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급등한 주택 매매시장과 달리 전세시장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 물량 증가와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한 일명 '갭투자'가 늘어난 점 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에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홀수해에 전셋값이 많이 오르던 '홀수해 급등 징크스'가 올해는 깨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의 주택 전셋값은 0.55%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2004년 같은 기간 3.64% 하락한 이후 1∼9월 누적 전셋값 상승률로는 13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2015년과 2016년 1~9월 각각 3.72%와 0.94% 오른 것과 비교해서도 올해 상승폭은 낮다.
또한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된 9월 전국 주택 전셋값은 0.06% 올라 역대 9월 상승률로는 2004년(-0.49%)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아파트 전세값은 안정세가 더욱 뚜렷하다.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9월까지 0.56%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2016년(1.34%), 2015년(5.34%)에 비하면 각각 반토막과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역시 올해 9월까지 1.81% 올라 2015년 같은 기간(7.78%)은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2.05%)보다도 안정세를 나타냈다.
지방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9월까지 0.18%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지방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2004년(-0.09%) 이후 처음이다.
이같은 전셋값 안정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과 갭투자의 증가를 이유로 꼽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적으로 아파트 38만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입주 물량 29만3000가구에 비해 약 30% 많은 것이다.
특히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6505가구로 지난해(2만5887가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경기도와 인천시의 입주 물량은 올해 12만7127가구, 1만6690가구로 지난해보다 각각 45%, 82% 늘었다.
또한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일명 '갭투자'가 확산되면서 전셋값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갭투자는 주택을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구입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세 만기가 되면 대부분 다시 전세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입주 물량이 많이 늘어나는 만큼 전세시장 안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홀수해에 전셋값이 많이 오르는 '홀수해 징크스'가 올해는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1990년 전세 계약기간을 2년으로 의무화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세시장은 짝수해에 전셋값이 크게 오르는 '짝수해 효과'가 나타났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다음해인 2009년에 전세계약이 크게 늘면서 '홀수해 효과'로 바뀌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경기도와 지방의 입주 물량이 증가하고 갭투자 전세물량도 있기 때문에 올해는 2∼3년 전과 같은 전세난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등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으로 인해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