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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원짜리 딸기 뷔페 인기…'작은 사치'로 현실의 갑갑함 달랜다

기사입력| 2017-03-23 19:20:44
소비절벽의 시대임에도 값비싼 고급 디저트는 오히려 잘 팔린다. 일종의 불황형 소비 행태인 '작은 사치' 트렌드 때문이다. 내 집 장만 등 큰돈이 들어가는 일은 엄두도 못 내니, 주변의 작은 일에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 자기만족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취향에 맞춰 업계 또한 고가의 디저트 뷔페나 5만원짜리 금 도금 볼펜 등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는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6만원짜리 딸기 뷔페 만석…밥값보다 비싼 디저트 불티

요즘 유행하는 딸기 뷔페는 딸기를 재료로 사용한 수십 가지 디저트를 내세운 뷔페다. 현재 10여곳의 서울 시내 특급 호텔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가격은 성인 1인당 4만원에서 6만원대다. 식사와 큰 차이가 없는 가격대인데도 반응이 좋다.

그랜드워커힐은 지난달부터 5월 초까지 금·토·일요일 딸기 뷔페 '베리베리스트로베리'를 운영하고 있다. 성인 1인당 가격이 무려 6만3000원이나 되지만, 매주 100% 예약이 차고 대기 예약까지 받고 있다.

그랜드워커힐 관계자는 "주 고객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소비하면서 맛을 즐기려는 20∼30대 여성과 연인들"이리며 "올해로 10년째 딸기 뷔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매년 방문객이 30%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리베리베리'라는 이름으로 딸기 뷔페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1인당 5만5000원에 달함에도 반응이 뜨겁다. 원래 3월 말까지 운영하려했으나 4월 30일까지로 뷔페 운영을 연장했다. 2부제로 운영하다가 웨이팅 리스트가 길어지면서 지금은 4부제로 확대, 오후 7시 넘어서까지 딸기 뷔페를 운영한다. 초고가의 몽상클레르 디저트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이같은 디저트 열풍은 백화점 내 '작은 사치' 품목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프랑스 유명 마카롱 브랜드 '라뒤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디저트카페 '라뒤레살롱드떼'를 열었다. 이곳의 마카롱 1개 가격이 4500원, 오믈렛은 1만9000원, 차는 1만3000원대다. 마카롱과 차 한 잔만 주문해도 웬만한 식사 가격보다 높다. 그렇지만 프랑스 본사에서 공수해 온 도자기와 식기를 쓰고 흰 대리석과 청동 샹들리에 등으로 화려하게 인테리어를 한 이 카페를 찾는 방문객 수는 1일 평균 100여 명에 달한다,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현대백화점은 미국의 유명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를 2015년 처음으로 판교점에 입점 시킨 데 이어 무역센터점, 압구정본점 등 3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컵케이크가 한 개 가격이 4000원에서 5000원으로 비싸지만, 판교점 매출이 월 3억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디저트 판매는 2014년 전년 대비 22.7%, 2015년 23.2%, 2016년 24.5% 각각 증가하면서 매년 20%대 성장률을 이어갔다"며 "고객들이 백화점을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라도 화제가 될 만한 고급 디저트 브랜드를 입점 시키려는 업계 노력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작은 사치로 누리는 자기만족…SNS 관심 문화도 한몫

요즘 신조어 중에 '탕진잼'이란 말이 있다. 이 표현은 재물을 다 써서 없앤다는 '탕진'과 재미를 뜻하는 '잼'을 합쳐 만든 말이다. 저금리 시대에 푼 둔 모아봤자 아무 소용없으니 가진 돈을 다 쓰고 즐기자는 거다.

이같은 소비심리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티커나 문구를 수십개 '사재기'해서 용돈을 다 써버리거나 정반대로 5만원짜리 볼펜 등 과시형 제품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기도 한다. 이들은 관련 상품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올린 뒤 온라인 공간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 심리에 주목해 문구업체 모나미는 기존 '153 볼펜'을 진짜 금으로 도금한 프리미엄 볼펜 '153 골드'를 지난달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153 볼펜'의 가격은 300원이다. 하지만 '153 골드'는 5만원으로 일반 볼펜의 166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그러나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모나미 측 판단이다. 모나미는 작년 6종이던 프리미엄 볼펜 모델을 올해 8종으로 늘렸다. 지난해 고급 제품군 판매가 두 배 이상 늘어나서다.

필기구뿐만이 아니다. 노트에도 고급화 바람이 불면서, 이탈리아 브랜드 몰스킨의 국내 매출은 2015년 12.1%, 지난해 22.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몰스킨 노트는 한 권에 2만~4만원에 이른다.

이외에 적은 비용으로 특급 호텔 분위기를 느끼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호텔들도 적극적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더플라자호텔은 P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디퓨저(방향제) 상품을 출시했다. 이 호텔을 방문하면 맡을 수 있는 유칼립투스 향을 담은 디퓨저로, 100㎖짜리가 4만 원에 팔린다. 이 또한 결코 저렴한 가격대는 아니지만 특급 호텔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의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 웨스틴조선호텔과 그랜드워커힐호텔은 각각 호텔 이름을 내건 김치를 판매,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정판 제품 등을 손에 넣은 뒤 SNS에서 주목을 받는 쾌감 또한 요즘 소비자들을 움직이는 트렌드 중 하나"라며 "갑갑한 현실 속에서 작은 사치나 관심을 통해 위로를 얻으려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품목 매출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라고 분석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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