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BBQ, 치킨값 인상 계획…치킨업계 가격 도미노 인상 나서나
기사입력| 2017-04-26 08:00:39
국민 대표음식중 하나인 치킨 한 마리 가격이 2만원대로 오를 전망이다.
치킨업계 1위인 BBQ의 가격인상 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치킨업계 전반에 걸쳐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업계 2위인 교촌치킨도 가격 인상 검토에 들어가면서 '눈치보기'에 돌입했다. 교촌치킨은 물론이고 BHC, 굽네치킨 등도 적당한 시점에 가격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선두권 업체 중 한 곳이 값을 올리면 다른 업체들이 이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당초 BBQ는 지난달 20일부터 주요 치킨메뉴의 가격을 평균 9~10% 올릴 계획이었으나 세무조사 언급 등 정부의 강도 높은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가격 인상을 유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BBQ가 재료값 상승에 따른 인상이 아닌 가맹점 수익률 개선을 위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어 가격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5일 BBQ는 지속적인 인건비, 임차료 상승과 과도한 배달앱 수수료 등으로 가맹점주들이 어려운 입장이라며 조만간 모든 가맹점의 치킨 메뉴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초 치킨가격 인상에 나서려다 정부의 압박으로 무산됐던 BBQ가 내세우는 가격 인상 명분은 가맹점주의 수익성이다. 특히 치킨가격 인상은 2009년 이후 8년만의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물가가 상승하는 동안에도 가격인상에 나서지 못해 가맹점주들의 수익성 개선에 나서기 위해선 불가피 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신메뉴 출시를 통해 가맹점수 수익률을 높여왔지만 배달앱의 등장으로 가맹점주들이 배달앱에 높은 수수료를 지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익률 개선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BBQ 측은 "경영상 어려움에 부닥친 가맹점주들이 앞장서 치킨값 인상에 나서게 됐다"며 "조만간 치킨값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내부적으로 시기와 인상폭 등을 조율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초 가격인상안의 경우 가맹점주에 물류 공급가는 변동없이 치킨 메뉴 가격 인상 위주로 진행하려 했다"며 "가격 인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본사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는 BBQ의 가격 인상은 이르면 5월 초에 이뤄지고 인상폭은 지난달 초 발표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BBQ는 지난달 초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을 마리당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2000원(12.5%), '황금올리브속안심'은 1만7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자메이카통다리구이'는 1만75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올리는 등 주요 메뉴를 평균 10%정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BBQ가 치킨가격을 인상하게 되면 마라 핫치킨 등 일부 메뉴가 2만원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치킨메뉴 가격은 대부분 2만원 전후로 형성되게 된다. 인상폭은 가맹점주와 BBQ 본사 간 협의 과정에서 다소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초 BBQ가 치킨가격 인상에 나서려 하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로 혼란한 틈을 타 치킨 프랜차이즈 등 유통업계가 가격을 인상할 경우 국세청 세무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의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당시 본사의 이익 증가를 위한 움직임으로 비쳐졌다면 이번의 경우 가맹점주 수익성 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어 치킨 가격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BBQ 등이 잇따라 치킨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농식품부는 '닭고기 가격 긴급 안정대책 강력 추진'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 AI 파동을 틈탄 가격 인상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지난달 초와 달리 BBQ의 치킨가격 인상에 대해 너그러워진 듯 하다. AI 때문에 닭고기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게 아닌 인건비나 임대료 인상 등에 따른 가격 인상이라면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BBQ 가맹점주들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담당자를 방문해 업계 사정을 설명하고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에 대해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맹점주들은 인건비나 임대료 상승 외에도 최근 이용률이 크게 높아진 배달앱 수수료 등이 가맹점 마진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등 수익성 악화 요소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BBQ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1위라는 점에서 치킨업계가 전반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가격 인상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자칫 본사 차원에서 가맹점주 수익성 개선에 소홀한 듯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1위인 BBQ의 치킨가격 인상에 맞춰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이 대부분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도 고려해야 하지만 가맹점주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계 2위인 교촌치킨을 비롯해 대부분 업체가 내부적으로 가격인상 폭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