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특검, '뇌물혐의' 이재용 부회장에 징역 12년 구형…"책임 미루고 있다" 지적도
기사입력| 2017-08-08 07:43:26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 공여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중대성과 특수성을 감안한 중형 구형이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1심 선고 공판을 열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7일 진행된 이 부회장과 함께 불구속 기소된 삼성그룹 전직 임원 4명의 뇌물공여 혐의 결심공판에서 구형량을 밝혔다.
특검팀은 법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것에 대해 "(국정농단) 사건은 경제계의 최고권력자와 정계의 최고권력자가 독대자리에서 뇌물을 주고받기로 하는 큰 틀의 합의를 하고, 합의에 따라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들과 주요 정부부처 등이 동원되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들이 정해지면서 진행된 범행으로 전형적인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예"라며 "이 부회장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이익의 직접적 귀속 주체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임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다른 피고인에게 책임을 미루는 점, 뇌물공여에 사용한 자금이 개인이 아닌 계열사 법인들의 자금인 만큼 참작의 여지가 없는 점, 최근 재벌 총수의 형사재판에서 원칙에 따라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삼성 측이 재단 출연금을 포함해 총 433억2800만원의 뇌물을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제공하거나 약속했다고 봤다. 실제 지급된 298억2535만원에 대해서는 법인자금을 횡령한 성격도 있다고 봤다. 최씨 소유 독일 법인에 제공된 자금은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특정경제 가중처벌법에 따르면 50억원이 넘는 재산국외도피 범죄는 가중처벌해 1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한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외에 298억원대 횡령, 78억원대 재산국외도피 등 모두 5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허위 진술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 위반)도 적용됐다.
삼성 측은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직후 "삼성의 자금이 최씨 측과 재단 등으로 흘러들어간 자금 관련 뇌물죄의 근거가 되는 대가관계가 충분치 않다"고 맞섰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특검은 초기 수사부터 삼성이 국정농단 기회를 이용해 이익을 취했다는 시각으로 수사를 했다"며 "그동안 공판 진행에서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고, 특검 공소장에도 무엇무엇이라고 마음먹고, 무엇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수락함으로써, 뭐뭐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등 일방적인 추측만 있을 뿐 공소 사실은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 측은 그동안 박 전 대통령과 최씨와 관련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승마 지원에 대해 이 부회장은 해당 내용을 알지 못했다며 특검과 맞서왔다. 삼성의 자금이 최씨 측과 재단 등으로 흘러들어간 건은 맞지만 뇌물죄의 근거가 되는 대가관계가 충분치 않은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 부회장도 지난 2~3일 진행된 피고인신문을 통해 특검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당시 "(면담에선) 박 전 대통령의 일방적 요구만 있었다. 승계 작업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며 "승계 도움을 받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며 면담 당시에 승계 문제를 대통령에게 부탁할 겨를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구형은 당초 예상치를 뛰어넘는 구형"이라며 "재판부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죄의 근거가 되는 대가관계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가 1심 선고공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