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천호식품 짝퉁 홍삼액 팔다 적발…김영식 회장, '정직' 경영철학 어디에?
기사입력| 2017-01-04 08:18:37
1984년 설립해 건강식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천호식품이 물엿과 캐러멜 색소가 섞인 가짜 홍삼액 제품을 100% 홍삼 농축액만을 사용한 제품이라고 속여 팔다 적발, 소비자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산수유' 관련 제품 판매를 통해 천호식품이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던 터라 이번 사태의 파장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이 그동안 정직한 재료를 사용하는 점을 강조해와 천호식품은 '정직'이란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짝퉁 백수오'를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던 내츄럴엔도텍에 이어 천호식품도 이번 사태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엄청난 손상을 입게 됐다.
▶식약처, 가짜 홍삼액 사용한 천호식품 제품 4종 판매중지·회수
지난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천호식품이 제조한 홍삼 관련 4개 제품이 유효성분 함량 문제로 검찰 조사 결과 적발돼 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제품은 '6년근홍삼만을'(유통기한 2017년 1월17일~10월16일), '쥬아베홍삼'(2017년 3월27일~8월21일), '6년근홍삼진액'(2017년 8월25일~11월7일), '스코어업'(2017년 8월30일~10월16일) 등 4개다.
식약처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물엿이나 캐러멜 색소 등이 함유된 홍삼 농축액이 사용됨에 따라 건강기능식품법을 위반했다.
그동안 천호식품은 '6년근홍삼진액' 제품의 경우 6년근 홍삼농축액과 정제수 외에는 아무 것도 넣지 않았다고 홍보해왔다. 특히 김영식 회장은 지난 2011년 진행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영철학은 무엇보다 정직"이라며 "정직한 원료로 정직한 제품을 만들어 정직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 때문에 네티즌들이 "김영식 회장의 발언이 거짓이었다"며 큰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다.
천호식품은 짝퉁 홍삼액 판매 논란이 일자 3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고객님께 사과와 안내의 말씀을 드립니다'는 제목을 통해 "고의적으로 속여 팔았다고 하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한국인삼제품협회 회장과 부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농축액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신들도 간접적인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천호식품 관계자는 "자사 제품의 원료 수급에 있어 HACCP(해썹) 인증을 받은 곳과 원재료 납품 계약을 맺는 등 최고의 원재료 수급을 위해 까다롭고 엄격한 품질관리를 해왔다"며 "문제가 된 가짜 홍삼액의 경우 한국인삼제품협회 회장과 부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제품으로 해당 업체가 원산지를 속이고 첨가물을 넣는 등 부도덕 행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삼농축액이 입고될 때마다 홍삼의 유효성분인 진세노사이드 함량을 검사해 기준치에 적합한 원료만 사용했으나, 원료 공급업체에서 색과 당 성분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물질을 혼합하는 경우 육안검사와 성분검사로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검찰에 적발된 원료는 즉각 폐기 처리해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해당 제품 구매고객에 대해 남은 제품 여부와 상관없이 교환·환불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짜 원재료 제품 검찰에 적발된 뒤에도 버젓이 온라인에서 판매?
회사 차원의 정직한 경영철학에는 변함이 없고, 회사 자체도 간접적인 피해자지만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천호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일각에선 천호식품의 사과문 게시 시점 자체가 문제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천호식품이 공식 사과문을 게재한 것은 지난 2일 오전이다. 그런데 천호식품에 원재료를 납품하던 업체가 검찰에 적발된 것은 지난해 12월 29일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는 지난달 29일 중국산 인삼농축액에 물엿을 섞어 만든 가짜 홍삼제품을 국산 홍삼으로 만든 것처럼 속여 수백억원 어치를 판 업체 대표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가짜 홍삼 농축액은 2~4년여간 판매됐고 판매규모는 적게는 22억원에서 많게는 16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천호식품이 최고의 원재료 수급을 위해 까다롭고 엄격한 품질관리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게 사실이라면 조금 더 빠른 대응에 나설 수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천호식품이 사과문 게재 등의 조치와 관련해 늑장을 부린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이유다. 게다가 천호식품은 사과문을 게재하기 전까지 홈페이지에서 관련 상품을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천호식품은 짝퉁 홍삼액 사태의 수습을 위해 문제가 된 제품을 무조건 환불·교환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통기간이 표시되어 있어야 하고 소비자센터에서 구입 여부를 확인해야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천호식품의 물품 판매는 대부분 온라인과 콜센터를 통해 판매되고 있어 직접 구입했다면 환불·교환이 수월하다.
그러나 건강식품, 특히 홍삼액의 특성상 주로 연세 있는 이들에게 선물로 자주 활용되고 있어 해당 제품을 선물로 받은 고객들의 환불·교환 자체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구매자가 직접 업체에 구매 사실 확인을 받아야 환불·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강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초 짝퉁 백수오 사태로 건강식품업계 전반에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짝퉁 홍삼액 사태로 설 명절 대목을 앞두고 관련 업계의 동종 제품 판매량이 줄어들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