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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앞두고 바짝 긴장…최대 30조원대 청구서 받나
기사입력| 2017-08-10 08:21:05
재계가 숨을 죽이고 재판부의 판단만을 기다리고 있다. 기아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1심 선고가 임박하며 당사자인 기아차뿐 아니라 재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는 것.
만약 재판부가 노조 요구를 모두 인정하고, 이를 소급 적용까지 하게 되면 기아차는 최대 5조원 규모의 임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한국지엠 등 관련 소송이 줄줄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재계 전체로는 20조~30조원의 노동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아차, 패소하면 최대 5조원까지 비용 늘 수도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산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통상임금 소송의 시작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458명은 연 700%에 이르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 근로 등 각종 수당을 다시 계산해 지급하라며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6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소송 참여 노조원은 1만4800여명으로 줄었지만 노조 측의 소송가액은 6657억원에 이른다. 또 2014년 10월에는 조합원 13명이 2011년 10월부터 발생한 1인당 3700만원의 임금 소급액을 지급해달라는 대표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은 기아차가 지급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느냐는 것.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등을 충족하는 기아차의 정기상여금이 결국 판결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관심의 초점은 과연 재판부가 새 통상임금 기준을 적용한 전부 또는 일부 소급 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할지 여부다.
현재 노조는 상여금 등이 포함된 새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과거 3년(임금채권 기한)간 받지 못한 각종 통상임금 연동 수당을 계산해 지급하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사측은 지금까지 해마다 임금협상에서 노사합의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던 만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과거 분까지 줄 필요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에 신의에 좇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이를 근거로 기업이 '경영상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되면 미지급된 통상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아차는 중국과 미국 등 해외시장의 영업 부진을 이유로 이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아차 추산에 따르면 우선 2011년 10월 2만7458명의 기아차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2008년 8월~2011년 10월(3년) 임금 소급액만 69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로 2014년 13명의 근로자가 통상임금 대표 소송을 통해 주장한 2011년 10월~2014년 10월(3년) 임금 소급액 약 1조1000억원에 대한 지급 의무도 생긴다.
이 두 소급분 1조8000억원에, 통상임금에 연동되는 퇴직금 등 간접 노동비용 증가분까지 모두 더하면 최대 3조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가 승소할 경우, 당연히 2014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받지 못한 임금까지 소급 지급해달라는 소송이 추가로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패소에 따른 기아차의 비용 규모는 최대 5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1심 판결이기 때문에 당장 기아차가 이 막대한 재원을 모두 마련해 지급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판결 시점(3분기)부터 이 예상비용을 회계장부에 '충당금' 형태로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상반기 분기당 평균 약 4000억원 정도였던 기아차의 영업이익을 고려할 때, 3조원의 비용을 3분기에 한꺼번에 반영하면 2조6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신의성실의 원칙이 배제되면 관련 소송 줄 이을 듯
이번 판결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이 고려되지 않을 경우 비용 부담은 기아차에 한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각 사업장에서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전체 노동비용 증가 규모는 20조~3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013년 '통상임금 산정 범위 확대 시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기상여금뿐 아니라 당시 노동계가 주장한 각종 수당이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기업이 부담할 추가 비용 규모를 최대 38조5509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는 과거 3년간의 임금 소급분 24조8000억원, 통상임금과 연동해 늘어나는 각종 수당(초과근로 수당 등)과 간접노동비용(퇴직금 등) 증가분 1년 치 8조8663억여원을 합한 것이다.
비슷한 시점인 2013년 5월 한국노동연구원도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의 노동비용 증가액(과거 3년+향후 1년)을 최소 14조6000억원에서 최대 21조9000억원으로 계산했다. 이는 통상임금에 고정상여금뿐 아니라 기타수당이 모두 포함되면 약 22조원, 고정상여금만 인정되면 약 15조원을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 그해 12월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추가 법정 수당 요구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 이후 개별기업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신의성실의 원칙이 인정되기도, 부정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기아차 판결에서 신의성실의 칙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재계에 미칠 파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재판부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결국 기록 확인 등 추가 검토를 내세워 오는 17일로 예정됐던 1심 선고 일정을 미루고, 추후 선고기일을 정하기로 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