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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연인만을 위한 날'? 50만원 초콜릿 등 밸런타인데이 초고가 마케팅 눈살

기사입력| 2017-02-08 09:15:08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는 빼빼로데이(11월 11일), 화이트데이(3월 14일)와 함께 유통업계에서 '3대 특수'로 불린다. 평소 가성비를 꼼꼼히 따지던 소비자들도 이날만큼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 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유통업계는 올 밸런타인데이를 활용해 최대한 매출을 올리려고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50만원대 초콜릿부터 2인 기준 60만원의 식사코스, 1박에 90만원 패키지 호텔 상품 등 초고가 상품들을 경쟁하듯 내놓고 있는 것. 그러나 보통 사람은 좀처럼 엄두도 내기 힘든 이 '부자 연인'을 위한 상품들은 최근 사회 분위기에 걸맞지 않는 과도한 상술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백화점들은 앞 다퉈 프리미엄급 해외 초콜릿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초콜릿계의 샤넬' '프랑스 장인의 수작업이 완성한 한정판' 등 거창한 수식어를 내세운 제품들로 연인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롯데·갤러리아·신세계백화점 등의 밸런타인데이 행사에 나온 제품 중 라메종뒤쇼콜라의 햇(HAT) 박스 패키지는 초콜릿, 마카롱 등 고객이 원하는 품목으로 박스를 구성하는 상품이다. 가격은 고가의 생초콜릿 등 박스 안에 들어가는 품목을 어떻게 고르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30만~50만 원대다. 라메종뒤쇼콜라는 식품 분야에서는 최초로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등과 나란히 프랑스 명품브랜드협회인 '코미테 콜베르'에 정식으로 가입한 브랜드다. 명성은 인정받을 만하지만, 일반 서민의 입장에선 납득하기 힘든 가격대인 것은 사실이다.

롯데백화점은 이외에도 '위고에빅토르'에서 천연과즙이 들어간 '스피어 초콜릿'(72개입)을 28만8000원에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14일까지 진행되는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행사를 통해, 로이즈나 라뒤레 등 기존 유명 브랜드 외에 덴마크 라크리스의 감초 초콜릿 등을 선보인다.

업계는 이러한 초고가 제품의 판매를 자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프리미엄 초콜릿의 매출이 2015년 밸런타인데이 시즌(2월 8일부터 14일까지)에 7.1%, 2016년 11.3% 증가했다"며 "올해도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텔업계도 밸런타인데이를 겨냥한 숙박 연계 패키지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외식 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더플라자호텔의 '럭셔리 프로포즈' 패키지는 1:1 수업으로 부케를 만드는 과정과 리무진 픽업 서비스, 꽃장식으로 꾸민 레지덴셜 스위트 1박, 투스카니 디너코스 등을 묶어 90만원(세금 및 봉사료 별도)에 판매된다.

같은 호텔의 중식당 도원은 북경 오리와 탕수육 등 7가지로 구성된 코스를 2인 기준 25만원에, 이탈리아 레스토랑 투스카니는 산 바닷가재와 등심 스테이크 등 8가지로 구성된 코스를 2인 기준 30만원에 선보인다. 일식당 무라사키의 코스 메뉴도 2인 기준 30만원이다.

롯데호텔 서울의 프렌치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는 14일 2인 기준 60만원의 디너 코스를 준비했다. 푸아그라, 한우 안심, 킹크랩, 칠면조 등이 나오는 이 초고가 디너 코스는 6일 오후 현재 2개의 테이블만 남아 있는 상황. 매장 측은 추가로 자리를 늘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파크하얏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코너스톤은 쇠고기 안심스테이크 등으로 구성된 5코스 저녁 식사(2인 기준 39만원)를 선보였으며, 밀레니엄서울힐튼의 이탈리안 식당 일폰테와 프랑스 식당 시즌스도 14일 점심과 저녁에 특별메뉴를 내놨다. 일폰테는 바닷가재 요리 등이 포함된 코스를 2인 기준 26만6200원에, 시즌스는 와규 스테이크가 들어있는 코스를 1인 기준 15만원에 각각 판매한다.

이같은 유통업계 초고가 마케팅과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2월엔 밸런타인데이 말고는 크게 소비심리를 움직일 만한 이슈가 없는 편"이라며 "유통업계 전반적인 경기가 안 좋은 시점이라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과도하게 경쟁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유독 고가 마케팅이 두드러지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스몰 웨딩이 유행하고 경조사 등도 소박하게 치르려는 사회 분위기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해외의 초고가 브랜드를 수입해와 한정판으로 포장해 판매하는데 몰두할 일이 아니라 우리 실정에 맞는 신선한 기획과 아이디어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움직이는 방안을 고민해봐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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