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유한킴벌리, '릴리안 음모설'에 꼼수 가격인상으로 신뢰도 '흔들'
기사입력| 2017-08-31 08:58:51
최근 깨끗한나라에서 제조하는 생리대 '릴리안'이 안전성 문제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생리대 시장 1위 기업인 유한킴벌리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깨끗한나라가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결과를 발표한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에 유감의 뜻을 밝힌 상황에서 2라운드라 할 수 있는 양측의 진실 공방 불똥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유한킴벌리로 튈 가능성이 생겼다.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에 유한킴벌리 임원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것.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지나치게 절묘한 상황이어서 여성환경연대의 발표에 유한킴벌리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유한킴벌리가 지난해 생리대 가격을 인상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가 직접 국정감사에 나가 가격인상 억제를 약속했지만 1년 만에 '꼼수 가격 인상' 논란에 휘말리며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또 올해 초에는 유한킴벌리 물휴지 제품에 메탄올이 허용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돼 판매 중단 및 전량 회수 조치되는 등 제품 안전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이처럼 연이어 논란에 휘말리며 사회책임을 중요 가치로 삼고 있는 유한킴벌리의 신뢰도는 급전직하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유해 생리대 논란에서 자유로울까?
여성환경연대는 올해 초 국내 생리대 브랜드 11개를 대상으로 강원대 연구팀에 독성 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모든 제품에서 200여종의 휘발성유기화학물이 방출됐으며 10여 종에는 독성 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수치가 가장 높은 릴리안 생리대 브랜드만 공개됐고, 이후 생리대 안정성 논란으로 비화되며 제조사인 깨끗한나라는 경영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이 사태와 관련한 의혹은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 중 한 명이 유한킴벌리 임원이라는 점이 알려지며 일기 시작했다. 또 용역을 맡은 연구팀인 강원대의 한 환경연구센터가 지난 2014년 유한킴벌리로부터 1억원의 지원금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사실이 덧붙여지며 더 확대됐다.
특히 유한킴벌리는 생리대 분야에서 매출 부동의 1위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업체고, 깨끗한나라가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무섭게 세력을 확대해온 사실에 주목해온 업계에선 현 상황에 대해 더욱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물론, 이와 관련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는 즉시 사실 무근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검출 실험 재원은 2016년 한 포털사이트의 소셜펀딩을 통해 시민들의 후원으로 마련했다"면서 "유한킴벌리 임원 중 1명이 2016년부터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생리대 검출실험과 공개 여부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유한킴벌리 측은 "음모론이 생겼다는 자체가 놀랍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임원은 30년 동안 여성과 환경 그리고 소통 영역에서 활동한 전문가로서 사회적 활동들을 신뢰받아 여성환경연대로부터 참여요청을 받아 활동해왔다. 이러한 활동 참여는 회사에 사전에 승인을 받았다"며 "시민사회활동에 도움이 되기 위해 참여한 것인데 불필요한 오해를 받게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용역을 맡은 강원대 환경연구센터와 여성환경연대는 독성물질이 포함된 다른 제품의 브랜드 명을 공개하지 않는 상태. 소비자의 분노가 더욱 거세지면서, 업계 1위인 유한킴벌리 또한 9월 말로 예정된 정부의 생리대 전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음모론 등 여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최규복 대표의 '가격인상 억제 노력'은 결국 말 뿐?
뿐만 아니라 유한킴벌리는 꼼수 가격 인상으로도 비난을 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유한킴벌리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국내 생리대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7월 일부 제품 가격을 최고 2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을 리뉴얼 해 출시하면서 제품 가격을 결국 인상해 '꼼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폭리 논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다뤄졌을 정도로 심각했다. 이에 최규복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공급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힐 것을 약속드린다"며 "원가절감에 모든 노력을 다해 가격인상 억제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유한킴벌리는 다시 '꼼수'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해 기존 제품도 원래 가격대로 계속 생산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기존 제품은 거의 생산하지 않고 가격이 인상된 신제품만 유통되고 있는 것. 실제로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에 따르면 유한킴벌리의 올 상반기 생산된 기존 제품은 10여 종 가운데 한 제품이었는데 이마저도 200박스에 그쳤다. 하지만 신제품의 경우 1만6000박스가 생산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국 본사가 비싼 신제품만 시장에 남기는 식으로 제품 가격을 올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유한킴벌리의 중저가 생리대는 동네 마트에서는 구입하기 힘들고 대형마트나 온라인상에서만 구입이 가능해 사실상 저가 생리대 공급을 위한 노력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유한킴벌리 측은 "필수기능에 충실한 중저가 생리대인 '좋은느낌 순수'를 지난해 11월 출시했고, 올해 6월 '화이트'에서도 중저가 라인인 '화이트 클린'을 추가 출시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유한킴벌리는 판매처의 요청에 부응할 수 있도록 공급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취급 수요에 따라 제품을 공급해 오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기존 제품의 재고량이나 공급 비중 등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격 논란과 함께 유한킴벌리 제품의 안정성 문제도 거론돼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크게 추락하고 있다. 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한킴벌리가 생산하는 물휴지 가운데 메탄올이 허용기준치(함량 수분의 0.002%)를 초과한 10개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과 전량 회수 조치를 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생활화학제품 전수조사 결과, 스카트 와치맨 방향제 5종에서 우려 수준 이상의 유해 성분이 검출돼 제품 회수 권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연이어 논란에 휘말리며 유한킴벌리의 기업 이미지는 금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킴벌리는 정직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회사인데 잇달아 논란에 휘말리며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며 "'꼼수' '음모'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떨쳐낼 수 있는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고 밝혔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