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전기밥솥 공룡' 쿠쿠전자, 계속되는 고배당 정책 오너 일가 부 축적?
기사입력| 2017-03-23 08:43:49
전기밥솥 시장에서 '지존'으로 통하는 쿠쿠전자의 고배당 정책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매년 상당한 배당을 통해 오너 일가의 부만 축적하는 게 아니냐는 게 골자다. 배당금의 결정은 기업의 몫이지만 당기순이익 증감과 관계없이 규모를 큰 폭으로 늘리고 총 지분 중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70%를 넘는다는 점은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쿠쿠전자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는 계열사 엔탑도 지난 2014년과 2015년에 순이익을 훨씬 뛰어넘는 500억원을 연이어 배당하면서 오너 일가를 위한 것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쿠쿠전자는 국내 전기밥솥 시장에서 점유율 70%로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전업체로 근래들어 청정기·연수기 등의 렌털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엔탑은 전기밥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제품인 불화탄소수지 코팅 알루미늄판을 제조하고 있다.
▶올해 1주당 3100원 배당…전년대비 1400원 많아
22일 업계에 따르면 쿠쿠전자는 지난해 실적 기준 보통주 1주당 3100원의 현금배당(총규모 253억원)을 결정했다. 해당 안건은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주총에서 배당 관련 안건은 별다른 문제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동안 고배당정책을 펼쳐왔고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만큼 제동이 걸릴 확률은 제로라는 것이다. 전체 배당금의 대부분이 오너 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쿠쿠전자는 창업주인 구자신 회장이 9.3%, 장남인 구본학 쿠쿠전자 사장 33.1%, 차남인 구본진씨 14.4%, 쿠쿠전자 16.4%, 쿠쿠사회복지재단 1.8% 등 오너 일가와 관계사가 지분 7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에 따라 오너 일가는 전체 배당금 253억원 중 68%를 넘는 170억원 가량을 받게 된다.
고배당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개인투자자의 수익증가와 증권시장의 활성화에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다만 오너 일가의 지분율에 따라 진행되는 고배당 정책이라면 논란이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쿠쿠전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54억원과 801억원이다. 2015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916억원과 745억원 대비 각각 4%, 7% 증가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쿠쿠전자의 지난해 기준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이 2015년 대비 47%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증가율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 비해 7~10배가량 높다.
쿠쿠전자의 고배당 정책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2015년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746억원으로 2014년 907억원 대비 17% 줄었지만 보통주 1주당 210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2014년 1500원 대비 40%나 증가한 수치다.
쿠쿠전자가 2014년 8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이후 고배당정책을 통해 오너 일가가 챙긴 배당금의 전체 규모는 370억원에 달한다. 쿠쿠전자 측은 배당금 확대는 회사 이익의 주주환원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오너 일가와 무관하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오너 일가와 관계사 등의 지분율이 70%를 훌쩍 넘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이익환원이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게다가 최근 쿠쿠전자의 주력 사업 분야인 전기밥솥 시장의 상황은 좋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쿠쿠전자의 전기밥솥 분야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까지 전년대비 소폭 감소세를 보였다. 게다가 쿠첸과 대유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며 쿠쿠전자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금한령(禁韓令·한류 금지 또는 제한령) 등으로 인해 올해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래를 위한 대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밥솥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국내 사드 배치 등으로 인해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사업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성장을 위해 기존 밥솥 및 신사업인 렌탈 사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다"며 "미래를 대비하기보다 무조건적인 고배당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단순 개인주주를 위한 결정이라고 보기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쿠쿠전자는 비상장 시절에도 높은 배당을 실시, 오너 일가가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쿠쿠전자의 상장 전 1주당 현금 배당금은 2011년 2만원, 2012년 1만1300원, 2013년 1만2000원으로 상장된 이후 보다 훨씬 금액이 컸다. 이런 이유로 업계 일각에선 쿠쿠전자가 고배당 정책을 통해 경영승계 등에 필요한 실탄 마련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쿠쿠전자 계열사 엔탑의 연이은 고배당도 논란
뿐만 아니라 오너 일가는 쿠쿠전자의 계열사인 엔탑의 고배당 정책을 통해서도 부를 축적해왔다는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엔탑은 매년 평균 매출 70% 이상이 쿠쿠전자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마다 40억~100억원 가량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엔탑의 2015년 매출액은 680억원으로 이중 438억원을 쿠쿠전자를 통해 올렸다. 2014년에도 총매출 608억원중 340억원이 쿠쿠전자에서 발생했다. 일감몰아주기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엔탑은 이를 바탕으로 매년 고배당을 실시해왔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50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2015년의 배당금 500억원은 당기순이익 140억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엔탑 최대주주는 쿠쿠전자이며 오너 일가의 일가의 지분율은 10% 안팎으로 알려졌다. 쿠쿠전자의 오너일가 지분율 등을 감안하면 엔탑의 배당금이 높을수록 오너 일가의 이익규모가 커지게 된다. 쿠쿠전자의 고배당 정책이 오너 일가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것이란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쿠쿠전자 측은 "배당은 주주평등원칙에 따라 주주에게 회사의 이익을 환원하기 위한 것일 뿐 오너 일가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것이란 세간의 평가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