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기업 달항이 광복절에 출시한 제품
세계적인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최근 제작해 시판한 머그잔과 텀블러로 인해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문제가 된 제품은 스타벅스가 광복절 71주년을 기념해 지난 8월 15일부터 전국 900여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2016 코리아 머그와 텀블러'다. 조선 후기 백자인 청화백자를 재해석했다는 이 머그와 텀블러는 출시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국내 한 스타트업 기업의 제품과 콘셉트가 흡사하다며 표절 논란이 일었다.
이에 앞서 스타벅스는 지난 2월 2016년 밸런타인 프로모션으로 출시한 '러브버드 머그잔'에서도 디자인 표절 논란으로 파문이 일은 적이 있다. 불과 6개월 만에 또 다시 표절 논란이 불거진 것으로 그동안 시즌마다 스타벅스 MD(머천다이즈) 상품을 손꼽아 기다려온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 신제품과 도자기 콘셉트 겹쳐…이런 우연이?
스타벅스의 광복절 기념 제품과 콘셉트가 비슷하다고 거론되는 제품은 도자기 물병을 제작하는 스타트업 기업 '달항'의 청화백자운학문물병이다. 공교롭게 이 제품 역시 스타벅스와 같은 광복절에 출시됐다.
두 제품의 콘셉트 유사 논란은 달항의 제품이 출시되기를 손꼽아 기다려온 '팬'들로부터 시작됐다. 달항은 지난해부터 조선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은 텀블러의 개발 단계 제품 사진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공개해 왔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한국적 도자기와 텀블러의 만남에 온라인에서는 자연스럽게 '달항' 팬이 생겼고, 이들이 스타벅스 광복절 기념 제품을 보고 달항의 이서준 대표에게 제보를 한 것.
특히 달항은 올해 초 스타벅스 MD 상품이 되고 싶어 제휴 제안서를 스타벅스 측에 전달했고, 지난 2월에는 스타벅스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던 사실까지 알려지며 스타벅스의 콘셉트 표절 논란이 일었다.
이런 상황에 더욱 기름을 부은 것은 달항 이서준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감스러움'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다. 이 글에서 이 대표는 "올해 초 스타벅스와 미팅한 것을 떠올리면서 달항이 가지고 있었던 도자기 콘셉트의 물병을 전부 보여준 내가 바보 같았다"며 "청자, 청화백자, 홍자 그리고 이외 여러 가지 콘셉트의 3D랜더링으로 돌려서 사실적으로 보이는 도자기 물병을 보여준 그때의 내가 정말 바보 같았다"며 후회했다.
이 대표는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우리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지난 2년간 연구를 거듭했다"며 "내가 대학에서 도자기를 전공한 만큼 스타벅스 제품의 색과 뚜껑을 보면 우리 제품과 콘셉트에서 99% 흡사하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논란으로 인해 대기업인 스타벅스의 제품과 우리 제품이 직접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부담이 엄청나게 크다. 또 곧이어 나올 달항 신제품도 원래는 이번에 외형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다시 이런 표절 사건이 발생할 것 같아 공개를 못하게 되는 등 제품 홍보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고 덧붙였다.
▶6개월 만에 또 표절 논란…내부 검증 소홀 문제점 노출
이같은 달항 측 주장에 대해 스타벅스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한 관계자는 "해당 디자인은 지난해 10월에 이미 나온 것"이라며 "스타벅스의 경우 보통 제품 출시 1년 정도 전에 디자인을 모두 끝내는 만큼 달항 제품의 콘셉트를 도용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10월 제품의 생산을 위해 제조업체에 보냈던 도자기 콘셉트의 머그와 텀블러의 디자인 사진"이라고 주장하며 본지 기자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스타벅스는 매년 300여개에 달하는 MD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이 중 70%를 직접 디자인해 생산하고 있다. 이를 위해 팀장을 포함해 총 6명의 디자이너가 일을 하고 있으며, '2016 코리아 머그와 텀블러' 역시 이 팀에서 디자인 됐다.
하지만 스타벅스 제품이 베끼기 의혹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스타벅스는 지난 2월 2016년 밸런타인 프로모션으로 출시한 '러브버드 머그잔'이 도예가 김예헌씨의 '아기새 어미새'라는 작품과 흡사해 논란이 됐다. 스타벅스와 김씨측 상품 모두 한 쪽 날개를 펴고 있는 듯한 새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김씨는 이 상품을 지난 2015년 4월부터 자신의 쇼핑몰에서 판매해 왔다.
당시 스타벅스 측은 "이 디자인의 경우 2년 전인 2014년 초부터 기획이 시작됐다"며 "새의 날개, 부리 등 일반적인 새의 특징을 차용한 것인데 이를 두고 디자인 모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공교롭게 당시 스타벅스 측의 해명은 이번 광복절 기념 제품의 논란 때와 유사하다. 요지인 즉 스타벅스는 제품 출시 오래 전부터 디자인을 완성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만큼 표절은 말이 안 된다는 것.
그러나 스타벅스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표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새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를 하면서도 정작 중요할 수 있는 제품의 독창성 부분에 대한 검증에는 소홀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있어 창의성은 가장 중요한 부문인 만큼, 글로벌 리딩 브랜드답게 표절 의혹을 완벽하게 해소하고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보다 강하게 구축해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최근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전문점들은 자체 브랜드를 단 머그, 텀블러, 각종 용품 등의 판매로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스타벅스의 경우 전체 매출의 약 10%를 자체 브랜드 상품을 통해 올리고 있으며, 스타벅스 한정판 상품이 나올 때마다 구입해 모으는 수집가들이 있을 만큼 마니아층까지 형성되어 있다.
연이은 표절 논란에 스타벅스 측은 향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스타벅스 측은 "우리 브랜드 제품을 사랑하는 소비자들과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내부 디자이너들을 위해 표절 논란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