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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살충제 계란' 국내 상륙에 전국 마트 판매 중단…'계란 대란' 시작되나
기사입력| 2017-08-15 16:09:05
유럽의 '살충제 계랸'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계란에서도 맹독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큰 혼란이 예상된다. 더욱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이미 오를대로 올랐던 계란 값이 더 치솟을 전망이어서 관련 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지난 14일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하던 중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의 8만 마리 규모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에서 '피프로닐' 살충제를 검출, 5일 0시부터 전국 모든 3000마리 이상 규모 농가에서 생산되는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전수검사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와 CU, GS25등 전국 편의점에서도 15일부터 전국 모든 점포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국내산 계란에서 나온 '피프로닐'은 개나 고양이의 벼룩 등을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 성분이다. 동물용의약외품 관련 법에 따라 닭에 대해서는 사용이 금지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피프로닐을 다량 섭취할 경우 간장, 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농장에서 납품받은 계란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러나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모든 매장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하며, 이후 정부 방침에 따라 재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유통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형마트 3사, 편의점, 주요 슈퍼마켓 등이 일제히 계란 판매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소비자들의 큰 혼란이 예상된다.
또한 식품업계에서는 계란을 직접 판매할 뿐만 아니라 각종 가공식품 등에 계란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파장이 크게 미칠 전망이다.
특히 계란 사용량이 많은 제빵·제과업계는 망연자실해하는 상황이다. 일단 긴장된 분위기 속에 사태를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향후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제품의 생산 중단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거래하는 농가는 살충제 계란과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출하 중단 조치가 내려진 이상 곧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며 "1∼2일 정도 사용할 계란은 있지만 그 이후에 출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 중단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계란을 요리에 사용하는 요식업계도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계란 확보도 문제지만, 소비자들이 계란 사용 제품을 기피할 것으로 보여 향후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AI가 진정되는 국면에서 다시 살충제 계란 사태가 벌어지니 안타깝다"며 "소비자 불안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계란값이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얼마나 더 오를지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4일 현재 계란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는 7595원으로, 1년 전 가격인 5350원보다 2245원이나 비싸다. 1년 사이에 가격이 42%나 오른 것이다.
이처럼 계란값이 오른 것은 지난 겨울 전국을 휩쓴 사상 최악의 AI로 국내 전체 산란계(알 낳는 닭)의 36%에 해당하는 2518만 마리가 살처분돼 계란 생산량이 크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AI 발생 전 하루 평균 계란 공급량은 약 4300만 개였지만 지금은 이보다 1300만 개 가량 줄어든 3000만 개 정도다.
계란 생산기반의 정상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산란계 수는 AI 발생 직전 6900만 마리였는데, 지금은 약 6600만∼6700만 마리 수준이다. 특히 산란율이 떨어지는 노계의 비율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 계란 공급량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AI 여파로 계란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이번 사태로 당분간 계란 수급이나 가격이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계란 성수기인 추석 시즌이 되면 '계란 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