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겐다즈가 최근 기습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구설에 휩싸였다.
한국하겐다즈는 국내외 물가상승과 주요 원재료가격 인상 영향을 앞세워 지난 1일 자로 매장과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인상했다. 기존 9900원에 판매되던 파인트(473㎖)는 14.1% 오른 1만1300원에 팔고, 미니컵(100㎖)은 3900원에서 4200원으로 7.7% 올린 것.
이에 대해 최근 라면·치킨·콜라 등 먹거리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틈을 타 슬그머니 인상에 나섰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또 인상요인으로 꼽은 물가상승과 원재료가격 인상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분석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하겐다즈는 그동안 해외에 비해 국내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이번 가격 인상 역시 한국에서만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아, 하겐다즈가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돈은 잘 벌리는데 가격은 더 올린다?
하겐다즈가 제품 가격을 올린 것은 지난 2011년 10월 이후 5년 8개월 만이다. 지난 2011년에는 전 제품의 가격을 편의점 기준으로 각각 400원씩 올려 미니컵은 3500원에서 3900원으로 가격이 11.4% 인상됐고, 파인트는 기존 9500원에서 9900원으로 4% 올랐다.
하지만 이번 가격 인상은 최대 14.2%로 인상 폭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미니컵 3000원대, 파인트 9000원대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는 평가다.
하겐다즈 측은 이번 기습 인상의 요인으로 아이스크림 주원료인 유제품과 설탕, 바닐라, 딸기, 호두, 마키다미아 넛, 계란 등의 원자재 가격 상승과 국내외 물가 상승으로 인한 포장, 운송 비용 등의 상승을 꼽았다. 하겐다즈 관계자는 "생산 원가 부담에도 지난 5년간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제품 가격을 동결해왔다"며 "지속적인 생산, 유통 원가 상승을 고려한 최소한의 가격 인상임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하겐다즈의 가격 인상은 근거가 부족하다며 인상 요인별로 부당함을 지적했다.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한국하겐다즈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2년 대비 68% 상승한 459억원, 영업이익률은 2012년 대비 112% 오른 14.7%를 나타냈다. 반면 매출원가율은 2012년 48.1%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6년에는 42.6%까지 낮아졌다.
물가감시센터는 "업체측에서 밝힌 국내외 물가상승과 주요 원재료가격 인상 영향은 소비자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유제품, 설탕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은 하겐다즈의 주장과 달리 대폭 하락했다.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의 특성상 유럽의 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원재료 가격을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원유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2014년 4.33달러에서 2016년 2.08달러로 대폭 하락 후 다시 상승한 것으로, 2015년 2.61달러 평균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설탕 또한 2015년 0.37달러로 크게 하락한 후 상승하고 있어 2017년부터는 2014년 0.43달러 수준으로 회복한 상황이다.
이어 물가감시센터는 "포장비에 영향을 미치는 펄프는 2013년 t당 716.6달러에서 2017년 1분기 603.3달러로 15.8% 하락했고, 폴리에틸렌 또한 2013년 t당 1435달러에서 2015년 1085달러로 크게 하락하여 포장비 인상 또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매출액 대비 운반비 비율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소비자가 봉? 쥐꼬리 기부도 논란
물가감시센터 측의 주장에 대해 하겐다즈 측은 "가격 인상에 영향을 끼친 원료로는 주재료인 바닐라가 618%, 딸기가 87%, 설탕이 49%, 마카다미아 넛이 39% 등 큰 폭으로 상승한데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가격 인상은 지속적인 생산, 유통 원가 상승을 고려한 최소한의 인상으로, 앞으로도 고품질 원재료를 사용한 최상급의 품질과 맛을 제공하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임을 이해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겐다즈의 해명은 궁색하다는 평가다. 당초 인상요인으로 꼽았던 유제품의 가격 인상은 물가감시센터의 지적 이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겐다즈 가격은 이미 해외에 비해 국내가 비싼 상황에서 다시 가격을 최대 14.2% 올려 말 그대로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보고 있는거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한 언론이 지난 2013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의 경우 한국 가격이 미국 소매가격의 4배가 넘고, 일본에 비해서도 2배 가량 비싼 걸로 나타났다.
여기에 바닐라 딸기 등 원재료가 상승은 전세계적인 해당사항인데, 한국에서만 원가 부담 운운하며 가격을 전격 인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워 한국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국에서만 가격 인상이 된 것 맞느냐'는 질문에 하겐다즈 측은 "확인이 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결국 이번 하겐다즈의 가격 인상은 최근 국내에서 술, 음료에 이어 커피, 햄버거, 치킨 등 먹거리 인상 행렬을 틈타 기습적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하겐다즈는 지난 1991년 국내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26년째 줄곧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업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국내 기부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겐다즈가 공시한 회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인 67억5000만원을 기록한 반면 기부금은 405만99원에 그쳐 '쥐꼬리 기부'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심지어 영업이익 41억1500만원을 기록했던 지난 2015년에는 563만3014원을 기부해, 영업이익이 늘었음에도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 하겐다즈 측은 "1171명의 전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연탄봉사, 나무 심기, 지역 아동 센터 방문, 김장 봉사 등 매년 봉사 활동과 후원금 또는 자사 제품 기부를 통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겐다즈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업계에서 부동의 1위 기업이라는 자신감에 취해 국내 소비자를 등한시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겐다즈가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업계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배려는 부족한거 같다"며 "지금 같은 행태가 반복되면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은 나뚜루, 끌레도르 등 다른 브랜드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으로 서서히 옮겨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