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비수기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19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1개월여 지난 현재 서울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와 일반아파트 등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중이다.
또한 이같은 아파트 가격 상승은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약발을 다했다는 평가와 함께 더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 고공행진…물건도 사라져
23일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17% 올라 이달 들어 3주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41% 올라 3주 연속 상승폭이 커졌다.
이는 정부의 합동 단속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달 9일 주간 상승률(0.45%)과 비슷한 수준의 오름폭이다.
6·19대책 이후 한 달간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도 1.26%이로 대책 발표 직전 한 달(1.7%)에 비해 오름폭은 둔화했지만 꾸준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 일부지역 아파트는 6·19대책 이후 수천만원 이상 매매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이마저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물건 자체가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8㎡ 로열층은 지난 22일 13억3000만원에 팔려 6·19대책 직전 12억∼12억1000만원 선에서 최고 1억3000만원 올랐다.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72㎡는 6·19대책 이전 16억5000만원에서 현재 8000만원 정도 오른 17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도 지난달 대책 이후 3000만∼4000만원 오른데 이어 지난 20일부터 이주가 시작되면서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견인 상승시키고 있다.
재건축 유망 단지로 꼽히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전용 66㎡는 최근 역대 최고가인 9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진 뒤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이 높은 강북에서는 '갭투자'가 성행 중이다.
갭투자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광진구 자양동 자양10차 현대홈타운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달 7억4000만∼7억5000만원이었는데 현재 호가가 최고 8억원까지 올랐다.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 전용 54.6㎡는 2억6000만원에서 한 달 만에 2000만원 오른 2억8000만원의 호가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기 신도시로 '갭투자' 확산 분위기
이같은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주변 신도시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늘면서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7월 14일 기준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은 작년 말 대비 1.72% 상승했다. 2기 신도시가 0.76% 오른 것에 비해 상승폭이 1%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특히 분당은 올해 들어 2.41% 올랐다.
분당신도시 아파트값은 현재 3.3㎡당 평균 1347만원으로 10년 전인 2007년의 3.3㎡당 1978만원에 한참 못미쳐 투자자들이 유입되는 분위기다.
지난주 매매가격 대비 서현동 효자동아는 1000만원, 정자동 한솔주공5단지는 500만~1000만원, 이매동 아름선경은 1000만~1500만원씩 각각 상승했다.
일산 신도시 일대도 GTX 개발 호재로 소형물건 중심의 수요가 대거 몰리고 있다.
지난주 대비 주엽동 문촌9단지주공이 250만~1000만원, 장항동 호수4단지LG롯데가 500만~2000만원씩 각각 올랐다.
이처럼 서울, 신도시 등의 아파트 가격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부동산 업계는 "6·19 대책의 약발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7~8월은 여름 휴가철로 전통적인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가격 상승 추세는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한편으로는 정부의 추가 부동산 규제대책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114 윤지해 책임연구원은 "금융당국이 8월 발표를 예고한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더불어 정부의 부동산 추가 대책이 과열된 주택 시장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