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아이템이 공존하는 복합상권인 천호역 일대 상권이 최근 개발 붐과 함께 거대 광역 상권으로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사진은 천호역 메인 상권인 천호동 로데오거리 .
'집창촌을 떠올리게 하던' 서울 천호동은 1990년 중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활발하게 개발이 이뤄지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다만, 그 뒤 성장 정체를 보이면서 다소 잊힌 상권이 됐다.
그런 천호동이 수년전부터 재정비 사업으로 용트림을 하고 있다. 특히 강동구의 대표상권이자 매출액 전국 상위권인 천호역 일대는 '거대 광역 상권'으로의 제2 도약을 앞두고 있다.
강남과 경기 동남부의 '접점'에 위치한 천호역 상권은 일일 유동인구가 12만명이 넘어 소비력이 왕성한 곳으로 1인당 월평균 매출 전국 2위, 전체 매출액 기준으로는 전국 7위 규모다.
▶하루 12만7천여명 오가는 더블 역세권
지하철 5호선과 8호선의 더블역세권인 천호역은 강동구 교통의 중심이자 수도권 동부 지역의 교통 거점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작년 7월 기준 상권내 일일 유동인구는 12만7000여명이며 일일 승하차 인원은 8만6000여명에 달한다.
또한 천호역 일대 상가 업소 수는 2744개이며, 이 가운데 음식업이 1051개, 서비스업이 497개, 도·소매업이 1196개 등으로 집계됐다. 공단이 분석한 작년 4월 기준 천호역 상권 음식 업종별 월평균 매출을 보면 닭·오리요리 5498만원, 양식 4543만원, 일식·수산물 4356만원, 유흥주점 3628만원, 커피점·카페 3328만원, 중식 2658만원, 패스트푸드 2637만원, 한식 2490만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상권분석 서비스인 '지오비전'이 2016년 11월~작년 10월까지 1년간 전국 20개 상권을 분석한 결과, 천호역 상권은 2조5415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국 7위를 기록했다. 1~3위 상권은 서울 광화문역(5조8355억원), 삼성역(5조3699억원), 선릉역(4조7870억원) 등이었다.
또한 천호역은 1인당 월평균 매출(소비) 항목에서 320만원으로 광화문역(390만원)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1인당 월평균 매출은 상권 내 월 매출을 월 유동인구 수로 나눈 것이다. 이는 천호역 주변 속칭 '먹자골목'이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 유동인구까지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호역 인근 상권은 젊은층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유동인구도 상당하다. 큰 규모의 점포들이 주를 이루는 분위기가 건대 상권과 비슷하지만 20~30대의 모습이 대부분인 건대에 비해 천호역 일대는 20대부터 중년층까지 분포돼 있다.
▶거리·골목마다 다양한 아이템 공존하는 '복합상권'
천호역 일대는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상권이 모여 있는 복합상권이다. 1990년대 중반 현대백화점과 이마트가 들어선 천호역 대로변은 높은 임대료가 형성돼 있고 은행, 의류매장 등이 주로 자리잡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천호역 5번 출구 앞의 이마트 인근 대로변 A급 점포 시세는 전용면적 66㎡ 1층 기준 보증금이 1억5000만~2억원 가량이고 월세는 800만~1000만원대, 권리금이 2억5000만~3억원 수준으로 높게 형성돼 있다.
천호역 메인 상권인 로데오거리는 2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잡화 매장과 저렴한 금액대의 음식점들이 성업 중이다. 1층은 잡화, 의류, 화장품, 테이크아웃 전문 가게가 포진돼있고 2층 이상은 퓨전주점, 카페, 노래방, 고깃집 등이 위치해 있다. 천호역 A급 상권에 속하는 로데오거리 1층 점포 시세는 전용면적 33㎡ 기준 보증금이 4000만~5000만원, 월세는 400만~500만원 수준이며 권리금은 1억5000만~2억원 가량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데오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천호시장사거리 일대는 먹자골목의 분위기로, 유동인구 대부분이 중년층과 주부들이다.
천호시장 일대는 재개발로 인해 오는 8월부터 새롭게 탈바꿈하게 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재개발 조합과 함께 공동 사업시행자로 나서며 강동구 천호동 일대 3만8508㎡에 아파트 999가구, 오피스텔 264실, 부대 복리시설, 판매·업무시설 등을 신축하는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해 천호역 상권의 약점이던 성매매 집결지, 이른바 '텍사스골목'도 사라질 전망이다.
아울러 로데오거리 반대편 이면도로에는 주꾸미골목이 있다. 이 골목은 지역주민을 비롯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방문객 등 유입인구가 다양하다. 퇴근시간부터 자정까지 유동인구가 가장 많고 점심시간에는 매출이 적어 늦은 오후에 오픈하는 가게가 대부분이다.
천호역 상권 중 B급 지역 상권으로 분류되는 주꾸미골목 평균 시세는 1층 33~40㎡ 점포기준 보증금 3000만~4000만원선, 월세 180만~200만원, 권리금 8000만~9000만 원선이며, 골목안쪽 점포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증금 2000만~3000만원, 월세 120만~150만원, 권리금 3000만~4000만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
이밖에 천호역 1번 출구 인근 조성돼 있는 문구완구거리는 천호동을 대표하는 상권은 아니지만 관련 사업자들과 키덜트족들이 주로 찾고 있지만 유동인구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상권 찾은 연령대·기호 등 다양…"특정 계층 타깃 필요"
이처럼 천호역 상권내에는 거리·골목 등 세부 지역에 따라 집중되는 아이템이 차이를 보인다. 이는 그만큼 상권을 찾는 연령대, 기호, 취향이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창업전략과 함께 입점 예정지에 대한 정확하고 면밀한 분석, 상권 내 유동인구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가지고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천호역 상권의 경우 주택가, 오피스, 번화가 상권의 모든 면모를 갖추고 있으며, 각 입지마다의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상권 내 유동인구 여러 계층 중 하나를 타깃으로 정하고 이에 맞춘 특화전략을 통해 집중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만약 모든 계층, 모든 인구를 포괄하려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천호역 일대는 개발 이슈로 인해 상가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천호역 일대 상가의 평균 임대료는 2016년 4분기 ㎡당 2만원에서 1년 만인 지난해 4분기 2만8000원을 기록, 40% 상승했다. 이는 최근 4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재종 21세기공인중개 대표는 "앞으로 재개발되는 천호 1구역은 천호시장, 동서울시장 등 전통시장이 몰려있는 곳으로 강남권 이동이 편리하고 잠실이 가까워 잠재가치가 높다"며 "로데오거리 인근도 코오롱상가와 현대프라자가 같이 개발을 앞두고 있어 주민들 생활환경도 새롭게 변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