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6·19 대책 발표 이후 오피스텔로 투자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일부지역에서는 분양권에 '웃돈'까지 붙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반도건설이 일산에 공급예정인 '유보라 더 스마트' 오피스텔의 조감도. 사진제공=반도건설
"팔려고 내놓은 매물은 거의 없는데 구입을 원하는 문의는 많습니다."
이는 최근 오피스텔을 분양한 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처음 선보인 부동산정책인 '6·19 대책'의 '풍선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이번 규제대책에서 제외된 오피스텔의 청약 열기가 달아오르는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분양권에 '웃돈'이 붙고 있다고 전했다.
6·19 대책 이후 저금리 기조로 갈 곳을 잃은 목돈이 이제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오피스텔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정 기간 이같은 열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렇다고 '묻지마식' 투자는 삼가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정부가 지난 19일 내놓은 6·19대책은 서울과 경기 일부, 부산 등 부동산 과열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금지됐고, 다음 달 3일부턴 대출받을 때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종전보다 10%포인트씩 낮아지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발표 때부터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듯, 규제에서 비켜난 오피스텔로 쏠림 현상이 생기는 풍선효과가 우려됐다.
▶오피스텔 열기 후끈 '풍선효과'?…분양권에 '웃돈'까지 붙어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20일 경기 김포시 걸포동 걸포3지구에 짓는 주거용 오피스텔 '한강메트로자이 오피스텔'의 청약접수를 받았다. 이곳은 정부의 '6·19 대책' 발표 직후 청약 신청을 받는 오피스텔이기 때문에 업계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청약접수 결과 200실 모집에 총 5000여명(중복청약자 포함)이 몰려 약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이에 앞서 같은 단지내에 들어서게 될 걸포 한강메트로자이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평균 7대 1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오피스텔의 청약 수요가 한층 높아진 셈이다.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은 지난 20일 오전 9시 청약접수 이전인 새벽부터 청약자들이 길게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청약서류를 접수하기 위해 3~4시간씩 줄을 선 청약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선 한강메트로자이 아파트 청약에서 탈락해 오피스텔을 구하려는 실수요자들과 투자 수요가 섞이면서 경쟁률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피스텔은 청약통장이 필요없고 분양권 전매 등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단기간 수익을 원하는 수요자들이 몰린 것으로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지난 21일 오후 한강메트로자이 오피스텔 당첨자 발표가 난 뒤 오피스텔 분양권에 일정 금액의 '웃돈'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권 매물 문의는 아직 적지만, 구입 문의는 꾸준히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4㎡의 경우 수 백만원, 49㎡는 10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뒤 "다만 실제 거래는 흔하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 곳 뿐만 아니라 청약을 앞둔 오피스텔도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반도건설이 경기도 고양시 한류월드에 공급하는 오피스텔 '유보라 더 스마트'의 견본주택을 23일 오픈하고 본격 분양에 들어간다. 반도 유보라 더 스마트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킨텍스역(예정) 역세권 오피스텔인데다 인근에 일산호수공원, 킨텍스, 현대백화점, 빅마켓 등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23㎡와 57㎡ 등 2개 타입으로 공급되며 2020년 12월 입주 예정이다.
이곳에도 실수요자들 뿐만 아니라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점쳐진다. 해당 오피스텔 분양을 안내하는 상담원은 "견본주택 오픈일이 다가오면서 고객들의 전화 문의가 더욱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도 "실제 청약접수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일단 분양 흥행 분위기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타 지역에서도 반도 유보라 오피스텔 분양일정과 투자가치 여부에 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피스텔 열기 당분간 이어질듯…묻지마식 투자는 경계해야"
이처럼 오피스텔로 청약 수요가 몰리는 등의 '풍선효과'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업계는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오피스텔에 시중의 여유자금이 쏠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의 이미윤 연구원은 "저금리 상황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도 오피스텔 열풍을 부채질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지나친 열기를 우려해 금리인상 시사와 새로운 대출규제 도입 가능성 등 경고성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설사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금융수익이 기대보다 적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결국 수익형 부동산에 눈을 돌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정부가 경기 위축 우려와 가계 부담 때문에 급격한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부동산업계는 '묻지마식' 오피스텔 투자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미윤 연구원은 "일부 지역에서는 오피스텔 물량이 과도하게 공급돼 기대한 만큼의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현재 시세가 분양가격보다 내려간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교통인프라, 편의시설 등 오피스텔 주변 입지 뿐만 아니라 주변 오피스텔 공급·입주상황 등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해 11·3 대책 발표 이후에도 오피스텔 거래 건수는 크게 늘어나고 주요 지역에서 분양한 오피스텔마다 투자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었다. 부동산 업계는 이번 6·19 대책 이후 시장상황도 11·3 대책 발표 당시와 크게 다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