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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우리 동네 상권]핫 스팟-핫 플레이스<17> '실버상권의 메카' 서울 낙원상가 일대
기사입력| 2018-01-03 07:51:52
낙후된 집들과 좁은 골목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는 서울 낙원상가 일대(낙원동·익선동)는 예전부터 대표적인 실버상권으로 통했다. 허름한 집에서 파는 술과 음식들이 다른 곳보다 크게 저렴했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실버세대들이 이곳을 찾았기 때문. 덩달아 이들을 겨냥한 전통찻집, 실버영화관 등이 터를 잡았다. 하루 1만원으로 식사부터 여가생활까지 즐길 수 있으니 이만한 곳이 없었다. 노인층을 주로 상대하는 '박카스 아줌마'들이 출몰하는 종로 탑골공원도 바로 이 근처에 있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복고 열풍으로 젊은 층이 유입되면서 복합적인 상권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 그러면서 실버세대에겐 추억의 장소인 동시에 '내 인생의 가장 젊음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젊은 세대에겐 '느리게 사는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최근 '2030' 젊은층 발길 증가…복합상권으로 변모
서울 낙원·익선동 일대 상권은 주요 유동인구가 노년층에 집중되며 실버상권을 만들었지만 소비자의 특성상 그동안 성장이 정체돼 있던 곳이다. 서울의 중심에 위치해 일제 강점기를 기점으로 최대 상권으로 부상했지만 이후 노년층만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 젊은이들의 발길이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위기보다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업종이 상권을 형성한 것도 변화의 발목을 잡았다.
느리게 사는 것에 익숙해진 실버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보다 안정이었고, 이들을 상대했던 영세 자영업자들은 단골손님을 바탕으로 투자 대비 안정적 매출 확보가 필요했다. 업종이라고는 세련된 인테리어보다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음식점, 이·미용실, 전통찻집, 건강제품 판매점 등이 전부였다. 인근 상권인 종각역을 중심으로 종로5가로 이어지는 대로변 상권이 1990년대 이후 꾸준한 변화를 추구하며 젊은 직장인을 끌어들였던 것과는 달랐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실버상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이다. 낙원동과 익선동이 복고 열풍 속 방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동네로 알려지기 시작하며 젊은 층이 찾기 시작했다. 인사동 문화의 거리나 창경궁 등 유명 관광지와 접근성이 뛰어난 점은 젊은 층의 유입을 거들었다.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기존 점포와 더불어 낡은 한옥집을 개조, 세련된 인테리어의 커피숍과 외국 음식점 등이 증가했다. 한옥 등을 비롯해 노후 주택을 개조하다보니 세련된 분위기와 고즈넉한 분위기는 더욱 입소문을 타며 유동인구는 더욱 늘었다. 단순 실버상권이 노년층과 젊은 층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이색 상권'이 된 셈이다.
낙원동과 익선동 상권은 입소문을 타며 상가 임대료와 보증금이 큰 폭으로 뛰었다. 낙원동과 익선동의 경우 상가 임대료는 ㎡당 평균 2만5000~3만5000원, 보증금은 3000만~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목이 좋은 위치와 규모에 따라 임대료는 더 비싼 곳도 있다. 차이는 있지만 2~3년 전과 비교하면 30% 가량 높아졌다. 그러나 주변 주요 상권에 비하면 아직은 저렴한 편이다. 상권의 성장성을 염두에 둔다면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란 얘기다.
익선동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익선동과 낙원동 등 소위 실버상권으로 불리는 곳은 길이 좁은 특성상 작은 카페나 식당을 운영할 만한 소형 상가 임대가 많다"며 "장소가 좁다 보니 상가별로 임대료와 권리금 등의 차이는 있지만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매매도 비슷한 상황으로 작은 한옥과 오래된 주택부지 등을 매입하려는 투자자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2~3년 사이 낙원동과 익선동 일대 상권의 임대료는 갑작스레 껑충 뛰었지만 시장에서 해당 상권의 잠재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종로2~3가로 이어진 실버상권은 기본에 충실한 상권이다. 최근 젊은 층의 발길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요 고객층은 실버세대다. 업종 선택에 따라 단골손님 확보를 바탕으로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실버세대의 경제력은 향상되고 있다. 그동안 실버상권이 탑골공원 뒤쪽으로 이어진 허름한 골목길에 그쳤다면 최근 중산층 노인의 모임 장소로 뷔페와 커피숍 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노인을 위한 전용 영화관·라이브카페·옷 가게 등도 늘었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매장과 멋스러운 중년들이 찾는 공간에 낭만이 채워지며 노년층을 위한 실버상권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상권으로 변모중인 셈이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북촌, 서촌 등과 달리 과거 서민들이 모여 살아 작은 한옥들이 모여 있는 지리적 특성상 미로처럼 뻗은 좁은 골목길 등은 시간에 구애 없이 옛 정취를 느끼는 산책코스는 매력적인 볼거리 중 하나다. 저녁 무렵 곳곳에 들어서는 포장마차를 찾는 재미는 덤이다.
게다가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락희거리', '송해길' 등 실버세대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구역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비사업을 통해 보다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꾸준히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서울시가 조성한 락희거리의 경우 노인을 위한 화장실, 생수 무료 제공 등의 편의 요소를 갖췄고, 지자체인 종로구가 만든 송해길에는 저렴한 가격의 각종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어 실버상권을 찾는 유동인구는 꾸준히 증가세다. 무엇보다 경제력을 갖춘 실버세대의 증가는 낙원동과 익선동 등 실버상권을 넘어 종로2~5가의 대로변까지 소비지역을 확대시키고 있다.
▶"단순 외식보다는 문화 공간 가미해야 경쟁력 확보 가능"
창업전문가들은 종로2~3의 실버상권이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젊은 층의 유입으로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주요 소비계층의 실버세대라는 특성상 기존 신흥 상권처럼 이색적이고 새로운 아이템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아이템을 바탕으로 하는 업종 선택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젊은 층이 유입되며 상권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이들을 위한 매장 운영보다는 기존 소비층인 실버세대만을 위한 창업 아이템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커피 전문점과 외식업 등 요식계열보다는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춤을 출 수 있는 등 취미 생활공간을 제공하며 차와 식사 등을 할 수 있는 복합공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했던 것과 달리 품질경쟁력과 감성적인 부분을 자극할 수 있는 아이템이 향후 생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제연구소 소장은 "종로2~3가에 위치한 실버상권은 인근에 인사동 등이 인접해 있어 상권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신흥 소비계층을 위해 유행을 쫓는 아이템보다는 기존 실버세대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업종이 적합하다"며 "실버세대의 경제력이 과거에 비해 성장하고 있어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워 먹고 마시는 외식업 형태보다는 기존 업종에 문화공간 개념을 도입하는 형태의 창업 아이템을 선택한다면 꾸준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