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치킨 가격, 도미노 인상 현실화…눈치보던 교촌도 가격 인상
기사입력| 2017-06-01 07:54:19
서민들이 즐겨 먹는 대표 간식인 치킨 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결국 현실화됐다. BBQ에 이어 업계 매출 1위인 교촌치킨이 치킨 가격을 올리기로 한 것.
프랜차이즈업계는 1·2위 업체가 '총대'를 메고 값을 올리면 뒤따라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bhc와 굽네치킨 등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들 역시 멀지 않은 시기에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결국 서민들은 치킨을 최소 2만원 주고 먹어야 하는 시대에 직면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본사의 이익을 위해 가격을 올려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31일 "6월 말부터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인상 폭은 내부적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촌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메뉴 가격을 부분적으로 인상했다. 이번에는 모든 치킨 제품의 가격을 올릴 계획이며, 인상 폭은 전체 메뉴 기준 평균 6~7% 선이 될 전망이다.
교촌의 대표 메뉴는 '교촌오리지날'(1만5000원), '교촌허니콤보'(1만8000원) 등이다. 가격이 인상되면 일부 메뉴는 한 마리에 2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치킨업계에서는 교촌치킨의 가격인상을 예상해 왔다. 앞서 BBQ는 5월 1일부터 황금올리브치킨 등 10개 품목의 가격을 품목별로 8.6~12.5% 인상했다. '황금올리브치킨'은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12.5%, '시크릿양념치킨'은 1만7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11.8%, '자메이카통다리구이'는 1만75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8.6% 각각 인상했다. BBQ의 주요 치킨 메뉴 가운데 1~2개만 제외하고는 모두 1만원대 후반~2만원대 수준이 됐다. BBQ피크닉세트와 꼬꼬넷치킨세트는 현재 2만9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때문에 4월부터 업계와 소비자들의 이목은 업계 매출 1위인 교촌치킨으로 집중됐는데, 당시 교촌치킨 측은 "가격인상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으나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교촌치킨은 약 한 달만에 입장을 뒤집고 가격 인상 계획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여론의 비판을 받지 않게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소비자는 "BBQ가 가격 인상을 할 당시 교촌도 당연히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상당히 신선하게 바라봤다"면서 "그러나 결국 한 달이 지나 가격 인상을 한다는 것을 보니 모든 것이 '쇼'였던 것 같아 상당히 보기 안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아닌 척 하고 있다가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는 교촌치킨이 참 비겁해 보인다"고 비난했다.
BBQ에 이어 교촌까지 가격을 올리면서 나머지 치킨 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다만 교촌, BBQ와 함께 '빅3'인 bhc 측은 "가맹점들의 가격 인상 요청은 계속 있지만 당장은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bhc 뿐만 아니라 업계 4위인 굽네치킨도 머지 않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치킨업계는 수년간 인건비와 임대료는 상승한 반면 최소 3년에서 8년째 치킨가격이 동결돼 가맹점의 수익이 악화돼 왔다고 밝혀왔다. 따라서 '가격 현실화', 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치킨업체들이 4~6%대 이르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것을 따져볼 때 명분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박도 나오면서 그동안 논란이 계속돼 왔다. 가령 교촌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3% 오른 2911억원으로, 3000억원에 육박하며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76억원이었다.
앞서 가격을 올린 BBQ도 bhc에 밀려 3위로 뒤쳐지긴 했으나 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219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나 급증한 191억원이었다. 아직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은 bhc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액은 2326억원으로 1840억원이었던 전년대비 무려 69.1% 증가했다.
이 때문에 가맹점들은 경영난으로 허덕이는 상황에서 정작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자사의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고정비 인상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을 위한 가격 인상이라고 하지만 정작 본사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BBQ의 경우 전국 가맹점주에 '광고비 분담'을 목적으로 상품당 500원씩을 떼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는데 가맹점 수호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와관련, 교촌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기준 6% 정도로 높지 않고, 치킨 판매량은 늘었지만 고정비 상승으로 가맹점 수익이 매년 계속 악화하고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익은 100% 가맹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