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인트라넷 공지문.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지난 주말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한샘 성폭행 파문'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한샘 신입직원이었던 A씨가 온라인에 피해사실을 공개했던 내용이 이달 초 급속히 퍼지면서 한샘의 '성폭행 파문'은 여전히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A씨가 공개한 입사 동기의 몰카(몰래카메라) 동영상 이후, 교육담당 B씨의 '성폭행'(B씨는 합의된 관계로 주장), 인사팀장 C씨의 '거짓 진술 강요와 성폭행 시도' 등의 일련의 사건이 화제가 된 후,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B씨의 반박글과 A씨의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현재 몰카를 찍었던 직원과 인사팀장 C씨는 해고됐지만, B씨는 정직 후 복직해 지방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6일 현재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조만간 추가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기관에 재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한샘은 지난 4일 이영식 한샘 사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중국에서 급거 귀국한 최양하 한샘 회장이 직원들에게 사과 메일을 보냈지만, 그 적절성과 진실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한샘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여직원 징계·철회에 대한 의혹 눈덩이…한샘의 '부실 대처' 도마에
6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신입 여직원 입사 4개월만에 세 차례의 성폭력 관련 사건이 이어지는 동안 한샘 측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대 교수 출신인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지난 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최초 몰카 범죄와 성폭행은 개인범죄라 해도, 이후 인사팀장의 사건은폐와 추가 피해에 이르는 과정은 조직적, 회사 차원의 문제"라면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샘 측의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첫 번째 성폭행 논란과 관련, 법무팀 소관이던 사건 처리가 인사팀으로 이관된 과정과 전 인사팀장의 '개인 비위'였다는 주장에 대한 의혹이다. A씨는 반박글에서 법무팀과의 사건 진행 및 진술서가 파기되고 인사팀에서 재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샘 측에서는 "해당 여직원이 회사를 계속 다니길 원했고 부서를 옮기기 원해서 인사팀장이 관리를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교육담당건 진술 번복 과정에서 전 인사팀장이 개입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몰랐던 사실로, 지금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측에서 인사팀장의 거짓 진술 강요에 대해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안"이라면서, "만약 몰랐다면 회사가 조직운영에서 무능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로 인해 사건의 처리 대신 인사이동으로 논점을 흐려 무마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 또한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한 한샘 측의 대처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면서 "전 인사팀장 개인의 문제로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한샘 측에서 당사자 동의 없이 사내 공지를 해 '축소·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다. A씨는 4일 반박글을 통해 소 취하 부분 등이 사실과 달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자신과 합의없이 공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샘 측에서는 "사안이 성폭행 관련인 만큼 해당 여직원의 신상 보호를 위해 간략하게 사실 중심으로만 올리다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샘 측이 "여직원의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논란 확산을 경계한다고 하면서도, 결국 사건을 덮는 데만 급급했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직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던 한샘에서 여직원에 대해 감봉 징계를 내렸다가 철회한 사유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만일 A씨의 주장대로 인사팀장이 해고를 빌미로 거짓 진술을 강요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샘 측의 징계가 '적반하장'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반박문에서 "인사팀장이 유사 사례에서 남녀 둘 다 해고시킨 적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관건이 된 징계사유에 대해서도 A씨는 '풍기문란'이라고 들었다고 주장했고, 한샘 측 내부 공지에는 '진술번복으로 인한 허위 보고'로 징계 사유가 명시돼 있다. 또한 C씨와의 사건 후 그 징계를 철회하면서 징계 과정에 대한 의혹만 증폭시킨 셈이 됐다. 한샘 측에서는 "C씨와의 사건 이후 A씨가 더 힘들어진 것 같아 징계를 없던 것으로 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건 무마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확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에 한샘 관계자는 "법무팀 확인 후 답변을 내놓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샘 측은 "회사가 인사 원칙에 대한 부분만 신경 쓰고 정서적으로 보듬어주지 못한 것을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여성 소비자 상대 기업 맞나?…성난 민심 '불매운동'
이러한 일련의 논란으로 인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 여직원을 상대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비난 여론이 높다. 더구나 한샘이 주로 여성고객이 대상인 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더 크다. "한샘 제품 구매를 취소하겠다"는 분노가 쏟아지는가 하면, "한샘의 '대규모 세일' 알림 문자에 화가 났다"는 글들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신입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샘 교육담당자를 재수사해야 한다'는 청원은 단 하루 만에 서명 인원 1만명을 돌파했고, 6일 오후 2시 기준 1만1500명 이상이 서명에 동참 중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도 한샘 제품 판매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확산된 지난 5일 오전 롯데홈쇼핑에서 방송된 '한샘 올인원 하이클래스 시스템키친'은 평소보다 실적이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고, 현대홈쇼핑은 5일 저녁으로 예정됐던 '칼리아×한샘 마테라소파' 방송을 무기한 연기했다. 6일 GS홈쇼핑, CJ오쇼핑, 롯데홈쇼핑도 회의 끝에 한샘 판매 방송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한샘측은 "해당 파문 때문이 아니라 모바일을 통한 욕설 때문에 연기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확산 추세를 볼 때 당분간 유통업체들이 한샘 제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본격화되면 기업 이미지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유통업체에도 부담이 된다"면서 "당분간 물의를 빚은 기업의 제품 판매가 쉽진 않을 것으로 보여, 한샘측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한샘에 대한 수시근로감독을 7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3명이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치,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점검 결과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엄정 조치할 예정이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