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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우리동네 상권]핫스팟-핫플레이스 <27> 사교육 열풍으로 '강남 1위 상권'에 오른 대치동 일대
기사입력| 2018-03-14 08:03:26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상권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의 자율형사립고등학교·외국어고등학교·국제고등학교 등의 학생 '우선 선발권' 폐지 결정이 발표되면서 일반계 명문고가 몰려있는 대치동에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대치동은 사교육의 중심지라 주중, 주말 구분 없이 학생들이 꾸준히 몰려들고 있다. 여기에 주변에 신축 아파트들까지 속속 들어서면서 배후 수요 역시 증가하며 대치동 상권은 말 그대로 '핫'하다.
더욱이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며 명동, 신사동 등 대부분의 광역 상권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대치동 상권의 쾌속 질주는 예비 소상인들의 이목을 더욱 강력하게 끌어당기고 있다.
하지만 대치동은 이미 강남 최고의 상권으로 떠오른 만큼 보증금과 임대료가 높아 예비 소상인들로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창업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명문고·사교육·고소득 거주자, 대치동을 최고 상권으로 만든 3대 요인
학원가를 중심으로 대치동에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는 과외가 전면적으로 허용된 1990년 후반~2000년대 초반이다. 지리적으로는 크게 대치역 사거리 일대와 은마아파트입구사거리 방면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대치역에서 도곡역 방면과 은마아파트입구사거리에서 한티역 방면은 대치동 학원가의 핵심 상권으로 불린다. 대로변 곳곳마다 학원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이다. 특히 밤 10시가 되면 수업을 마친 학생들로 인도가 북적이고, 갓길은 정차하는 학부모가 많아 도로 통행량이 많아지는 '불야성'을 이룬다.
대치동은 유동인구가 유입되기에도 최상의 교통 조건을 갖고 있다. 지하철 2호선, 3호선, 분당선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하고 영동대로, 테헤란로, 언주로, 남부순환로 등 도로교통망 역시 좋다.
최근 대치동 상권이 얼마나 '핫'한 지는 임대료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대치동 상권 상가의 3.3㎡ 당 평균 월세는 지난해 9월 기준 18만원 선이다. 이는 강남에서 잘나간다는 선릉역 상권(14만4500원)이나 압구정 상권(13만7500원), 신사동 상권(13만800원)의 월세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지난 3년간 평균 월세 1위를 지킨 압구정동, 신사동 상권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대치동 상권에 정상을 내주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대치동에 위치한 밝은미래공인중개사사무소의 송태준 대표는 "최근 대치동 상권이 잘나간다는 것은 이곳의 임대료가 선릉역, 신사동, 압구정동 등 다른 강남권 상권들과 달리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치동이 '강남 1위 상권'이 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강남 8학군에 대한 높은 관심, 대형 학원이 아닌 중소학원 위주의 사교육 그리고 고소득 거주자 등을 꼽을 수 있다. 대치동 인근에는 휘문고, 단대부고, 진선여고, 경기여고, 중동고 등 소위 명문고로 불리는 학교가 많다. 이를 범대치동권으로까지 확장해 개포고, 경기고, 중대부고, 숙명여고, 진선여고, 은광여고까지 합하면 무려 11개가 이곳에 몰려 있다. 이는 압구정학군에 3개, 반포학군에 7개인 것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숫자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학원가와 같은 교육 자원이 대치동에 몰릴 수밖에 없다.
학원 또한 대형 입시학원 위주가 아니라 과목별로 전문적인 중소학원 밀집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이는 소수의 인원을 특별하게 교육하는 전문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중소학원들이 몰리다보니 중심 대로변 뿐만 아니라 이면도로에 위치한 상가들까지도 학원들이 점령해 골목 구석구석까지 늘 학생으로 북적인다.
이밖에 대치동은 대림e 편한세상, 아이파크, 렉슬, 은마아파트 등 약 1만 세대가 거주하고 있어 강남에서도 가장 많은 아파트 밀집 지역이다. 여기에 교육열이 높은 고소득 전문직 거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보니 학원가 주변 상권도 그에 걸맞게 고급화, 고액화되어 있다.
▶대치동에서 창업하려면 주소비층의 눈높이에 맞춰야
대치동 상권의 장밋빛 미래는 유통 대기업까지 이곳에 깃발을 꽂은 것을 보면 더욱 확실히 짐작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세계 그룹 부동산개발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대치동 599번지에 있는 지하 2층~지상 7층, 연면적 5097㎡ 건물을 사들였다. 매입금액은 약 570억원. 신세계 그룹은 이 빌딩에 노브랜드 전문점과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드럭스토어 부츠 등을 집어넣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명 맛집 유치 역시 추진 중이다.
이처럼 유통 대기업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는 대치동 일대의 상권은 여러 특징을 안고 있다. 우선 전통적으로 고정 수익을 올리기 좋은 상권으로 꼽힌다. 요일별 기복이 없고 특히 주말 매출이 더 많이 나온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는 주변에 아파트가 밀집해 배후수요가 풍부하고 소비성향도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5년 1월에 입주한 래미안대치팰리스, 지난해 6월 완공된 대치 SK뷰 등 재건축을 마친 새 아파트까지 곳곳에 들어오면서 배후 수요는 더 늘었다. 또 학원가를 고리로 학생 교직원 학부모를 겨냥한 문구점, 커피전문점, 제과점, 편의점, 서점 등 연관업종의 수요도 풍부하게 형성되는 추세다.
둘째로는 학원가와 주택가로 이뤄진 분위기이지만 대중교통과 도로교통 이용이 원활해 주말에도 유동인구가 풍부하고 '7일 상권'을 형성하는 드문 상권이다. 직장인 수요 없이 배후수요만으로 이 정도 규모의 상권을 유지하는 곳은 서울에서도 드물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중론이다.
시간별로 상권 이용 계층이 바뀌는 것도 특징이다. 평일 낮, 저녁 시간대에는 주로 학원수업 시작 전 간단하게 요기를 때우려는 학생들, 밤 시간에는 강의를 마친 학원 교사들이 주로 찾는다. 주말에는 인근 지역 주민들이 가족 단위로 많이 찾고 있다.
이 같은 특징을 갖고 있는 대치동 상권은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점포 문을 닫는 경우는 드물다. 송태준 대표는 "대치동 일대는 상대적으로 월세가 높지만 고정 수익을 올리기 좋아 월세를 못내 장사를 그만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임차주기 역시 3~4년으로 긴 편이다"며 "요즘은 대치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하루에도 10통 이상의 임대 문의 관련 전화가 오고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대치동 상권이 주목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창업을 하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은퇴 후 식당, 카페 등 요식업을 하려는 예비 소상인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임대료가 비싸고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가게가 많아 기존 가게와 다른 차별화된 점이 없다면 창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창업 전문가인 창업통의 김상훈 소장은 "창업시 저렴한 지역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잠재상권을 결정하는 경우도 좋지만 충분한 자본을 갖추고 있다면 이미 자리 잡고 있는 대형 상권에 안정적으로 창업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대치동 상권은 매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치동 거주자는 경제력을 갖춘 연령이 대부분으로 학원가 근처에서 자녀의 귀가를 기다리며 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기에 해당 소비층을 겨냥해 학원가 인근 여유로운 소비를 즐길 수 있는 업종이 경쟁력 있다"며 "또 학원가는 학생들이 간단하게 끼니를 채울 수 있는 회전율 높은 푸드 업종도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인근 아파트 거주자들을 배후로 배달업종, 분식점, 세탁소, 마트 등 생활밀착형 업종을 고려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재구매가 유지되는 업종을 찾고, 기존 정착하고 있는 업종과 차별화를 둔다면 안정적인 창업이 가능하다. 한방부동산의 상가 전문 김호섭 부장은 "대치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소득수준이 높은 거주자들이 많아 부촌의 이미지가 강하다"며 "이들은 건강을 중시하는 만큼 건강을 생각한 질 높은 웰빙 관련 음식점을 창업 한다면 여기서도 높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