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롯데 경영권 분쟁 '새국면'…신동빈 회장 재판으로 발 묶이자 신동주 전 부회장 재도전
기사입력| 2017-04-24 08:11:30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불구속 기소를 빌미로 경영권 싸움을 재개했다.
그동안 두 사람은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골육상잔(骨肉相殘)의 분쟁을 벌여왔으나 신동빈 회장이 완승하며 한·일 롯데의 경영권을 장악한 뒤 다툼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최근 신 회장이 경영 비리,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에 두 차례 기소되고 재판 등으로 발이 묶이자, 신동주 전 부회장이 다시 경영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1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6월 하순 예정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나의 이사 복귀 안건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23일 '롯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임' 일본 사이트에 "광윤사는 롯데그룹의 경영 체제의 근본적 쇄신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 제안 실시를 결정했다"고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이 자신과 함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 총괄회장의 비서였던 이소베 테츠(磯部哲), 지난 2015년 이사직에서 물러났던 노다 미츠오(野田光雄) 등 4명에 대한 '이사 선임 건'과 모토 다케시(本村健) '감사 선임 건' 등 2건을 주주제안 했다는 것.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기소된 직후 지난 17일 광윤사(고준샤·光潤社) 대표 명의의 '긴급성명'을 통해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의 이사 등 그룹 관련 모든 보직에서의 즉시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1월 한·일 롯데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전격 해임된 신 전 부회장은, 같은 해 7월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생 신동빈 회장을 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하려다 실패했다. 이후 2015년 8월, 2016년 3월과 6월 세 차례의 홀딩스 표결에서는 모두 신동빈 회장이 완승했다. 만약 오는 6월 하순 홀딩스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 복귀를 놓고 표결이 이뤄질 경우, 이는 경영권 분쟁 발발 이후 네 번째 신동주·동빈 형제간 표 대결이 된다.
롯데 측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홀딩스의 주요 주주 가운데 광윤사(지분율 28.1%)를 제외한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으로부터 신 회장이 꾸준히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총 표 대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종업원지주회에서 지금까지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우호지분 구도에 변화가 없는 한, 신동빈 체제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롯데의 주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롯데가 6월 표 대결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 회장이 여러 건의 재판으로 발이 묶여 있어 주주들을 직접 만나 지지를 호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신 회장은 향후 1년간은 매주 3~4일을 재판 준비와 출석에 매달려야 한다.
따라서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최근 검찰 수사 결과 횡령·배임·뇌물 등 여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사실을 주주들에게 강조하며 표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전 부회장은 앞서의 니혼게이자이 인터뷰에서 "롯데그룹의 미래가 걱정스럽다"며 신 회장의 기소를 거론한 뒤 "지난해와는 크게 상황이 다르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은 6월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이전과 달리, 의결권을 지주회 이사장에게 일임하지 않고 개별 주주들이 찬반 양쪽에게 표를 던지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 자신도 지난해 같은 검찰 수사를 받고 한국 계열사 이사로서 거의 일하지 않고 급여를 받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여서 롯데의 비리를 강조하는 전략이 꼭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과는) 기소 내용의 무게가 다르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