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가 수입 판매한 SUV 뉴 CR-V와 대표 세단 모델 어코드 등에서 녹 발생 주장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혼다측은 녹 제거 작업 등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고 하는 등 팽팽히 맞서고 있다. 왼쪽 사진은 뉴 CR-V에서 발생한 녹 부위, 오른쪽은 어코드에서 발견된 부식 부위. 사진출처=YMCA자동차안전센터
올들어 불거진 혼다코리아의 차량 '부식'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혼다의 풀체인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올 뉴 CR-V'에 이어 최근에는 대표 세단 모델인 '어코드'도 똑같은 부식 논란에 휩싸인 것.
일각에서는 혼다측이 관련 부식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혼다측은 '절대 몰랐다'라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의 의혹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혼다측은 소비자들이 국토교통부 등에 차량 결함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그때서야 대책마련에 나서는 등 늑장대처로 빈축을 사고 있다. 혼다측이 내놓은 대처 또한 소유주들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있어 파문은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뉴 CR-V 이어 어코드도 녹 발생 주장 연이어
28일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혼다가 지난 4월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쳐 출시한 5세대 올 뉴 CR-V가 '부식 결함'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국토교통부 자동차 리콜센터를 비롯해 YMCA자동차 안전센터, 온라인 동호회 등에 빗발쳤다. 대부분 출고한 지 얼마 안 된 뉴 CR-V 내부 곳곳에서 녹이 발견됐다는 주장들이다.
부식 현상은 주로 운전석 스티어링휠(운전대)·대시보드 아랫부분 금속부품(브라켓)과 내부 철제 용접 부위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뉴 CR-V 소유주 A씨는 "최근 동호회에 관련 부식 이슈를 보고 직접 확인해 봤더니 운전선 핸들 하단, 기어봉 하단, 2열시트, 차량 하부 등 여러 곳에서 녹이 발견됐다"면서 "막상 눈으로 보고 나니 분통이 터진다"고 밝혔다.
B씨 역시 "차량 인수 20일 만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녹·부식으로 인해 에어컨 등을 틀었을 때 차량 내 공기에 녹성분이 퍼져 아이에게 호흡기질환 등 건강에 악영향을 줬을까 걱정이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뉴 CR-V는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내에서 1000여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뉴 CR-V 뿐만 아니라 혼다의 대표 세단 모델인 어코드도 '부식' 논란이 일고 있다. 어코드의 녹 발생 위치도 엔진룸, 핸들 하부 내측, 운전석 및 조수석 시트 하부 등 뉴 CR-V의 부위와 비슷했다.
8월들어 YMCA자동차 안전센터에 혼다차 부식 관련 피해신고는 28일 오전 10시 기준 뉴 CR-V 306건, 어코드 287건이다.
이런 가운데 혼다측이 차량 부식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녹이 진행된 일부 부위에 표시된 자국이 있었다는 것. 내시경 카메라로 분석해본 결과 녹 발생 부위에 매직으로 선을 그은 듯한 표시가 있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에 대해 혼다코리아측은 "마킹(표시)한 부분은 용접 검수 표시일뿐 녹과는 관계가 없다"며 사전에 인지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일축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녹 발생 논란에 대해 "미국에서 생산돼 약 2개월 동안 운송되는 과정에서 해풍(바닷바람)을 맞았을 경우 등 여러 가능성을 모두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혼다측 부식 제거 방침에 시민단체·소비자들 "교환 환불" 맞서
이런 가운데 YMCA자동차 안전센터는 국토교통부에 혼다코리아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요청하고, 조사 결과에 따른 엄정한 조치를 요구했다. 센터 관계자는 "녹·부식 하자는 특성상 한번 발생하면 부위가 점점 넓어져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결함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더욱이 녹·부식으로 인해 에어컨 등을 틀었을 때 차량 내 공기에 녹성분이 퍼져 차량에 타고 있는 사람에 호흡기질환 등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는 심각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혼다코리아는 녹·부식 문제 차량에 대한 판매를 즉각 중단하고, 피해차량에 대한 교환·환불 등 피해소비자에 대한 보상안을 즉시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부식 논란이 확산되자 그제야 혼다코리아는 대책을 내놓았다. 혼다코리아는 부식이 발견된 뉴 CR-V(주행거리 10만㎞ 미만)에 대해 발생 부위 녹을 제거하고 방청제를 뿌리는 등의 작업을 해주기로 했다. 또한 다시 녹이 발생되면 추가로 제거 작업을 실시하고 추후 10년 무제한 주행거리로 확대해 특별 추가수리를 해줄 방침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혼다 측이 논란이 확산되고 난 뒤에야 움직이는 늑장을 부렸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YMCA와 소비자들은 "AS 등으로 발생한 녹·부식을 방청 작업한다고 해도 100% 녹·부식 제거는 어려워 결국 조금씩 부식이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환·환불 이외의 방법은 없다"며 구체적인 혼다측의 보상안을 요구했다. 혼다 측이 제시한 대처방안이 소비자들의 눈높이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혼다 차량 부식 현상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라 리콜 또는 무상수리 등의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혼다코리아는 지난해까지 4년째 영업흑자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간 기준 매출과 순이익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2016회계연도 영업이익이 262억원으로 전년보다 53% 늘었다. 매출은 31% 오른 2795억원, 순이익은 37% 증가한 213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혼다코리아는 올해 5월부터 2개월 연속 수입차 판매 3위, 일본 차 브랜드 판매 1위를 기록했고 지난 6월에는 1750대를 팔아 한국시장 진출 이래 최대 판매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