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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도 만족했다는 '피츠', 출시 전부터 표절 논란…롯데의 떨치지 못한 '표절' 악령

기사입력| 2017-05-30 07:53:08
롯데주류의 신제품 '피츠 수퍼클리어'
롯데의 표절 악몽이 다시 시작됐다.

롯데제과 제품 디자인 표절 등 여러 차례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롯데가 이번엔 주류에서 일을 쳤다. 롯데주류가 올 여름 맥주시장을 겨냥해 야심차게 선보인 신제품 '피츠 수퍼클리어'(Fitz Super Clear)가 일본 제품을 베꼈다는 의혹에 휘말린 것. '피츠 수퍼클리어'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반한 맛으로 전해져 애주가들의 큰 기대를 모았지만 출시도 되기 전에 표절 의혹이 제기돼 '맥'이 빠지게 됐다.

더욱 심각한 점은 표절 논란이 쌍으로 불거졌다는 것. 우선 제품 선택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제품명이 일본의 껌 이름과 비슷한데다 제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한 광고가 경쟁사 광고와 메시지, 구성까지 흡사해 표절 의심을 사고 있다.

결국 '깔끔한 끝 맛'을 무기로 올 여름 맥주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피츠 수퍼클리어'는 첫 맛부터 깔끔하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특히 롯데는 여러 차례 표절 논란에 휘말렸기에 롯데주류의 이번 사태는 상당히 뼈아프게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빼빼로 프리미어'·'와플메이트' 등이 제품 및 포장 디자인 표절 논란에 휩싸이는가하면 롯데백화점은 정기세일 광고를 베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게다가 제2롯데월드는 외벽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는 등 롯데그룹은 전방위적으로 표절과 관련해 구설에 오르는 단골 멤버다. 이런 가운데 롯데주류가 또 다시 표절 의혹에 휘말리면서 롯데그룹은 '표절왕국'이라는 오명을 당분간 벗기 어렵게 됐다.

▶신동빈 회장도 만족한 '피츠'인데 표절이라니…

다음달 1일 출시 예정인 '피츠 수퍼클리어'는 롯데주류가 '클라우드' 이후 3년 만에 내 놓은 신제품이다. '클라우드'가 마니아를 위한 제품이었다면 '피츠 수퍼클리어'는 술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다. 특히 이재혁 롯데그룹 식품BU(Business Unit)장이 지난 2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처음 공개한 제품이란 점에서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재혁 부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클라우드'와 '피츠 수퍼클리어' 두 개의 브랜드로 맥주 시장 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리겠다. 올해 안에 '클라우드'는 900억원, '피츠 수퍼클리어'는 700억원의 판매실적을 달성한다는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피츠 수퍼클리어'를 직접 맛보고 만족해했다"고 덧붙일 정도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피츠 수퍼클리어'는 출시 전부터 이미지에 심한 상처를 입게 됐다. 우선 '피츠 수퍼클리어'의 상표가 일본롯데의 인기 껌 제품인 피츠(Fit´s)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본롯데의 껌 제품은 마지막 글자가 's'이고 롯데주류의 맥주는 'z'라는 것만 다를 뿐 기본적인 콘셉트나 발음, 의미 등이 거의 같다. 일본롯데의 '피츠' 껌은 지난 2009년 출시돼 한 달도 안돼 2000만개 이상 팔릴 정도로 빅히트를 기록한 상품이다. 국내에도 롯데제과를 통해 'ID껌'이란 상품명으로 출시돼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따라서 롯데 관계자들이라면 '피츠' 껌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을 수밖에 없어, '피츠 수퍼클리어'란 제품명이 공개된 이후 표절 의혹은 더욱 힘을 받았다.

이와 관련 롯데주류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Fit'은 일반동사로 다양한 제품명에 사용되고 있다"며 "브랜드명을 'Fitz'로 최종 결정한 것은 'fit'이 '꼭 맞다', '적합하다' 등의 뜻을 갖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 함께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어떤 음식과도 꼭 어울린다는 제품의 속성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상표뿐 아니라 배우 조정석을 모델로 기용한 '피츠 수퍼클리어' 방송 광고도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이 광고는 흰색 셔츠 차림의 조정석이 하얀 배경의 방에 홀로 앉아 '피츠 수퍼클리어'를 마신 뒤 '마신 후 3초면 (깔끔한 맛을) 알게 된다'는 문구와 함께 깔끔한 맛에 감탄하는 표정을 클로즈업 한다. 그런데 이 광고가 경쟁사인 오비맥주가 지난 2011년 배우 공유를 모델로 등장시켜 선보인 OB골든라거 광고와 메시지부터 구성까지 매우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공유는 조정석과 비슷한 포즈로 비스듬히 앉아 맥주를 마신 뒤 'OB를 마실 땐 입안에서 3초만 음미해 주세요'란 문구와 함께 OB골든라거의 청량함에 감탄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광고계의 한 관계자는 "두 광고가 3초 만에 맛을 알게 된다는 콘셉트나 모델이 비스듬히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 포즈 등에서 흡사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롯데주류 측은 "흔히 사용되는 콘셉트인데 같은 맥주 카테고리여서 이슈가 된 것 같다"며 "두 광고는 메시지의 차이가 있다"고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롯데=표절' 악몽, 되살아나나?

롯데주류의 이번 표절 논란은 내부 검증 시스템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피츠 수퍼클리어'란 제품명과 관련해, 롯데주류 측은 "내부공모를 진행한 것은 맞지만 '피츠'는 내부 공모로 선정된 브랜드 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직원들이 내 놓은 아이디어가 아닌 전문가에 의해 최종 결정되었다는 설명인데 그 과정에서 일본 '피츠'껌과의 논란조차 예상하지 못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롯데주류 측은 "제품명은 상표권 신고 등 법적으로 확인하고 결정한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베꼈다는 의혹이 불거진 '피츠 수퍼클리어'의 광고를 제작한 곳은 다름 아닌 롯데그룹 계열 광고기획사인 대홍기획이다. 대홍기획은 지난 2014년에도 '클라우드' 광고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톱스타 전지현이 출연했던 '클라우드' 광고는 전지현이 야경을 배경으로 황금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파티장으로 향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 광고는 명픔 브랜드 구찌의 향수 광고에서 모델이 입은 옷이나 야경을 쳐다보는 뒷모습을 보여주는 설정 등이 너무 비슷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대홍기획 측은 "클라우드 광고는 순수 창작물이며, 논란이 제기된 구찌 광고는 본적도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전례가 있던 만큼 '피츠 수퍼클리어' 광고는 더욱 표절과 관련해 철저한 검증이 필요했던 상황이다. 그런데 심지어 경쟁사의 광고와 유사성 논란이 불거진 것은 롯데주류나 대홍기획이 너무 안일하게 제품 출시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한다.

롯데주류 측은 '피츠 수퍼클리어' 광고의 표절 논란에도 광고 중단 등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츠 수퍼클리어'에게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으로 제품의 참신함에 상처를 입게 됐다"며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시기는 제품의 평생 이미지를 결정할 중요한 때인데, 이런 의혹에 휩싸였다는 것 자체가 치명타다. 그만큼 소비자의 호감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신제품 '피츠 수퍼클리어'의 논란으로 롯데그룹은 다시 한 번 '표절'이란 악몽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 롯데는 그동안 표절과 관련해 다양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지난 2014년에는 롯데제과의 '빼빼로 프리미어' 디자인이 일본 제과업체 '에자키글리코'의 '바통도르' 제품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야 했고, 지난해에는 롯데백화점의 정기세일 광고가 독일 브랜드 에스카다의 광고와 지나치게 비슷해 문제가 됐다. 당시 롯데백화점 측은 "의도하지 않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 롯데제과의 '와플메이트'가 아일랜드 비스킷 회사 시무어스의 '소셜 서클스' 포장지 디자인을 베꼈다는 의혹을 샀고, 제2롯데월드는 국내 디자인회사 투씨엠으로부터 외벽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주장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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