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과 음주문화의 변화 등으로 국내 위스키 시장이 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저도주는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저도 위스키인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 W 시그니처', 골든블루의 '팬텀 디 오리지널', 페르노리카코리아의 '35 바이 임페리얼'.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불황과 음주문화의 변화 등으로 국내 위스키 시장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극심한 침체기로 인해 국내 위스키 시장이 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 이런 가운데 부산 지역에 기반한 골든블루가 저(低)도주를 앞세워 업계 2위를 차지하면서 '윈저'의 디아지오코리아와 '임페리얼'의 페르노리카코리아 양강구도가 깨지고 있다.
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166만9587상자(1상자:500㎖ X 18병 기준)로 전년보다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 2008년 284만 상자로 정점을 찍은 뒤 이후 점차 감소세를 보여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같은 하락세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2~3차로 이어지는 회식 문화가 줄어든데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영향까지 겹쳐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의 술자리와 접대 문화가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에서 팔리는 이른바 '가정용 소비' 비중이 50%가 넘는 일본 등과 달리 한국은 전체 위스키 소비량의 80~90% 이상이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이뤄진다. 여기에 저도주 선호와 '혼술(혼자 마시는 술)'이 트렌드가 된 것도 알코올 40도 이상의 정통 위스키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저도주는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1월 저도주 위스키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44.3% 급증했다. 위스키 전체시장에서 저도주이 차지하는 비중은 32%까지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추세는 위스키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오고 있다. 토종 위스키 업체인 골든블루의 약진에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양강 구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 우선 '윈저' 제조사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60만9999상자를 판매해 1위를 고수한 반면 '임페리얼'을 생산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전년보다 19.5%나 급감한 35만6261상자를 판매하는 데 그쳐 국내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3위로 떨어졌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빼앗긴 시장점유율은 고스란히 기존 3위 업체였던 골든블루에게 돌아갔다. 골든블루는 지난해 36만9461상자를 판매해 전년보다 31.1%나 급증하며 페르노리카코리아를 제치고 2위로 뛰어올랐다. 업계는 골든블루가 지난 2009년 알코올 도수 36.5도의 국내 첫 저도 위스키인 '골든블루'를 출시하면서 저도주 시장을 선점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든블루는 출시 6년11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기준 누적 판매량 2000만병(450㎖ 기준)을 돌파했다. 국내에서 음주가 허용된 만 19세 이상 성인 4200만명 중 절반이 마신 양이다.
롯데주류는 18만3199상자를 판매해 4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2015년 8~10위권이었던 '글렌피딕'제조사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의 약진도 돋보인다. 지난해 선보인 저도주 위스키 '그린자켓'이 히트를 치며 판매량이 전년 대비 68%나 급신장, 하이트진로를 제치고 5위로 뛰어올랐다.
한편 위스키업체간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일부에서는 불공정 소지가 있는 마케팅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일부 업체는 성수기를 앞두고 '세븐팩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븐팩 프로모션은 위스키 6병을 사면 1병을 공짜로 주는 마케팅을 의미한다. 이는 거래금액의 5%를 초과하는 가액의 경품을 제공하거나 가격을 할인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세청 고시 위반 소지가 있다. 이 고시를 위반할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한 업체는 지난해 연말 유흥주점 등 주요 거래처에 2만6345원 상당의 위스키를 '세븐팩 프로모션'으로 판매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제품의 6병 가격이 15만8070원인 점을 감안하면 덤으로 주는 1병 가격은 전체 상품가의 16.7%에 해당한다. 이런 세븐팩 프로모션은 다른 위스키 업체들도 지난해 상반기 시행한 바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