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조성중인 호반건설 신사옥
'새우' 호반건설이 결국 '고래' 대우건설을 삼켰다.
건설업계 시공 순위 13위(2017년 시공능력평가 기준)인 호반건설이 3위의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
이에따라 건설업계의 판도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건설 지분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에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무난하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호반건설은 전체 매각 대상인 대우건설 지분 50.75% 중 40%만 우선 사들이고 나머지 10.75%는 2년 뒤에 인수하는 분할인수 방식으로 인수하게 된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인수 금액이나 조건 등에 있어서 호반건설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산업은행은 당초 26일이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늦추면서까지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되면서 단숨에 '빅3' 대형건설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를두고 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 평하고 있다.
'호반 베르디움'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호반건설의 2016년 기준 매출은 1조2000억원으로 대우건설 매출(10조9857억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호반건설을 비롯한 호반 전체 계열사의 매출을 합해도 총 5조4836억원으로 대우건설의 절반 수준이다.
건설업계는 이번 결정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7년간의 은행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 앞으로 안정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사업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주택사업에 집중하던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강점인 토목·플랜트 분야의 노하우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하거나 해외사업에 진출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주택 전문 중견사에 대우건설이 인수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호반건설의 사업 가운데 주택 부문이 겹치고 있어 과연 합병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신인도가 중요한 해외공사 수주에서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더라도 당장 양사가 합병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상장사이고 호반건설은 비상장사라는 점에서 합병 여부에 대한 이해관계를 따져보고 천천히 결정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산업은행은 2월중 호반건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정밀 실사를 거쳐 최종 매매계약조건을 확정한 뒤 올 여름쯤 매매 계약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한편, 광주·전남 지역 기반인 호반건설은 1989년 직원 5명에 자본금 1억원의 지방 임대주택 사업자로 시작했다.
1990년대 호남지역에 머물던 호반건설은 2000년대 전국구 건설사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이 7조원을 넘긴 호반건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재계 서열 47위로 성장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