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BBQ 회장 '갑질 경영' 구설
기사입력| 2018-06-20 08:23:10
최근 대기업 오너일가들의 '갑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이하 BBQ)가 오너인 윤홍근 회장에게 임직원들의 충성을 강요해 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윤 BBQ 회장은 회사의 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일일보고 형태의 '충성보고 문자'를 받아왔다. 오너에 대한 임직원들의 충성 강요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경영'의 대표적인 형태로 분류된다.
뿐만 아니라 BBQ는 내부행사에서 윤 회장이 입장과 퇴장할 때 행진곡을 트는가하면 임직원이 기립박수를 하도록 했다.
더욱이 BBQ는 최근 1년 사이 윤 회장의 주요 동선에 스마트폰 등을 적발하는 금속탐지기를 설치, 직원들의 '입단속'에도 신경을 쓰고 있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충성보고 양식 인사전략팀 작성
19일 BBQ의 일일보고체계 내부문건에 따르면 충성보고는 '존경하는 회장님'을 시작으로 업무보고 내용과 함께 마지막에는 '충성을 다해 근무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담아야 한다. 충성보고 양식은 BBQ 인사전략팀에서 보고 양식과 시간 등을 작성해 보고대상자들에게 전달됐다. 윤 회장에 대한 임직원의 충성보고가 회사 차원에서 진행된 셈이다.
윤 회장에게 보고를 해야 할 대상은 임직원 40~50여명이다. BBQ 퇴직자 A씨는 "일일보고문자에서 윤 회장에 대한 충성문구를 빠뜨려선 안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퇴직자는 B씨는 "건배사는 '회장님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로 시작하고 마무리는 '몸과 마음과, 충성을 다하여'로 한다"며 "임직원들이 윤 회장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연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윤 회장이 해외 출장을 떠날 때면 윤 회장의 현지 일정 마무리 시간에 맞춰 전화로 일일보고를 하기 위해 새벽까지 임원들이 회의실에서 대기하며 모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차에 따라 전화 통화로 이뤄지는 보고 시간이 새벽에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고, 보고 과정에서 찾는 임원이 없을 경우 불호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충성을 강요하는 갑질 리더십의 결과인 셈이다.
이에 대해 BBQ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BBQ 관계자는 "문자보고는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무보고이며, 지정된 양식은 별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윤 회장은) 최고 경영자답게 직접 경영 전반을 살피며 임직원들에게 일일보고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임직원이 충성보고 형태의 문자를 보냈을 수는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양식을 지정하는 등의 일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BBQ의 기업문화 중심에 '충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충성의 기업문화는 '갑질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었다. 2000년도 초반 일본 장수 기업과 글로벌 유수의 1등 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회사를 가정으로 인식해 충성을 다하는 조직문화가 성공DNA로 불렸던 점에 주목해 충성을 강조해왔다. 회사에 대한 충성을 바탕으로 1등 기업이 되자는 취지였다.
1995년 설립된 BBQ는 이같은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세계 최단 기간인 창립 4년 만에 전국 1000개 매장을 오픈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치킨업계 1위' 타이틀을 얻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설립 이후 2013년까지 BBQ는 매출 1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BBQ의 충성 기업문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사가 아닌 윤 회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BBQ 내에서 윤 회장은 일단 '제왕'적인 존재로 통한다. 윤 회장의 권력은 지분율에서 나온다. 윤 회장 일가는 BBQ의 지주회사인 제너시스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고, 윤 회장은 BBQ의 지분도 15.12% 갖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창립자인 동시에 경영 일선에서 왕성하게 움직이는 만큼 'BBQ는 곧 윤 회장'이라는 식이다. 충성보고 외에도 사례는 많다. 일례로 BBQ의 내부 행사에서 윤 회장이 입장과 퇴장 시 행진곡이 흘러나온다. 회의에 참석한 임직원들은 윤 회장이 퇴장할 때까지 기립해 박수를 쳐야 한다.
특히 윤 회장이 자주 방문하는 치킨대학의 충성관으로 가는 길에는 빨간 카펫이 깔려있다. 퇴직자 B씨는 "처음에는 빨간 카펫이 없었지만 이후 윗선의 지시로 빨간 카펫을 깔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충성관에서는 매달 한 번씩 윤 회장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갖고 있다. B씨는 "충성관이란 이름의 회의실과 빨간 카펫, 입장시 직원의 기립박수 등에서 윤 회장의 회사내 제왕적 이미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BBQ는 최근 윤 회장의 본사 집무실을 비롯해 대회의실 등 주요 활동 동선 구역에 공항에서 사용되는 형태의 금속탐지기를 설치했다. 이는 스마트폰이나 소형 녹음기 등을 탐지하기 위한 것이다. BBQ측은 이와 관련해 "사내에 설치되어 있는 금속탐지기는 어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업무상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부터 대기업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이 상당수 녹취나 동영상을 통해 불거진 것을 반영한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직 퇴사자들의 말이다. 실제 정보 보안에 민감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회의실 앞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충성 강요 부작용으로 경영 지표 '빨간불'…퇴사율 75.4% 달해
오너 일가에 대한 '갑질'에 가까운 충성 강요는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공포와 지배, 처벌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특성 탓이다. 수평보다는 수직적인 관계가 바탕이 되는 만큼 초기 기업 성장에는 빠른 업무 처리 등이 가능해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기업의 혁신을 더디게 하고, 직원들의 자존감을 낮춰 사기 저하로 이어지기 쉽다. 최근 BBQ의 각종 지표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BBQ는 지난해 치킨업계 순위(매출액 기준)는 3위에 그쳤다. 2014년 교촌치킨에 1위를 내준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퇴사율은 동종업계를 비롯해 업력과 규모가 비슷한 프랜차이즈 업체에 비해서 상당히 높다. 나이스기업정보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BBQ의 퇴사율(1년간 퇴사한 인원을 현재 재직인원으로 나눈 비율)은 75.4%다. 동종업계인 BHC(23.4%), 교촌F&B(15.4%) 대비 각각 52%포인트, 60%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무엇보다 업력과 기업 규모가 비슷한 김가네와 원앤원 등 프랜차이즈업체의 퇴사율보다 높다. 퇴사율 지표만 놓고 본다면 프랜차이즈사업을 시작한지 5~6년 정도 된 회사와 비슷하다는 게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치킨업계 등 프랜차이즈업계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 등 전반에 걸쳐 임직원 책임경영 확대와 자율경영 강화, 임직원 자율성 강화를 통해 '혁신'을 강조하며 매출 상승을 꾀하고 있는 게 최근 트렌드"라며 "최근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능동적으로 대체하기 위해선 경직된 조직보다는 유연한 조직을 운영할 때 더욱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