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세기의 재판' 내일 1심 선고…이재용 부회장 선고 형량은 얼마?
기사입력| 2017-08-24 15:45:45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뇌물제공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 1심 선고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재판부의 결과에 따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그룹의 수장인 이 부회장의 거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무죄나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나게 되면 그동안 공백으로 인해 생긴 그룹 경영 현안을 챙기고 조직을 추스를 수 있지만 유죄를 받게 되면 장기간 경영공백이 불가피해 대규모 투자 등 글로벌 경영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삼성그룹 측은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무죄나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그러나 법조계 및 정·재계 안팎에선 국민정서 등을 고려해 재판부가 실형 선고를 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형량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24일 법조계 및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선고 공판은 25일 오후 2시 30분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된다. 지난 7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영수 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것에 대해 "(국정농단) 사건은 경제계의 최고권력자와 정계의 최고권력자가 독대자리에서 뇌물을 주고받기로 하는 큰 틀의 합의를 하고, 합의에 따라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들과 주요 정부부처 등이 동원되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들이 정해지면서 진행된 범행으로 전형적인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예"라며 "이 부회장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이익의 직접적 귀속 주체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임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다른 피고인에게 책임을 미루는 점, 뇌물공여에 사용한 자금이 개인이 아닌 계열사 법인들의 자금인 만큼 참작의 여지가 없는 점, 최근 재벌 총수의 형사재판에서 원칙에 따라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 측은 그동안 특검의 짜맞추기식 수사와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특검에 맞서왔다. 특히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와 관련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승마 지원에 대한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것은 맞지만 해당 내용을 몰랐던 만큼 뇌물죄 근거가 된 대가관계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두고 다퉜다.
선고 재판이 시작되면 재판부는 박영수 특검팀의 공소사실과 변호인 측의 주장을 종합해 내린 판단을 밝힌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가지다. 공소사실별 유·무죄 판단이 끝나면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밝히고 판결을 선고한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1심 선고에서 무죄나 집행유예를 받기를 바라고 있다. 복수의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선은 무죄, 차선은 집행유예를 기대하면서 선고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재판부가 법리에 따라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 및 재계 안팎에선 국민정서 등을 고려해 재판부가 실형 선고를 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형량에 대해선 법조계와 재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다수의 재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의 1심 선고 형량은 집행유예 선고 요건인 징역 3년보다 많은 4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핵심 혐의는 뇌물공여 여부다. 뇌물공여는 법정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뇌물공여의 경우 제공자에게는 형량을 강화하는 특별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여론 등을 고려하면 1심에서 집행유예 요건에 해당하는 징역3년 이하의 선고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3년 이상 선고를 받은 뒤 항소를 통해 2심 재판에서 징역 3년 이하의 형량을 받아 집행유예로 나오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유죄 선고가 나올 경우 항소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절차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는 이 부회장이 5년 이상의 형량을 선고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뇌물공여 외의 횡령,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특별법이 적용된다.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인정될 경우 50억원 이상이면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의 법정형이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판부로부터 재산국외 도피 혐의 관련 유죄를 받게 될 경우 1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 될 수 있다"며 "최저 형량의 2분의 1을 줄여주는 작량감경을 받는다고 해도 최소 징역 5년 이상의 형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되면 1심 재판의 구속 만기(27일 자정)를 앞두고 다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다. 반면 무죄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일단 구치소로 돌아가 개인 소지품을 챙긴 뒤 귀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자택에 들어가게 된다면 2차 구속영장이 청구돼 피의자 심문을 받은 2월 16일 이래 190일 만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