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디지털단지에는 에이스하이엔드타워, 대륭포스트타워 등 중소기업이 입주한 지식산업센터들이 몰려 있다. 창업 전문가들은 이 곳 상권에서는 젊은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저렴한 가격에 빠른 식사가 가능한 업종이 경쟁력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의 첫 역명은 구로공단역이었다. 구로공단은 1960년대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돼 섬유·봉재산업이 활성화된 곳으로 근로여건이 열악해 1980년대에는 노동운동이 치열하게 펼쳐진 곳으로 각인돼 있다. 그러던 구로공단이 2000년대에 들어 정부 주도로 정보기술(IT) 산업 단지로 육성되면서 이름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변경됐다. 이곳에 고부가가치산업인 첨단·정보·지식산업을 유치해 9000여개의 IT 기업들이 입주했다. 역명도 자연스럽게 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바뀌었다. 이후 이곳도 많은 변화의 모습을 보였다. 야트막한 공장이 고층 아파트형공장단지로 변신하고,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도 들어섰다.
직장인들로 넘쳐나다보니 원래부터 유동인구가 많은데다 서울 남서쪽 교통의 요지로 버스환승센터와 함께 안양, 광명 등의 수도권도시와 도심을 연결하는 길목 역할을 하고 있어 소비력이 왕성한 곳으로 꼽힌다.
▶단지내 상권 "업무수요 집중…싸고 빠른 메뉴가 유리"
일반적으로 구로디지털단지역 상권은 구로디지털산업단지와 지하철역 인근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구로디지털단지 내에는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과 G-밸리몰, 이마트 등 지역 랜드마크가 자리 잡고 있고 에이스하이엔드타워, 대륭포스트타워, jnk디지털타워, 코오롱싸이언스밸리 등 중소기업이 입주한 지식산업센터들이 몰려 있다. 그만큼 젊은 직장인들의 유동인구가 많고 소비도 요식업 등에 집중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분석에 따르면 구로디지털단지 상권은 역 중심으로 반경 700m 이내 거주인은 3만6000여명, 직장인은 7만7000여명으로 '업무수요 집중' 상권으로 볼 수 있다.
지식산업센터 전문 중개업소인 아파트형공장114 박종업 대표는 "이곳은 2호선 라인으로 서울에서 대표적인 지식산업센터가 몰려있는 곳인데 주말매출은 약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상권이 안정화돼 있어 큰 기복이 없다"며 "일일 지하철 이용객만 약 13만명 가량이고 여기에 버스와 승용차 출퇴근 유동인구 약 2만명을 합하면 총 일일 약 15만명 이상 움직이는 지역이라서 소비력 또한 높다"고 말했다.
창업 전문가들은 구로디지털단지 상권에서는 출근시간대에는 빠르게 이동하면서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업종이 경쟁력 있다고 조언했다. 아침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나 샌드위치, 김밥집과 함께 출근길에 수요가 많은 모닝커피도 함께 판매하는 것이 좋다는 것.
구로디지털단지내 상권은 대부분 점심시간에 북적인다. 회사 근무시간 내에 점심식사를 해결해야 하다 보니 이동이 한정적이고 지식산업센터 특성상 상가비율이 약 10% 내외로 낮아 가깝고 맛있으면서 음식 나오는 속도가 빠른 식당이 인기다. 점심시간에는 신선한 음식과 함께 테이블 회전이 빠른 업종이 유리하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점심메뉴의 가격이 7000원을 넘어간다면 선호도가 떨어진다"면서 "인근 기업이 많다는 특성을 이용해 영업 및 접대 손님을 위한 고급 음식점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곳 상권은 저녁 퇴근시간대에 다시 활기를 찾는다. IT업체의 경우 야근이 잦은 편이기에 저녁식사를 해결하려는 직장인과 간단한 회식을 즐기는 직장인이 많다. 권 이사는 "구로디지털단지 내 1차 회식의 경우 보통 저녁 6~9시면 끝나는 경우가 많아 식사와 함께 술 한 잔 할 수 있는 분위기의 업종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다만 구로디지털단지 상권은 소비자의 발길이 뜸한 주말 장사는 약세를 보인다. 그러나 평일의 경우 시내 상가의 주말처럼 영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구로디지털단지 상가 시세(A급 점포 기준)는 1층 전용면적 50㎡ 보증금이 5000만~7000만원, 월세가 250만~350만원대이며 권리금은 1억2000만~1억600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 인근 상권 "유동인구 바쁘게 움직여…눈길 끄는 인테리어·마케팅 필요"
구로디지털단지 상권이 저녁시간대 1차 상권이라면 2차 상권은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먹자골목인 '구로깔깔거리'다. 지하철 1번, 2번 출구와 가깝게 위치해 있어 인근 상권 중에서 음식점과 유흥시설 등이 잘 발달돼 있는 곳이다. 대부분 1층에는 패스트푸드점, 고깃집, 음식점, 화장품 가게 등이 주를 이루며 2층부터는 카페, PC방, 호프집, 노래방 등이 있다. 이곳은 2차 회식 장소로 이용되며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이 가깝게 위치해 있어서 선호도가 더욱 높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구로디지털단지 상권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음식 업종별 월평균 매출은 닭·오리요리 7322만원, 양식 6944만원, 일식·수산물 5396만원, 유흥주점 5228만원, 제과제빵케이크 3554만원, 커피점·카페 3330만원, 뷔페 3174만원, 별식·퓨전요리 2846만원, 한식 2744만원, 분식 2468만원, 중식 1766만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구로깔깔거리 상가 시세(A급 점포 기준)는 1층 전용면적 100㎡ 보증금이 8000만~1억원, 월세 400만~500만원, 권리금이 1억8000만~2억3000만원 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또한 부동산114가 구로디지털단지역 상가 평균임대료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4분기 ㎡ 기준 2만4000원에서 2017년 4분기 3만원으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로디지털단지역 상권의 유동인구는 서울 유명상권에 비해 연령층이 높은 편이다. 상권은 30~40대 직장인을 상대로 하는 유흥·먹자 상권이 활기를 보인다. 특히 저녁시간대에 특화된 업종이 분포하고 있고 상가 공실이 크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다. 권강수 이사는 "공실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매출이 충분히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서는 눈길을 끄는 인테리어나 마케팅 등을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인 공단부동산컨설팅 이충선 대표는 "구로는 중소기업들이 많이 몰려있어 소비력이 높은 곳"이라며 "A급 로드숍 거리의 경우 테이크아웃도 가능해 가게주인의 운영에 크게 문제만 없다면 웬만한 업종은 잘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근에 원룸이 1만5000세대 이상인데 소비자들은 당장 눈앞에서 보이는 곳에서 소비형태를 보인다"며 "현재 50㎡ 규모 상가의 일일 매출이 120만~150만원 선으로 점포 임대료나 권리금은 전체적으로 건대입구 상권과 상당히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고 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