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AI 장기화 전망에 따라 제과·제빵업계 비상…계란값 당분간 상승할 듯
기사입력| 2016-12-20 15:19:52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체는 물론이고 제과·제빵업체까지 비상이 걸렸다. 특히 계란 가격이 추가로 인상됨에 따라 관련 물가들 역시 도미노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형마트가 계란 판매 수량 제한 조치를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이날부터 계란 판매 수량을 '1인 1판(30알)'으로 제한하고 가격을 추가 인상했다. 이는 30알들이 한 판에만 적용된다. '롯데마트 행복생생란(특대) 한판(30알)'의 가격은 기존 6500원에서 7290원으로 12.2% 올랐다. 롯데마트는 "거래 지역이 AI의 직접 피해를 받아 계란을 평소의 50% 수준밖에 공급받지 못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판매 수량을 제한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른 대형마트들도 수급 불안정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격 추가인상을 검토 중이다. 이마트는 최근 계란 공급량을 오히려 20%가량 늘렸지만 일부 인기 품목의 경우 용산점, 가양점 등 일부 대형 점포에서는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물량이 동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마트는 21일 회의를 열고 가격 추가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 8일 이후 '사재기' 견제하는 차원에서 '1인 1판' 판매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수급 상황을 고려해 계란값 추가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7일 계란 가격을 평균 6% 더 올렸다. 홈플러스의 계란 공급량은 평소의 80~90% 수준으로 알려졌다.
계란값이 오르자 제과·제빵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계란이 주원료 중 하나인 제빵업체들은 당장 물량 확보가 시급하다. 따라서 일부 업체들은 계란을 수입해 오는 안까지 검토 중이다. 베이커리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돼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정부가 계란 수입 추진 방침을 밝힌 만큼 내부적으로 수입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9일 '계란 대란'이 가시화되자 산란용 닭과 계란 수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계란을 수입한 사례는 거의 없었지만 AI로 계란 수급 차질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내린 조치다. 계란 수입국으로는 AI 확산 정도와 계란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바게뜨 관계자 역시 "일단 연말까지 사용할 물량은 확보했지만 수급이 안정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국내에서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수입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제과업체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직접적인 피해는 덜하지만 AI 확산세가 지속되면 타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주로 사용하는 전란액이 11월에 전월 대비 3~4% 상승하는 등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아직 수급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다각도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계란과자, 홈런볼, 오예스 등 주력제품에 계란이 사용된다"며 "공급가가 오르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하면 추가적인 원가 압박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AI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동안 계란 가격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도살 처분된 산란종계가 전체 사육 마릿수의 38.6%인 32만7000마리에 달하면서 계란 수급에 더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란종계 살처분이 큰 문제"라며 "병아리가 닭이 돼서 알을 낳을 수 있게 되기까지의 기간을 생각하면 적어도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의 산란종계 살처분이 6개월 뒤 계란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촌경제연구원도 내년 상반기까지 계란 가격이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