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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 한국피자헛, 이제와서 가맹점주와 상생?…'프랜차이즈 매뉴얼' 잠정 연기로 구설

기사입력| 2017-07-25 07:49:51
계약서 하부규정 역할을 하는 '프랜차이즈 매뉴얼'을 일방적으로 개정한 뒤 가맹점들에게 통보해 '갑(甲)질' 논란을 빚었던 한국피자헛이 이 매뉴얼의 시행을 잠정 연기하면서 구설에 휩싸이고 있다.

개정된 프랜차이즈 매뉴얼에는 점주들에게 불리한 독소 조항들이 포함돼 있어 '노예 계약서'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는데, 지난 17일로 예정됐던 개정안의 시행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연기된 것.

한국피자헛 측은 "프랜차이즈 매뉴얼 개정안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더 많이 청취하고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안과 관련해 현장 조사에 착수한 것에 부담을 느끼고 이를 연기하는 '꼼수'를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업계는 이번 매뉴얼 개정안 시행 연기를 시작으로 가맹점주에게 마케팅비용 전가 등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한국피자헛의 갑질 행태가 본격적으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뉴얼 일방적으로 개정하더니 공정위 조사 착수하자 전격 연기?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 한국피자헛은 1998년 9월 1일부터 시행되어온 피자헛 프랜차이즈 매뉴얼을 일방적으로 개정해 각 가맹점주들에게 전달했다. 한국피자헛은 프랜차이즈 개정안 운영 규칙에 '날인 첨부된 프랜차이즈 매뉴얼은 (가맹) 계약서의 하부문서로 계약서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고 명시했다. 결국 외형적으로는 프랜차이즈 매뉴얼의 개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가맹 계약서 내용을 대신하게 되는 셈.

여기에 더해 한국피자헛은 '프랜차이즈 본부가 판단해 본 매뉴얼의 개정이 필요할 경우 개정할 수 있으며, 프랜차이즈 본부는 개정된 내용을 유·무선·서면 등의 방법으로 가맹점에 통보하도록 한다. 가맹점은 개정된 매뉴얼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기까지 했다.

이외에도 이번 개정안에는 가맹점주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독소조항들이 포함됐다. 가맹점주들에게 인테리어 등 각종 비용 지불 책임을 지우거나 본사의 지도사항을 따르지 않을 경우 가맹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 곳곳에 추가된 것. 특히 비용과 지도사항에 대한 범위를 불분명하게 명시해 사실상 본사가 갑의 지위를 이용해 가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완성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국피자헛 측은 "매뉴얼(지침서)의 가장 큰 목적은 매장 운영과 관련한 절차와 정책을 매장에서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에 가맹본부에서 필요할 경우 업데이트 할 수 있는 것이며, 이는 가맹 계약서 상에도 명시돼 있다. 당사는 2015년 공정위의 시정권고 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가맹계약서 및 매뉴얼(지침서) 내용을 시정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가맹점주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렸고, 결국 이달 초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방적으로 매뉴얼을 변경했던 한국피자헛이 최근 개정안 시행일을 앞두고 잠정 연기를 갑자기 발표했다. 전격 연기와 관련해 한국피자헛은 "당사는 최근 '프랜차이즈 매뉴얼' 개정안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오해가 제기된 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당사는 가맹점주와의 협력과 상생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에, 매뉴얼 개정안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더 많이 청취하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피자헛의 이러한 연기 결정 사유에 대해 업계에선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결정 통보했을 때는 온갖 명분을 내세우며 그 취지의 정당성을 강조하더니, 불과 며칠 사이에 입장과 태도가 180도 달라진 배경을 놓고 업계에선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전격 연기한 것을 놓고 볼 때 한국피자헛이 소나기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논란에서 자유로워 지지는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피자헛 갑질 논란 행태, 공정위 칼날 피해가기 어려울 듯

한국피자헛의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가맹점주들에게 계약서상 근거 없이 부과한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다. 피자헛은 가맹점주들에게 대금 청구서를 보내면서 어드민피 항목을 만들었는데 이는 마케팅비나 전산지원 또는 고객 상담실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뜻했다. 가맹점주들은 월 매출액의 0.55%씩 어드민피를 냈다. 그러다 2012년 4월 이후에는 매출액의 0.8%로 어드민피가 늘었고 이 시점부터 새로 계약하거나 계약을 갱신한 일부 점주는 회사의 요구에 따라 어드민피를 내는 데 동의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어드민피가 계약상 근거 규정도 없다며 지난 2015년 6월 소송을 냈다. 그리고 지난달 9일 서울고법은 강모씨 등 피자헛 가맹점주 75명이 한국피자헛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피자헛이 점주들과 맺은 가맹계약에 따르면 어드민피를 부과할 근거가 없고 묵시적인 합의도 인정할 수 없다"며 "법률상 아무 이유도 없이 어드민피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은 어드민피를 내기로 합의서를 작성한 가맹점주들은 돈을 반환받을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일부 뒤집었다. 재판부는 가맹점주들이 쓴 합의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1심과 달리 "합의서 내용이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며 효력을 인정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가맹점주들은 불복, 지난달 28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와 관련 한국피자헛은 "어드민피 소송과 관련한 법원의 모든 결정을 존중한다"며 "대법원 상고에 참여하지 않은 가맹점주들에 대한 상고 계획은 없으며, 상고를 진행한 가맹점주들에 대해서만 법적 절차를 따를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가맹점주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또 다른 한국피자헛의 정책 중 하나는 할인 프로모션 관련 비용 전가다. 앞서 한국피자헛은 '프리미엄 피자 최대 4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프로모션 비용을 100% 가맹점주에 떠넘겨 비판을 받았다. 당초 한 달간 운영하려던 이 프로모션이 1년째 이어지면서 가맹점주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피자헛은 최근 한국소비자협의회 조사 결과 이동통신 멤버십 할인을 진행하면서 할인액의 100%를 가맹점에 전가하는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여러 논란을 빚었던 한국피자헛이 이번에는 가맹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프랜차이즈 매뉴얼을 개정해 시행하려다 공정위의 눈치를 본 뒤 전격 연기한 것.

이런 이유로 그동안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한국피자헛의 여러 행태들이 앞으로 상당히 제동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가맹점주들에게 행하던 한국피자헛의 갑질 의혹 행태들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큰 문제가 안됐지만 개정 매뉴얼 건을 비롯해 여러 건들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정위의 칼날을 피해가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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