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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무료 음료' 안주려던 스타벅스 사과안하다가 끝내 패소

기사입력| 2017-05-29 10:43:48

커피전문점 체인 스타벅스가 1년 동안 무료 음료를 주겠다는 경품 행사를 해놓고 정작 당첨된 소비자에게 음료 1잔만 제공했다가 1년치 음료 값을 물어주게 됐다. 스타벅스는 공지를 잘못 올렸다고 변명하며 20잔의 무료음료 쿠폰으로 소비자를 설득했으나 소비자가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것.

같은 경품행사에 총 100명의 당첨자들이 있어, 스타벅스는 이들로부터 추가적인 소송에 휘말리게 될 전망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단독(조정현 부장판사)은 소비자 A씨가 "229만3200원을 지급하라"며 스타벅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24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12월 스타벅스 홈페이지에서 '특별한 사연을 게시판에 올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100명에게 1년간 매일 톨사이즈(tall size)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행사에 응모해 당첨됐다.

그러나 이벤트에 당첨된 A씨에게 돌아온 건 1년치 음료권이 아니라 단 1회 음료권이었다. 당시 스타벅스는 1회 음료권을 주는 행사인데 1년 치를 준다고 잘못 공지했다면서, A씨에게 음료 쿠폰 1장만 지급했다. 같은 기간에 1년간 쿠폰을 주는 다른 행사가 이뤄졌는데 실수로 똑같은 경품을 주는 것처럼 공지가 됐다는 것이다.

A씨가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자 스타벅스 측은 "쿠폰 20장과 다이어리를 주겠다"며 합의를 시도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A씨가 요구한 사과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스타벅스를 평소 애용했는데. 이번 일로 심각한 배신감을 느꼈다"며 "소비자 권리를 되찾고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고 말했다. A씨는 다크 모카 프라푸치노 1잔(6300원)을 364일 동안 먹을 수 있는 금액인 229만3200원을 배상금으로 요구했다.

결국 A씨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는 스타벅스에 제공하기로 했다가 지급하지 않은 364일치 무료 음료 쿠폰에 해당하는 금액 229만3200원 및 이에 대해 스타벅스가 소장을 받은 다음날인 1월 17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을 해 돈을 지급하라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A씨 소송을 대리한 최수진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는 "스타벅스가 A씨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하지 않고, 잘못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문구가 너무 작기 때문에 알아보기 힘들다는 주장을 하면서, A씨만 이를 문제 삼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세계적인 브랜드인데 그 규모에 맞지 않게 처신을 했다. 실수건 고의건 소비자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제대로 사과했다면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에서 스타벅스가 '잘 보이지도 않는 문구를 발견하고, 문제삼는 소비자는 A씨 한 명 뿐'이라는 논리를 펼친 부분은 상당히 부적절했고 오히려 소비자의 분노만 불러일으켰다는 이야기다.

최 변호사는 이어 "요즘은 힘으로 누른다고 문제가 덮어지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더욱 똑똑해졌고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안다. 이번에도 A씨가 문자나 녹음 등 자료를 다 사전에 챙겨줘서 소송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됐다"며 "시대변화에 맞게 소비자 응대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나머지 99명도 '뒤늦게' 혜택을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응모할 당시 스타벅스는 총 100명을 당첨자로 선정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만약 이 99명이 집단행동에 나서게 될 경우, 원하는 답을 얻어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스타벅스는 "법원의 판결 결과를 존중하며 향후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적극 나서겠다"며 "진정성 있는 방침을 마련해 다른 고객과도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