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암동의 재래시장인 후암시장 건너 높은 빌딩들이 이채롭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일대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트렌디한 맛집과 카페를 찾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최근 수년간 정엽, 노홍철 등 연예인들이 카페를 오픈하면서 입소문을 타기도 했고, 인근 남산과 연결되는 길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인근에 용산미군기지 철수 후 내년부터 본격 조성되는 용산민족공원과 서울역·용산역 개발 계획과 맞물려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주변 경리단길과 해방촌 임대료와 땅값이 많이 오르면서 대체지역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에게도 도심 및 남산 접근성과 함께 골목의 운치를 맛볼 수 있어 '보석 같은 곳'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 걷고 싶은 길…'골목의 경제학'
후암동의 메인 상권은 남산의 호텔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 용산고를 잇는 '후암로'와 숙대입구역에서 용산고를 지나는 '두텁바위로'다. 재래시장인 후암시장을 비롯해 맛집으로 소개된 음식점들이 성업 중이다. 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성있는 공방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가수 정엽이 루프톱 카페를 오픈하면서 '야경길'(밤 풍경이 좋은 길)로 유명세를 탄 신흥로 20길 주변도 최근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다.
후암동은 인근에 지하철 숙대입구역과 서울역이 있는 역세권도 있지만, 도보로 이용이 어려운 지역도 있다. 그러나 기꺼이 마을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좁은 골목길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걷고 싶은 길'로 주목받고 있다. 야경길도 접근성에서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소월길과 인접해 남산 산책이 용이하고 전망 좋은 '달동네'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 주변 개발이 활발하다.
임대료나 지가가 아직 주변지역보다 낮아 '이태원→경리단길→해방촌'의 확장 선상에서 상권을 이해하는 시각도 있지만, 그보다는 '제2의 가로수길'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유민준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 부동산팀장은 "남산과 인접한 후암동은 최근 볼 것과 즐길 것 때문에 '골목'을 찾는 최근 젊은 층의 소비트렌드에 부합하는 상권"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땅값이 급등하면서 임대료도 많이 올라 접근이 쉽지는 않다.
후암동의 한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3년 전에 비해 상가 가격이 2배 가까이 올랐다"면서 "물건이 많지는 않지만, 최근 남산에 가까운 대로변 음식점 상가가 대지기준 평당 7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소 대표는 "최근 3년간 임대료가 30% 이상 올랐지만, 물건이 나오는 대로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 변수 많아 '변화중인' 상권…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후암동 상권은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현재 후암동은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 상권으로 경리단길 초기 모습과 흡사하다"면서 "주변의 변수가 많아 일률적 평가는 어렵다"고 밝혔다. 우선 내년에는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이 마무리되고 용산민족공원 조성이 본격화된다. 단기적으로 외국인 등의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슬럼화'를 겪을 수도 있다는 것. 선 대표는 "서울역·숙대입구역 등의 거대 상권 근거지가 멀지 않아 '상권 이탈' 위험도 있지만, '독특한 컬러'를 지닌 개성있는 상권이 형성되면 유동인구 유입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암동을 서울역과 숙대입구역, 나아가서는 용산역 주변 대규모 개발의 수혜지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유민준 팀장은 "2~3년 안에 당장 수익을 보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현재 이면부는 단기적으로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고, 대로변 중심상가가 리스크가 적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미 대사관과 서울시 교육청이 들어서고 용산공원이 완성되면 집객효과가 좋아져 미래가치는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평가에 후암동을 찾는 발길도 잦아졌다. 후암시장 인근 한 부동산 중개소는 "후암동은 도심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는 최근거리의 주거지로 개발될 전망이라, 근린상가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다"면서 "8·2 대책 후 조금 뜸해졌던 투자 물건을 찾는 강남 손님이 최근 다시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비하인드] 후암동 일대 '꼬마빌딩' 주목 왜?
후암동 일부지역은 신축이 제한돼 있지만, 신축이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꼬마빌딩' 건축이 한창이다. 이처럼 '뜨는 상권'에서 꼬마빌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꼬마빌딩은 10억~50억원의 투자금 중 보증금과 대출로 절반 정도를 메울 수 있어, 저금리 등으로 투자처를 잃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물건 개수보다 찾는 사람이 많아 가격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선종필 대표는 "국내 부동산 운용수익률보다 자산 상승률이 커 월세 수입이 적더라도 지가 상승을 염두에 둔 투자가 많다"고 분석했다. 유민준 팀장도 "꼬마빌딩은 상대적으로 투자 접근성이 높은데다, 상권 형성과 확장에 따라 지가 상승으로 직결되는 만큼 앞으로도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