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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디벨로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혁신적 리더십으로 성공시대 '활짝'

기사입력| 2017-03-30 08:17:37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매년 봉사시무식으로 한 해를 열고 있다. '임직원의 가족까지 만족하는 회사'를 표방하는 만큼, '패밀리맨'인 정 회장도 수년째 초등학생 아들을 봉사에 참여시키면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진제공=현대백화점그룹
올해로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취임 10주년을 맞는 '젊은 보스' 정지선 회장(45)의 혁신적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극심한 경기 불황과 중국의 사드 보복에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정 회장은 '70년대생 오너 3세' 가운데 단연 발군의 성적표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창의성을 앞세운 조직 혁신을 통해, 내실 관리와 외형 확대 모두 안정적으로 이루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지선 회장은 2007년 회장으로 취임하며 그룹 총수에 올랐다. 정 회장은 유통업의 성장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과감하게 리바트, 한섬 등을 잇달아 인수해 성공시키고, '기막힌 역전'으로 시내 면세점을 최고점으로 따낸 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백화점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유통전문그룹, 나아가 토털 라이프케어 전문그룹으로의 확장을 꾀하는 정지선 회장에 대한 평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10년간 현대백화점그룹의 성장은 수치로도 잘 알 수 있다. 정 회장의 그룹 총수 취임 전인 2006년 6조4000억원이었던 현대백화점그룹 매출은 2016년에는 16조4000억원으로 무려 10조원이 뛰었다. 물론 정 회장이 이런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40대 중반이지만, 최종 결정권자로서 10년간 다져진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적 이미지를 '현대'에 덧입히면서 가능했다는 평이다.

정 회장이 이끄는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아울렛, 리바트, 한섬 등을 주요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으며 정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도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 조직문화 혁신…'창조적 도전 DNA'를 심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엇보다도 정지선 회장은 혁신적 리더십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그룹에 '창조적 도전 DNA'에 심으려는 노력의 결실 덕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베스트 챌린저 제도'다. 정 회장은 3년 전부터 매년 6월 창립기념일에 일명 '실패 열전상'으로 불리는 '베스트 챌린저' 상을 직접 시상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 실패 사례를 공모해 포상함으로써, 실패를 두려워해 도전 의지를 꺾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실패를 겪더라도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후배들에게 자율과 창의라는 새로운 정신과 가치를 남겨줄 수 있다"면서 결과보다 과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정 회장의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노력은, 조직원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한 투자로 이어졌다. 현대백화점그룹 직원들의 근무환경은 업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유통업계 최초로 '안식월 휴가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배우자 출산시 30일간 유급휴가를 주고, 여직원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도 쏠쏠하다.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여성 임직원에게 가사 도우미 비용 절반을 대주는 '워킹맘 해피아워' 제도를 도입하고, 임신한 협력사원들을 위한 '임신부 케어 프로그램'도 진행 중인 것.

또한 'PC오프제' 도입으로 오후 6시 PC는 일제히 꺼지고, 혼자 지내는 싱글 여직원들을 위해 집에 방범 CCTV를 달아주는 등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배려도 화제가 됐다. 또한 임직원 자녀들의 생일파티까지 지원하는 '가족애(愛) 프로그램' 등은 '가정이 화목해야 고객을 만족시킬 서비스가 창출된다'는 정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열린 리더십'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정지선 회장은 그룹 부회장으로 부임한 2003년 이후, 매월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과 만남을 갖고 건의사항 등을 듣는 '주니어보드'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정 회장과 직접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직원이 전체 임직원의 3분의 1에 이를 정도다. 주니어 직원들이 회사 제도나 문화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는 현대홈쇼핑의 '에이치랩(H-Lab)' 프로그램 등도 소통을 중시하는 정 회장의 의지와 맞닿아 있다.

정지선 회장은 소주와 삼겹살을 즐기는 소탈함과 과감한 추진력으로 '리틀 정주영'이라는 평도 있지만, 아버지인 정몽근 명예회장의 '현장을 살피는 경영' 영향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도 정성을 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콘텐츠 디벨로퍼'로서의 역량 강화…현대를 '초현대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정지선 회장의 감각도 현대백화점그룹이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즐거움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 디벨로퍼(개발자)'로서, 글로벌 트렌드를 한발 먼저 반영하고 이끌어간 것이 주효했다는 것. 백화점과 아울렛을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이러한 콘텐츠 디벨로퍼로서의 역량은 지난 2015년 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빛을 발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개장 초기에는 '잠실야구장의 7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로 이목을 끌었지만, 그곳을 채운 콘텐츠가 더 후한 평가를 받았다. 식품관에 해외 유명 베이커리 등을 유치해 화제를 모았고, 트렌디한 편집숍들은 물론, 어린이 도서관, 레고 전시회 등 다양한 체험 공간과 이벤트는 명물이 됐다.

정 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아울렛들도 '몰링'(malling·쇼핑+문화체험)을 즐기는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 '동현아', '김현아', '송현아' 등 애칭으로 불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송현아(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는 물론, 물놀이 천국으로 유명한 '김현아(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는 아라뱃길 관광과 연계한 가족 나들이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개점 1주년을 맞은 '동현아(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는 '도심형 아울렛'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덕에 젊은이들이 몰려, 유커 급감에도 타격이 크지 않다. 덕분에 상반기 중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에 오픈하는 또 다른 도심형 아울렛에 대한 관심도 높다.

▶사업 다각화 '성공적 시너지'…도전은 계속된다

정지선 회장의 리더십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은 과감한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의 체질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끈 점도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 회장이 시도한 사업 다각화는 안정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모범사례'로 꼽힐 정도다. 정 회장이 처음 리바트와 한섬을 인수했을 때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지난해 매출을 각각 17.5%, 8% 끌어올리면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특히 패션업체인 한섬의 경우 업계 최고 수준인 디자이너 숫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한편,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인수로 단숨에 업계 '빅3'로 뛰어올랐다.

가구업체인 리바트는 최근에는 미국 최대 홈퍼니싱 업체인 윌리엄스소노마와의 제휴를 통해 제품 라인 확장과 '고급스런 이미지'를 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 회장이 과감한 결단을 통해 이끈 M&A가 유통업과 패션·가구·인테리어 등 라이프 산업 전반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M&A 후 안정과 성장을 조화시키며 차근차근 사업을 안착시키고 있는 것.

미래를 위한 준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지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면서, 상품 외에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감성을 주고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는 유통업계 최초로 기업문화 지침서인 '패셔니스타(Passionista)'를 발간, 구체적인 변화 전략을 제시하는 등 한 발 앞선 경영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과 육성을 진행중 이기도 하다. 정 회장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조직 혁신과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정지선 회장은, 올해 국내외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상반기 가든파이브 아울렛과 하반기 삼성동 면세점 오픈으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섰다. 그러나 지난 10년 치열하게 도전하며 '탄탄한 내공'을 쌓은 정 회장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정 회장이 서두르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는 '준비된 리더'의 역량을 또 다시 입증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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