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 아파트 시장 '양극화'…"억대 차익" 과열 vs "더 내릴것" 냉랭
기사입력| 2018-03-19 07:49:19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시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강남권에서 '로또 아파트'라 불리며 주목받는 단지들에는 예비 청약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반면 서울·수도권의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은 거래 절벽이 심화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정부의 청약시장 규제에도 입지와 상품성을 갖춘 곳에 청약수요가 몰리는 쏠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청약시장 : 1억~2억원 차익 노린 기대감에 과열
올해 분양시장의 '최대어'이자 '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모델하우스가 지난 16일 문을 열었다. 이날 모델하우스 인근에는 새벽 6시부터 수 백명의 대기 줄이 형성됐고 일대는 극심한 교통난을 겪었다. 현대건설측은 "모델하우스 오픈일과 다음날인 이틀통안 2만7000여명이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모델하우스 내부에는 '위장전입 직권조사를 실시한다'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청약에서 가점을 많이 받으려고 위장전입을 하는 당첨자를 가려내기 위해 당첨자 가족의 실거주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개관 첫날부터 오전에만 수천 명의 방문객이 몰린 것은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4160만원(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보증 승인 기준)으로 책정돼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있어서다.
그러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지원이 되지 않아 '현금 부자'들만의 잔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시행중인 분양가 제한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의 최고 평균 분양가 또는 매매가의 110%를 초과하지 않도록 상한선을 두고 있다. 문제는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면서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고 청약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의 권일 리서치팀장은 "사실 강남권 분양시장의 경우 높은 분양가와 더불어 HUG의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지원이 되지 않아 십수억원에 달하는 분양대금을 자체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자금력을 갖추지 않고는 분양 받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곳 뿐만아니라 과천 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과천 위버필드' 견본주택에도 예비 청약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SK건설과 롯데건설이 분양하는 이 곳 역시 주말 이틀간 2만6000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2128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과천 위버필드의 분양가는 전체 평형 평균 3.3㎡당 2955만원이며 514가구가 일반분양된다.
▶기존시장 : 1억~2억원 싸게 나와도 매수세 실종
반면 서울·수도권의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은 집값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관망세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4월 초 관리처분인가 승인이 날 예정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는 매수세가 실종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재건축 아파트는 관리처분인가 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해야 양도소득세 등 절세가 가능해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게 보통이지만 이 아파트는 최근 장기 보유자의 매물이 나와도 살 사람이 없어 매물이 쌓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용 42㎡의 경우 올해 초 15억4000만~15억5000만원을 호가하던 것이 14억8000만원으로, 약 6000만~7000만원 내렸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사장은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것이 확실한데도 사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최근 호가가 5000만~1억원 이상 내렸지만 거래 움직임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12㎡의 경우 올해 초 19억원까지 팔리던 것이 현재 18억~18억5000만원으로 떨어졌고, 최고 20억1000만원까지 팔렸던 119㎡는 현재 19억2000만~19억6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최근 다주택자들이 시세보다 1억~1억5000만원가량 싸게 내놓은 급매물만 일부 팔렸을 뿐 정상 매물은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비강남권 아파트들도 전반적으로 거래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안전진단 강화 조치의 직격탄을 맞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3단지와 11, 12단지 등지에도 2000만~3000만원가량 내린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매수 문의는 거의 없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13억~13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오지만 거래는 찾기 힘들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판단한 매수자들이 관망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게다가 강남 주택 거래가 위축된 영향인지 비강남권의 거래 역시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돈이 될만한 아파트의 청약과 기존 주택시장간 거래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114 이미윤 책임연구원은 "매도 호가 상승에 따른 가격 피로감 등으로 매수세가 줄어들고 있다. 오는 26일부터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도입이 시범 적용되면 소득 수준이 낮은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부담이 커져 매수 동력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전셋값 하락세가 지속되면 전세 끼고 매입하려는 묻지마 갭투자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시행되는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적용을 피하기 위한 막바지 물량과 거치기간 종료 후 대출 원금 상환이 도래한 매도자들의 처분 매물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 급매물이 거의 다 소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한동안 거래 공백은 지속될 것"이라며 "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관리로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새 아파트 청약에는 청약자들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