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은 SNS를 타고~'.
서울 마포구 망원동은 과거 상습 침수지대로 알려져 있었다. 장마철이면 홍수가 나 물에 잠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보니 개발도 부진했고 유동인구도 많지 않아 상권이 그다지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침수방지시설이 건설되면서 이러한 오명에서 벗어났다. 더욱이 홍대앞과 합정역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근처의 망원동도 덩달아 유동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특히 망원동 포은로 일대는 나지막한 주택가 주변에 하나 둘씩 생겨난 특색 있는 카페와 식당들이 2030 젊은이들의 인스타그램 등에 담겨 퍼져나가면서 '망리단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이 골목은 망원시장 인근으로 유동인구가 적지 않은 곳이었지만, 3~4년 전부터는 젊은 20~30대가 부쩍 늘어났다. 획일화된 대형 상권보다 개성 있는 장소를 찾는 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것.
그러나 단기간에 상권의 성격이 달라지고 유동인구가 늘면서 임대료가 껑충 뛰는 바람에, 홍대 쪽에서 옮겨온 공방이나 카페 등이 또다시 이전을 고려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SNS 통해 성장한 '인스타 상권'
불과 2~3년 새 '망리단길'로 널리 알려진 망원동 상권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입소문으로 성장한 곳이다. 특히 SNS를 통해 독특한 분위기의 맛집들이 알려지면서 '인스타 상권'으로 불린다.
망원역 초인접이 아닌 망원시장으로 연결되는 이면의 포은로가 망원동 상권의 중심으로, 주택가에 자리 잡은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과 비슷한 분위기 때문에 '망리단길'(망원동+경리단길)로 불리며 핫플레이스로 꼽히고 있다. 이곳은 서울의 대표적 재래시장 중 한 곳인 망원시장을 비롯 인근 한강공원과의 연계도 가능한데다 식음료 뿐 아니라 가구·가죽공방 등 작업실이 많아 보는 재미도 쏠쏠한 '걷고 싶은 길'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은 오래된 거리의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홍대·합정동·상수동 등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옮겨온 오너셰프들의 식당과 인디밴드 등 아티스트들의 작업장·주거지로 '유니크한 컬러'가 덧입혀지고 있다. 실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장미여관 육중완이 이 일대에서 지내는 모습이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망원동은 당초 매머드급인 홍대 상권의 확장된 개념으로 접근했지만, 최근에는 독자적 신흥상권으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상권의 독특한 색깔을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상권이 활성화되고 유동인구가 늘면서 단독주택을 구입해 1층을 상가로 개조하는 리모델링도 활발하다. 망원역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매매가도 껑충 올라 입소문이 나기 전인 지난 2014년 평당 2000만원 선이었던 꼬마빌딩이 지난해 말 2.5배 가까이 오른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면서 "단독주택이나 소형 빌라 등을 찾는 투자자도 적지 않아, 매수 대기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망원동의 경우 골목 상권의 특성상 대형매장보다는 소규모 점포가 적합하다"면서 "시장이나 공방 등 주변 볼거리도 많아, 길에서도 구경하면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식음료 매장을 권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망리단길의 경우 SNS와 블로그에 입소문이 나도록 홍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간 급상승 임대료, 상권 확대 걸림돌
이처럼 각광받고 있는 망원동 상권이지만, 상권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로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은 단기간 급상승한 임대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망원동 상권의 임대료는 15.1% 상승해 종각(38.4%)과 이화여대(19.5%)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3.3㎡당 평균 월세는 11만5000원으로, 13만원선인 합정역 상권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4~5년 전엔 미미했던 권리금도 A급 상권의 경우 수천만원대를 호가한다는 것이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의 말이다.
선종필 대표는 "이미 확립된 상권 속으로 들어가는 자본형 프랜차이즈와 달리, 망원동과 같은 신흥상권의 독립적 자영업자들의 경우 임대료가 급상승하게 되면 어려움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망원동 상권 변화의 이면에는 원주민들의 엇갈린 희비도 존재한다. 개발을 반기는 주민들도 많지만, 꺼리는 주민도 적지 않다. 조용하던 주택가에 외지인들이 많아지자, 근린 상가의 주요 업종인 세탁소·학원·사진관 등이 사라지고 카페·식당 등이 늘어나면서 불편을 겪게 됐다는 것. 또한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주민들이 지도 등에서 '망리단길'이라는 단어를 빼달라는 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움직임은 원주민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 못해 외곽으로 이전하는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수십년간 장사를 해온 토박이 상인들이 짐을 싸고, 실제 홍대 쪽에서 높은 임대료를 감당 못해 옮겨온 가게들조차 1~2년새 두 배 가까이 오른 임대료 때문에 3~4년 만에 다시 이전을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처럼 2030 젊은 층에 의해 '뜬' 상권일수록 유행에 민감해,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와 상권의 특색이 사라지면 관심도 사라지게 된다"면서, "단기간 급상승한 지역일수록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고 조언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