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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후분양제 도입…건설사 "비용증가"vs소비자 "부실시공 방지"

기사입력| 2017-10-16 07:29:51
주택을 80% 이상 지은 후 분양하는 '후분양제'가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건설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인 '8·2 대책' 이후 주택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 부활이 임박한데 이어 민간주택에 후분양제까지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앞으로 주택사업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반면 그동안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을 주장해온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부실시공이 줄어들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일단 공공부문의 주택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민간에서도 후분양제를 유도하는 내용의 '후분양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건설사 "후분양제 도입땐 공사비 증가…분양가 상승될 수도"

15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건설사들은 우선 공사비용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건설사들은 완공 때까지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을 받을 수 없어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사들은 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비용 등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에따라 조합 등 시행사는 공사비를 모두 자체 조달해야 하는데 금융비용이 늘어나 사업성이 악화된다고 판단할 경우 사업을 미룰 수도 있다. 이는 결국 주택 신규 공급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민간 아파트에도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건설사가 선분양과 비교해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주택건설자금이 연평균 4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로 인해 민간 주택의 분양가가 최대 7% 선까지 오르고, 연간 10만 가구 이상의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최근 수행한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주택금융시스템 발전방안' 최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까지 연평균 38만6600가구를 건설할 경우 건축공정 80%에서 후분양을 하면 주택건설사가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이 연평균 35조4000억~47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공정 80%에서 후분양을 할 경우 필요한 자금(분양가의 66% 적용)인 연평균 74조원에서 현행 선분양(건축공정 0∼20%)에서 필요한 비용 26조7000억~38조6000억원을 제외해 산출한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주택 후분양제의 또다른 부작용은 대형 건설사로의 '쏠림' 현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제가 민간 아파트에서 의무화되면 건설사의 재무 능력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것"이라며 "대형 건설사의 경우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사업 초반 분양대금이 없어도 공사에 차질이 없겠지만 중견 건설사는 공사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전에서 '대형 건설사 독식'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후분양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후분양을 선택한 건설사에 대한 저리의 융자와 공공택지 우선 공급 등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시민단체 "부실시공, 과도한 시세차익 등 방지"

이에반해 소비자·시민단체 등은 주택 후분양제 도입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소비자에서는 아파트가 어느 정도 완공이 된 상태에서 분양을 하기 때문에 최소한 건물 외관·주변 환경 등은 직접 확인하고 구입할 수 있어서다. 시민단체들도 부실시공과 투기, 과도한 시세차익 등 선분양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후분양제 도입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견본주택이 아닌 실제 아파트 단지의 층, 향, 구조 등을 확인하고 분양받으므로 '깜깜이 분양'도 피하게 된다. 주택 시장 차원에서도 청약과열이나 분양권 전매를 통한 투기를 차단할 수 있고, 주택 수급 불균형에 따른 혼란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건설사의 부실시공 사태가 현저하게 줄고, 아파트 가격거품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구매할 주택의 건설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완공된 뒤 분양받을 수 있어 부실시공 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피하기 위해 합리적인 분양가를 제시하게 되고, 건설사가 부도위기에 처해도 일반 구매자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보지 못하고, 높은 가격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문제"라며 "중소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 소비자들이 대출과 집값 상승을 부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후분양제 도입은 앞서 참여정부에서도 시도했지만 좌절된 바 있다. 당시 참여정부는 후분양제를 점진적으로 도입해 2007년 공공부문부터 의무화할 계획이었지만, 부동산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건설업계와 시장의 반발에 부딪혀 이를 1년 연기하는 것으로 방침을 선회했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계획 자체가 폐기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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