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포스코건설이 최근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2월 연임에 성공한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사진은 포스코건설 사옥.
'설상가상(雪上加霜)'.
최근 대내외 악재가 겹치고 있는 포스코건설의 상황이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 부진과 부산 엘시티(LCT) 비리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포스코건설이 올들어 재건축 사업에서도 잇달아 좌초해 어수선한 분위기다.
또한 관계 당국의 조사결과, 공공공사 부문에서는 무더기로 부실시공이 드러났으며 하도급업체들에 '푼돈' 수준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망신을 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사현장에서 포스코건설 관계자들이 취재진 등을 폭행·위협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3위인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순손실 6782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무려 722% 확대됐다. 이로 인해 포스코건설은 최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위험이 가장 위험한 수준인 '높음'으로 분류돼 주주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올해 2월 연임에 성공한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의 경영능력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연이은 재건축 사업 '좌초' 위기…한찬건 사장 '수익 제고' 강조 무색?
한찬건 사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수익력 제고' 등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올초부터 3곳의 재건축 사업이 연이어 좌초 위기를 맞으면서 한 사장의 의지가 무색해져버렸다.
최근 포스코건설은 4000억원 규모의 경기 과천주공 1단지 재건축 시공사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천 1단지 재건축조합은 1월 임시총회를 열고 이례적으로 시공사인 포스코건설과의 계약 해지건을 약 90%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유는 공사비 증가 때문이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설계 변경과 고급 마감재 적용 등의 이유를 들어 총 공사비를 600억원 이상 증액해야 한다고 조합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조합은 건축비용 부담금이 늘어난다며 조합원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시공사 교체를 결정했다.
부산 범일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도 포스코건설은 '암초'를 만났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1년 해당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공사비 증액과 분양가 산정을 두고 조합과 갈등이 빚어져 6년만에 '쓴맛'을 봤다. 조합측은 "포스코건설이 너무 낮은 분양가를 제시해 정상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다른 건설사로 교체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과천과 범일 모두 아직 시공권은 보유하고 있다"면서 "계속해서 조합측과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사업도 사실상 날릴 위기에 놓였다. 이곳은 총 3000여가구로 서울 강남3구 내 최대 단독주택 재건축 단지다. 방배5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 18일 총회를 열고 기존 시공사인 'GS건설·포스코건설·롯데건설(프리미엄사업단) 컨소시엄'과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측은 프리미엄사업단이 사업비 대여 거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사업단은 "조합측이 요구한 사항을 충분히 이행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며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3곳에서 연이어 정비사업 시공권을 놓칠 위기에 있는 포스코건설로서는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를 교체하면 조합은 물론, 시공사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있다"면서 "계약이 해지될 경우 소송 등 법적 분쟁으로 번져 양측이 서로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공공공사 부실시공 적발 '최다 횟수'…취재진 폭행 논란도
재건축 사업 잡음만큼이나 공공공사 부실시공 논란도 포스코건설의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년간(2015~2016년) 공공공사 부실시공에 따른 적발건수가 26건으로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다. 가장 적은 SK건설(4건)보다 6.5배 더 많이 적발됐다. 이로 인한 누계 벌점도 0.49점으로 롯데건설(0.52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으며 가장 낮은 대림산업(0.06점)의 약 8.16배에 달한다. 그만큼 포스코건설이 다른 건설사에 비해 부실 공사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또한 포스코건설은 전체 건수 26건 가운데 14회를 한국도로공사로부터 벌점을 부과 받았으며 주로 공사현장의 부실시공, 안전대책 소홀 등이 이유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사들의 부실시공은 자칫 대형사고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며 "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해 벌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부문 공사에서 벌점이 높고 적발 횟수가 많으면 시공 과정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흠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공공건설 현장에서 포스코건설 관계자들이 취재진 등에 대해 폭행과 위협을 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9일 오후 강원도 38번 국도 확장공사 구간에서 포스코건설 등 직원들이 멸종위기 야생식물에 관해 취재를 나온 언론사 기자와 몸싸움을 벌인 것. 현장에 있던 모 매체 기자는 "건설사 직원들이 굴삭기로 위협을 가해 이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공사 관계자들이 몰려와 휴대폰을 강제로 빼앗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손목을 다쳤다"고 말했다.
경찰은 해당 건설사 공사팀장을 현장에서 연행,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은 이에대해 "폭행이나 위협은 없었으며, 만일 사실 관계가 확인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창사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8일 공시된 포스코건설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7조1281억원, 영업손실 5090억원을 올려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6782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722% 확대됐다.
이같은 실적악화는 브라질 제철공장 건설 프로젝트(CSP),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황이송설비 등 해외 프로젝트 공사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이로인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포스코건설의 신용도를 가장 위험한 수준인 '높음'으로 분류했다.
이러한 실적악화에도 한찬건 사장은 지난 2월초 연임을 확정지었다. 최근 흡수합병한 포스코엔지니어링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지난해 사우디 국부펀드와 합작해 세운 PECSA의 1조원 규모 호텔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지고 있다. 다시 시험대에 오른 한 사장이 과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중도 퇴임'이라는 불명예를 피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