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피스텔에 대해 투자수요가 늘면서 분양현장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27일 일산 반도 유보라 오피스텔에 청약 접수를 하기 위해 신청자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 일산=장종호 기자
"이렇게 혼잡한데 인터넷 청약 접수를 안 받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네요."
'6·19 부동산 대책'의 규제에서 비껴간 오피스텔에 대해 투자수요가 늘면서 이같은 청약신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청약신청 현장에서는 '1박2일' 줄서기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새치기', '무제한 대리접수', '불법주차'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임에도 건설사와 분양대행사들은 대책 마련이나 통제를 하기는커녕 '나몰라라식' 태도를 보여 청약신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와 분양대행사가 신청자들의 편의보다는 일종의 홍보효과를 노린 행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6·19 대책'은 서울과 경기 일부, 부산 등 조정대상지역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금지됐고, 3일부터는 대출받을 때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종전보다 10%포인트씩 낮아지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규제 대책에서 제외된 오피스텔로 시중의 투자자금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열된 오피스텔 '1박2일' 청약 접수까지…고객들 불만 연이어
반도건설과 분양대행사는 지난달 26~27일 이틀간 경기도 일산에서 오피스텔 '반도 유보라 더 스마트'의 청약 신청접수를 받았다. 일산 유보라 오피스텔은 23㎡와 57㎡ 등 2개 타입으로 공급되며 2020년 12월 입주 예정이다. 해당 오피스텔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킨텍스역(예정) 역세권인데다 인근에 일산호수공원, 킨텍스, 현대백화점, 빅마켓 등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오피스텔이 '6·19 부동산 대책'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점과 청약통장이 필요없다는 이유에서 시장의 투자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정식 분양전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일산, 김포, 파주 등 인근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꾸준히 투자가치와 청약 접수 방법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청약 신청을 받는 첫 날인 지난달 26일 오전엔 이미 수백명이 서류접수를 위해 길게 줄을 서기 시작했다. 제일 앞줄에 선 한 신청자는 "새벽 5시쯤 현장에 도착했다"며 피곤한 기색을 드러냈다. 신청 서류 접수를 받기 시작한 오전 10시엔 이미 1000명이 넘는 신청자들이 줄을 길게 선 상태였다.
인근 도로는 이중 주차로 몸살을 앓았고 주변엔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지만 이를 통제하거나 치우는 분양대행사 인원은 안보였다. 또한 곳곳에서 새치기를 시도하는 '얌체족'들도 눈에 띄면서 신청자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10시쯤 분양대행사가 신청 서류를 받기 시작했지만 눈에 띄게 줄은 줄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쯤 도착, 줄을 섰다는 60대 신청자 A씨는 오후 늦게는 되어야 접수할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그는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서류를 접수했다. 약 8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는 "건설사가 인터넷 청약접수를 받거나 접수창구를 늘리면 이렇게 오랫동안 고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신청접수방식에 대해 지적했다.
또 다른 신청자인 B씨는 "제한이 없는 대리접수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7시간만에 서류를 접수했다는 B씨는 "부동산업자들과 일부 개인들이 수십건의 서류를 작성해 대리접수하다보니 줄이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류접수 마지막날인 지난달 27일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일부 신청자는 다음날인 6월 28일 새벽이 되어서야 서류를 접수하고 위와 같은 불만들을 쏟아냈다. 해당 오피스텔은 924호실 모집에 1만8000여건이 접수돼, 약 20대1의 청약경쟁률로 마감했다.
이에앞서 지난달 20일 GS건설이 청약접수를 받은 경기 김포시 '한강메트로자이 오피스텔'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인근 도로는 북새통을 이뤘고 청약 신청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또한 한화건설이 지난 4월 광교신도시에 짓는 '광교컨벤션 꿈에그린'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서는 청약 신청자들이 집단 반발,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곳 신청자들 역시 온라인 청약을 받지 않는 점과 무제한적인 대리접수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며 한화건설의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온라인 대신 현장접수는 '홍보효과' 때문?…건설·분양사 "억울"
이처럼 오피스텔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청약을 원하는 신청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건설사와 분양대행사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건설사들이 온라인 청약을 회피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오피스텔 청약서류를 접수한 C씨는 "건설사들이 분양흥행을 노려 인터넷 청약 대신 현장 접수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주택법에 따르면 인터넷 청약을 의무화한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건설사가 접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오피스텔은 대리접수에 대해서도 제한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와 분양대행사가 비용적인 측면과 홍보효과라는 두 가지 이유에서 인터넷 청약을 안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건설사와 분양대행사가 청약 온라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을 아끼는 동시에 '줄세우기'를 통한 광고 효과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사와 분양대행사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일산 반도 유보라 오피스텔 분양을 맡았던 업체 관계자는 "입지여건상 어느 정도 수요는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며 "그런데 6·19대책 발표 이후 규제대상에서 오피스텔이 제외됨에 따라 신청자들이 기대 이상으로 몰려 혼잡했다"고 말했다.
현장접수는 실수요자와 '웃돈'을 노린 허수를 가리는 방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분양대행사의 입장에서는 청약 경쟁률 보다는 실제 계약률이 더 중요하다"면서 분양 홍보 효과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 청약을 받게 될 경우엔 자칫 단기투자를 노리는 자금이 집중되지만 실제 계약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경향이 많다"면서 "현장에서 줄서는 분들은 실제 계약을 할 실수요자로 보고 불가피하게 현장 접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