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목! 우리 동네 상권]핫 스팟-핫 플레이스 ⑬'중수' 자영업자의 테스트베드로 떠오른 영등포역 일대
기사입력| 2017-12-06 08:02:54
최근 서울 영등포역 일대가 사업 확대를 꾀하는 '중수' 자영업자들의 테스트베드(새로운 제품·서비스의 성능 및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로 떠올랐다. 서남부지역 대표 상권인 동시에 다양한 교통 중심지인 지리적 특성상 다양한 수도권 지역 사람들이 몰리며 새로운 창업아이템의 향후 반응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색적인 아이템을 활용한 창업 아이템보다 대중적인 창업아이템이 주를 이루고 있어 새로운 시도에 대한 소비자 피드백이 빠르고, 상권 임대료가 낮아진 점도 매력적이다. 게다가 신규 주거지역이 추가되고 있고 수도권 내에서 손꼽히는 유동인구는 매장 수익의 상승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사통팔달 교통·낮아진 임대료 '매력적'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한 영등포 상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손꼽히는 서울 시내 최고 상권 중 하나다. 서남부지역 대표 상권의 면모는 유동인구 수로 확인이 가능하다. 영등포역은 기차역과 지하철역이 공존하고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연결된 버스노선 등의 영향을 받아 일평균 유동인구 수는 7만~8만명을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타임스퀘어 등 복합유통단지 형태의 주요 집객시설을 이용하려는 이들로 낮부터 밤까지 항상 활기가 넘친다. 다만 최근 경리단길과 연남동 등 서울의 신흥 상권들에 밀려 상권의 명성은 예전만 못하다.
영등포역 상권은 역세권과 패션·쇼핑 성향을 나타내는 초대형 복합상권으로 나뉜다. 업종 분류로는 외식업과 잡화 판매가 대부분이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도 빼놓을 수 없다.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들은 소비에 대한 의사가 높고,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인근 상업시설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영등포역 상권의 변화의 폭은 서울의 기타 상권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최근 뜨고 있는 상권처럼 새로운 볼거리를 만드는 등의 시도가 불필요했다는 얘기다.
특히 최소한의 '안정적 매출'이 유지되는 만큼 임대료가 높아 이색 아이템으로 무장한 소자본 창업자들의 관심이 적은 점은 상권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다양한 볼거리와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점포의 부재는 소비 주요 계층으로 떠오른 2030세대의 소비심리를 자극시키지 못했다.
상권 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인들만 놓고 보면 영등포역 일대는 죽은 상권이다. 이제 막 창업에 나선 '초보' 자영업자는 어려운 시장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자영업자를 초보 외에 중수, 고수로 분류하고 있는데 오랜 사업기간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춘 자영업자를 '중수'라 부르고, 사업을 프랜차이즈로까지 확장시킨 자영업자를 '고수' 반열에 놓는다.
바로 이 '중수' 자영업자에게 영등포역 및 영등포시장역 인근 상권은 기회의 땅으로 통한다. 많은 유동인구는 유지하고 있지만 상권경쟁력 약화로 임대료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4분기 영등포역 인근 상가의 평당 평균 임대료는 3만1800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2만9000원으로 낮아졌다. 2분기에 3만3000원으로 오름세를 보였지만 영등포 인근 뉴타운 입주 등 호재에 따른 인상분으로 체감 인상효과는 낮은 편이다. 임대보증금도 서울 주요상권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대중적인 창업 아이템 주류 '매력적'
게다가 영등포역 상권은 성장 여력이 충분한 곳이다. 유동인구가 풍부한 데다 영등포 뉴타운 일대가 개발에 탄력을 받고 있어 다양한 개발호재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만큼 매장 확대 등을 꾀하는 중수 자영업자에겐 상당한 호재다.
유럽형 스트리스 상가와 주거시설이 합쳐진 '영등포 아크로타워 스퀘어'는 미분양 물량 없이 7개동 총 1221가구 대단지로 조성돼 올 8~9월 입주를 본격화했고,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구성된 '영등포뉴타운 꿈에 그린'은 2020년 10월 입주 예정이다.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은 여의도, 광화문, 용산, 강남 등 주요 도심 업무지구까지 접근성이 우수해 30~50대 직장인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은 곳이다.
영등포역 일대는 독특한 아이템보다 대중적인 창업 아이템이 상권의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중수 자영업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중수 자영업자라면 대중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부족한 점을 보안할 수 있다. 게다가 유동인구의 거주지가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연결된 일산, 김포, 수원, 양재 등 서울과 수도권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창업아이템의 테스트베드로 적합한 특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여기에 거주민을 바탕으로 한 기본 고객층도 갖추고 있다. 사업확대에 성공한 사례도 눈에 띈다.
5년 전 만들어진 돈가스전문점 '혜화동돈까스극장'은 다양한 지역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했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대중적인 메뉴 아이템을 중심으로 가성비를 내세워 초기 반응은 좋았지만 꾸준한 유지가 힘들었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이승용 혜화동돈까스 대표는 지난해 중순부터 배달 아이템의 성장성에 주목, 영등포역 인근에 배달전문 매장을 오픈하며 새로운 사업 방향을 테스트했다. 배달 특성상 매장의 규모는 줄였고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지하에 매장을 오픈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회사원 뿐 아니라 거주민들의 이용객이 꾸준히 늘어나며 최근에는 일평균 100만~13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영등포 역세권 상권에 위치한 수제맥주 전문점 바오밥도 영등포를 시작으로 수도권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바오밥은 2015년 영등포에서 피맥(피자와 맥주) 전문점으로 출발한 곳이다. 수제 맥주 열풍이 한창일 당시 유럽 등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한 피자를 안주로 선보이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맥주 안주로 피자를 선보인다는 것에 대한 낯섦을 고려해 작은 매장으로 시작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고, 최근엔 수도권 내 1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업체로 성장했다.
물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창 인기를 끌었던 연어 무한리필 전문점의 경우 6개월 남짓 기간에 사라지기도 했다.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외부요인에 따른 재료 원가 맞추기 등이 힘들어 대규모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족발을 비롯해 치킨, 정육 식당 등 다양한 신규 브랜드들이 수없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곳이 영등포역 상권이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유동인구와 상업 밀집지구와의 접근성은 여전히 상권 발전의 첫 번째 조건임은 틀림없다"며 "안정적인 매출 확보와 새로운 아이템 접목을 통해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수 이상의 자영업자라면 영등포 상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