 이어 이달 6일을 기준으로 이미 판매 목표를 30%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연말까지 신제품 50여 개를 더 출시하고, 5년 내 상품 가짓수를 300여 개로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판매 채널도 현재 백화점 15개 점포에서 아웃렛 점포와 온라인몰·홈쇼핑 등으로 넓힐 계획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각 기업체 단체급식 식당의 점심 수요가 이전보다 늘어났다는 점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현대그린푸드가 이달 1∼6일 기업체 단체급식 식자재 발주량을 점검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점심용은 7% 늘어난 반면 저녁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영향으로 이동 동선이 짧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구내식당 이용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저녁 식사용 식자재 발주량은 큰 변화가 없지만, 앞으로의 추이를 면밀하게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품·외식기업들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맞아 저마다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과거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에 포함돼 1년의 유예를 받아 당장 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지는 않지만, 대비 차원에서 노동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실험 중이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는 전국 직영 점포 30곳에서 탄산음료 디스펜서(음료를 받는 기계)를 주방 밖에 내어놓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또 한 주방 자동화에 초점을 맞추고 시설 부문에서 작업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우유 생산이 평일과 주말을 가릴 수 없는 특성상,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최근 들어 생산 라인에 근무할 직원 50명을 충원했다. 서울우유는 기존 2교대 근무 방식을 변형해 근로 시간을 줄이고 휴식 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방침이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