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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건축 과열 우려…부동산신탁사에 "효과 과대포장 말라"
기사입력| 2017-04-03 08:15:44
부동산신탁사의 과도한 수수 경쟁 과열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게 해주겠다는 등 재건축 부담금 회피방법으로 신탁사업의 효과를 과대 포장해 시장 과열을 부추긴다는 판단에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신탁회사는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신탁재산을 위탁받아 이를 개발하거나 유지·관리해 수익을 올리고 신탁계약이 종료되면 수익을 돌려주는 사업을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한국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코람코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KB부동산신탁, 코리아신탁, 하나자산신탁, 금융투자협회 등 8개사를 불러 재건축 사업 신탁방식 추진에 대한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국토부는 신탁사가 재건축 부담금을 과도한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게 되면 재건축 조합원에게 피해를 주고 주택시장 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며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토부가 최근 재건축 사업권 확보를 위해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는 대표 신탁사들을 상대로 '간접 경고'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건설업계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만 여의도 시범·공작·수정아파트를 비롯해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궁전아파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등이 신탁방식의 재건축 사업을 추진 또는 검토 중이다.
부동산 신탁사가 조합을 대신해 재건축 사업의 시행사로 참여할 경우 조합설립 절차가 필요 없어 사업기간을 최대 1∼3년까지 단축할 수 있고, 신탁사가 사업을 주도함으로써 기존 조합방식보다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는 이유에서 신탁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일부 신탁사들이 신탁방식을 적용하면 재건축 절차가 빨라져 내년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을 피해갈 수 있을 것처럼 조합측에 과대 홍보하는 것으로 비춰진다고 판단했다.
이로인해 국토부는 신탁사들에게 "최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으로 신탁방식에 의한 재건축 사업도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으로 신탁업자가 재건축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며, 신탁업자가 사업 시행자로 최초 지정 승인된 날이 부담금 부과 개시 시점"이라고 전했다.
또한 "재건축 부담금을 피하려면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야 하는데 사업시행 인가단계부터 관리처분 신청까지만 해도 평균 8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며 "결국 현재 사업승인인가를 마친 경우에만 환수제를 피해갈 수 있는 만큼 재건축 조합들에 명확한 정보를 전달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도시정비 업체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대한 조합의 우려에 편승해 최근 신탁사들이 사업 초기 단지들을 순회하며 과도하게 수주경쟁이 전개된 측면이 있었다"며 "신탁사업이 절대적으로 초과이익환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이날 시장 과열이 우려될 경우 적절한 조처를 하는 등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신탁사들이 재건축 사업을 부추겨 가격이 이상 급등할 조짐을 보이면 정부가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이번 신탁사에 이어 조만간 건설회사와 감정평가업계 등도 불러 과도한 재건축 수주경쟁을 자제해줄 것을 전달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재건축 추진 사업에서 지나친 수주경쟁으로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을 것처럼 호도하거나, 예상되는 재건축 부담금을 축소해 홍보하는 등 진실을 왜곡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조만간 건설·감정평가 업계에도 이로 인해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부동산신탁업계는 지난해 저금리 기조에 부동산 시장 과열 특수로 호황을 누렸다.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개 부동산신탁회사의 순익은 전년보다 77.0% 증가한 393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신탁사의 순이익은 지난 2012년 1132억원에서 2013년 1223억원, 2014년 1481억원에서 2015년 2222억원 등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부동산신탁사 11곳 모두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영업익은 7862억원으로 전년보다 40.6%(2271억원) 급증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