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살충제 계란' 잇단 추가 검출…파문 전국으로 확산되나
기사입력| 2017-08-17 07:42:18
경기도에서 시작돼 계란 판매 중단과 급식 사용 중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살충제 계란'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와 광주, 전북 순창의 산란계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 비펜트린이 검출된 데 이어 경기도 양주와 강원도 철원, 전라남도 나주 농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잇따라 검출되는 등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살충제 성분 검출 계란을 폐기 처분하는가 하면 이들 계란이 들어간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폐기를 결정하는 등 파문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은 계란의 유통을 허용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은 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 판매를 16일 오후부터 재개했다.
그러나 살충제 계란 발견이 전국으로 확산되는데다 신뢰가 사라진 주부들 사이에서 계란 공포가 급속히 퍼지고 있어 '살충제 계란'이 당분간 우리나라를 뒤흔들 전망이다.
▶ 살충제 계란 '전국구' 확대 우려
정부는 전국의 산란계 사육농가 243곳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벌인 결과 철원과 양주 농가 2곳에서 각각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됐다고 16일 밝혔다. 나머지 241곳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적합 판정을 받고 이날부터 계란을 정상적으로 유통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발표가 17일까지 사흘간 1456곳에 달하는 전국의 모든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전수조사 결과 중 첫 번째라는 점에서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 비록 1차 조사 대상 농가들이 대부분 산란계를 20만 마리 이상 사육하는 대규모 농가들이어서 파급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할 수는 있지만 1000여곳에 달하는 나머지 산란계 농가 조사 과정에서 살충제 성분이 추가로 검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잘 되는 것으로 평가되는 대규모 농가들에 비해 감시나 관리가 취약한 소규모 농가에서는 살충제 등의 금지약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게다가 농식품부가 닭 진드기용 살충제인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신선 대 홈플러스'와 '부자특란' 2개 제품의 생산 농장을 역추적한 결과, 천안·나주에 있는 농장에서 생산·출하된 계란으로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한 우려는 더 깊어진 상황이다.
살충제 성분 검출 지역도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처음 '살충제 계란'이 발견된 농가 2곳은 모두 경기도였으나 이후 기준치 이하이긴 해도 전북 순창에서 비펜트린이 검출된 농가가 발견됐고, 16일 정부의 1차 조사 결과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양주의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추가로 검출됐기 때문이다. 특히 5만5000마리 규모의 철원 농가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이 국제 기준인 코덱스 기준치(0.02㎎/㎏)보다도 높은 0.056㎎/㎏이 검출돼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 피프로닐에 대한 제대로 된 검사가 사실상 올해 처음 이뤄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적잖은 농가에서는 해당 약품을 오래전부터 상습적으로 사용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피프로닐은 개와 고양이의 벼룩과 진드기를 죽이는 살충제로, 국내 동물용의약외품 관련 법상 닭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유통·외식·제빵업계 직격탄…학교 급식도 비상
계란이 '완전식품'으로 식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식재료인 만큼, '살충제 계란'으로 인한 주부들의 불안감은 '공포' 수준이다.
우선, 계란 판매를 중단했던 이마트와 롯데마트, GS25, GS슈퍼마켓, 티몬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16일 판매를 재개했지만, 환불 문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주부는 "정부의 발표가 오락가락해 믿을 수 없다"며 "당분간 계란을 먹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계란 소비가 정상화되는 데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밥이나 계란말이 등 계란이 들어간 요리를 팔고 있는 식당들의 한숨도 크다. 손님들이 계란을 빼고 요리해달라는 주문도 적지 않다는 것.
또한 계란을 이용한 가공식품도 많아 우려를 더하고 있다. 특히 계란을 주로 사용하는 제빵업계의 타격이 크다. 현재 구매가 뚝 끊긴 상태로, 일부 제과점에서는 제조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여름방학을 마치고 이번 주부터 개학하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교육당국도 학교급식과 관련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각급 학교 급식소와 전국 식재료 공급업체 등을 대상으로 급식 안전 일제 점검에 들어갔다.
일선 시·도 교육청도 유치원과 각급 학교 급식에 대한 자체 안전 점검에 나섰다. 우선 서울시교육청은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당분간 학교급식에 계란을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부산시교육청도 일단 17일까지 학교급식에 계란 사용을 중지했다. 또 강원, 대구, 경남, 충북 교육청도 급식에 계란 사용을 중단토록 했고, 경기와 충남 교육청 등은 정부 증명서를 발급받아 안전성이 확인된 계란에 한해 사용하도록 했다. 제주교육청은 제주산에 한해 사용을 허용했다.
▶ 폐기 처분 본격 시동
정부는 부적합 농가들을 상대로 살충제 구매 경위 등을 조사하고 생산·유통 달걀에 대해 유통 판매 중단 조치에 들어가는 한편 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에 대해서는 증명서를 발급해 정상 유통할 방침이다.
16일 오후 2시 현재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은 총 6곳으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농장은 경기도 남양주 마리농장, 강원도 철원 지현농장 등 2곳, 비펜트린 성분이 초과 검출된 농장은 경기도 광주 우리농장과 양주 신선2농장, 천안 시온농장, 나주 정화농장 등 4곳이다. 이들 6개 농장의 계란에 대해서는 전량 회수·폐기 조치한다. 피프로닐이 나온 계란은 앞으로 검출 수치가 국제 기준치보다 낮아도 무조건 전량 회수·폐기된다.
단, 비펜트린 검출 농가 계란의 경우 기준치가 초과 검출된 농장에 대해서만 회수·폐기 조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비펜트린이 기준치 미만으로 검출된 전북 순창 농가의 경우 별도 폐기·회수 조치는 하지 않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살충제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진 남양주와 광주시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 20만4000개를 회수해 폐기 조치하고 양주 농가에서 생산한 달걀 11만5200개도 16일 중 폐기 처분한다고 밝혔다.
한편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을 사용한 가공식품까지도 전량 수거·폐기될 전망이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제빵 과정에 들어간 계란 등 가공용의 경우 위험 정도는 계란을 직접 먹는 것보다 덜하지만, 금지된 농약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장의 계란을 사용한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전량 수거 폐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