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절반은 내년 집값과 전셋값이 보합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정부가 발표한 8·2대책 등 각종 부동산 규제의 영향을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관망 심리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5일 부동산114가 최근 전국 7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상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7.28%가 2018년 상반기 주택 매매가격이 보합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직전 조사에서 보합 응답이 37.70%의 비중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19.58%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전세가격 전망도 '보합(53.81%)'에 대한 응답 비중이 직전 조사(35.60%) 대비 18.21%포인트 늘어나며 응답자의 절반을 초과했다. 반면 상승과 하락에 대한 전망은 상대적으로 팽팽하게 맞서는 분위기다.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소비자는 '대출 규제 및 금리 상승(39.31%)'에 대한 응답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이 11월 30일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2018년에는 신DTI(총부채상환비율)와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등 각종 대출규제가 예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입주 등 주택 공급과잉(21.97%) ▲정부의 각종 규제 정책(17.92%)이 주택가격 하락 요인으로 선택됐다.
또한 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이유는 '서울 강남 재건축 상승(29.63%)'과 '실수요자 매매전환(25.19%), 국내 경기 회복 전망(22.96%)' 등을 주요 이유로 선택했다. 서울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정부의 규제 정책이 집중되고 있지만 각종 제도시행을 앞두고 투자수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시장 재편을 발표하면서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등 무주택 실수요자 등에게 정책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2017년 3분기 들어 국내 경기 회복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기대하는 수요가 있었다.
아울러 전세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 이유는 '매수심리 위축으로 인한 전세거주(43.65%)' 응답이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최근 1~2년 사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상승한 만큼, 가격 부담으로 전세거주를 통해 대기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전세물건 공급부족(17.13%)'과 분양을 위한 일시적 전세거주(15.47%)'도 전세가격 상승 요인으로 선택됐다.
전세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10명 중 6명은 '입주물량과 미분양 증가(64.47%)'를 핵심 이유로 선택했다. 2018년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예상된 가운데, 미분양 주택도 과거보다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면서 전세가격 하락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매매가격 약세로 전세가격 조정(13.82%) ▲높은 전세가로 인한 임차보증금 반환 리스크(6.58%) 등을 전세가격 하락 요인으로 선택했다.
한편, 정부가 올해 하반기 발표했던 각종 부동산 대책(8·2대책, 9·5대책, 10·24대책) 중 내년에 파급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 제도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20.11%)'로 조사됐다. 8·2대책을 통해 2018년 4월 시행을 예고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현행 양도소득세 기본세율 6~40%에 10~20%포인트를 추가 과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서울 전체 등 총 40여곳) 내에서 다주택자가 보유주택을 팔 경우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가 추가 중과된다. 최근 1~2년 사이에 갭투자가 활발히 진행됐던 점에 비춰보면 자금여력이 떨어지는 다주택자의 경우 중과제도 시행을 앞두고 보유 주택 중 일부를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추가 지정(19.14%)'에 대한 응답 비중도 높았다. 2012년 이후 6년만에 부활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은 지정과 동시에 14개 이상의 규제 패키지가 시행된다. 특히 LTV·DTI 40%와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가점제 적용 확대, 양도세 가산세율 적용,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폭발력 있는 규제가 시행돼 단기적인 가수요 차단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내년에는 정부의 각종 제도 시행과 더불어 금리 인상과 입주 물량 이슈 등이 예정돼 있어 수요자들이 과거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