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개미들의 반란?…효성, 소액주주들에 연이어 '무릎'
기사입력| 2017-03-26 15:31:52
효성그룹이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이어 소액주주들에 무릎을 꿇었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선 소액주주들이 경영진과 대주주에 맞서며 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 제조업체 카프로의 1대 주주인 효성은 지난 24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했다.
앞서 효성은 주주들에게 카프로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 적자를 낸 책임을 물어 박승언 대표이사의 재선임에 반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열린 주총에서 주주 60%가 박 대표의 재선임에 찬성했고 1대 주주 효성을 포함한 40%는 반대표를 던졌다.
결국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은 박 대표의 3년 임기 재선임안은 통과됐다.
이에앞서 효성은 지난 17일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되기도 했다.
상장사의 감사·감사위원 선임 때 의결권 있는 주식의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3% 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3% 이상을 초과해 보유한 주주는 감사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때 3%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
효성은 당시 김상희 변호사, 한민구 서울대 명예교수, 이병우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렸지만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에대해 재계는 소액주주들이 강력한 결집력을 보이면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회사와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손실을 초래하면 소액주주들이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나아가 경영진 교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과거와 달라진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로 인해 회사는 책임경영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과도한 소액주주들의 경영권 참여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대주주와 의견이 상충할 경우 소액주주들이 자칫 정치적인 표 대결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