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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신화 네이버, '개구리' 될 '올챙이'가 싫다?…잇단 신생기업 아이디어 도용 의혹

기사입력| 2016-08-03 09:12:27
네이버가 벤처기업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혹이 최근 연이어 터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달 초 '참여번역Q'에 대한 표절 문제가 불거지자 서비스를 중단한데 이어 얼마 전에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얼굴 위에 특수효과를 합성할 수 있는 앱 '스노우'도 베끼기 논란에 휩싸였다.

네이버의 연이은 표절 논란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네이버가 '제2의 네이버를 말살하려 한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의 이 같은 격한 반응은 네이버가 사내 벤처로 시작해 국가를 대표하는 정보기술(IT)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4개의 주요 종속 회사 외에 26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벤처업계의 신화적인 기업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이정수 플리토 대표가 지난달 7일 자신의 SNS에 네이버의 '참여번역Q'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 대표는 SNS를 통해 "네이버는 3년 전 첫 만남 이후 적지 않은 플리토의 데이터를 구입했고, 현재 시점에도 진행 중"이라며 "고객사와 잘 지내서 회사를 키워도 모자랄 판에 이런 글을 적는 것은 분명 어리석고 후회할 행동이지만 그래도 말하고 싶었다"며 운을 떼었다. 이어 "네이버는 '자동번역 개발'에 집중하고 이용자 참여 쪽은 진출할 분야가 아니라고 했다"며 "하지만 네이버가 이번에 선보인 참여번역Q는 마치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표절 논란이 일어난 네이버의 서비스가 파트너로 협력하던 벤처업체의 사업모델인 셈이다. 그에 따르면 네이버는 어학사전 예문 서비스 내 이용자 참여 번역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고민 중이었고 플리토의 번역 보상시스템 등을 높이 평가해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비슷한 아이템으로 언제든 경쟁할 수 있다"며 "이번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은 플리토와 흡사한 이 서비스가 플리토와 직접 계약을 맺은 팀에서 나온 서비스라는 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힘없는 스타트업체들의 아이디어를 손쉽게 가져다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하는 대기업들의 잘못된 행태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인 8일 내부회의를 통해 '참여번역Q'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이날 공식 블로그인 네이버 다이어리에 "업계에 대한 서비스 영향평가 등 내부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참여번역Q'를 7월 중 종료하겠다"며 "몇 년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상생의 약속'에 크게 어긋난 것으로 이를 계기로 상생의 '약속'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겠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김상헌 대표의 이 약속은 한 달도 안 돼 또다시 틀어졌다. 이번에는 휴대폰 사진촬영 시 특수효과를 합성할 수 있는 동영상 셀카앱인 '스노우'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네이버보다 4개월 앞서 비슷한 서비스 앱인 '롤리캠'을 출시한 스타트업 시어스랩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시어스랩은 자신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롤리캠과 스노우가 얼굴을 인식해 스티커를 합성하는 방식이 비슷하고, 스티커 디자인 수십 건도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홍보 동영상에 사용된 배경음악도 똑같다고 지적했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는 모 매체와의 화상통화를 통해 "(대기업인 네이버의 자회사가) 단순 마구잡이식으로 베끼고 마케팅을 통해서 본인들 것으로 만들고 있다"며 "상실감으로 점점 의욕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시어스랩은 본사를 해외로 이전한 이후 연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련 서비스는 2014년 해외업체가 이미 선보인 것으로 스노우가 롤리캠을 베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비슷하다는 스티커 디자인은 유사 서비스 앱들 모두가 사용하는 대중적인 것이며, 음악 역시 음원 사이트에서 인기 있는 곡으로 많은 광고와 사이트에서 활용되는 곡이 우연히 겹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네이버 측은 롤리캠 서비스가 시작된 2015년 5월 이전인 2014년에 이미 카메라앱인 'Emotiface'(2014년 4월 출시)와 동영상 채팅앱인 'Looksery'(2014년 6월 베타출시)등 해외 서비스들이 주요 기능으로 선 보인 바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롤리캠, 스노우, MSQRD, 스냅챗, 카메라360, Milo 등 수많은 유사 서비스들이 있다.

이어 스티커 디자인을 베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시어스랩측이 근거로 제시한 자료 모두 동일한 디자인은 없고, MSQRD와 카메라360, Milo 등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롤리캠이 제시한 이미지 중에는 스노우 디자이너가 2011년에 라인의 카메라 스티커로 제작한 것도 있어 어느 쪽이 먼저 적용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동일한 BGM(background music)에 대해서는 유명 음원구매 사이트인 오디오정글(audiojungle.net)에서 구매한 포니뮤직의 '펀(Fun)'이라는 곡으로 베스트 음원으로 선정되는 등 최근 4개월 동안 2129회 판매됐음을 제시했다. MSQRD 역시 이 음원을 편집해서 홍보영상을 제작했고, 에뛰드나 에버랜드도 바이럴 영상의 음원으로 사용한 바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음원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두 서비스를 실제 비교했을 때 표절이라기보다 서비스 유사성으로 봐야 한다는 쪽이 우세하다. 다만, 네이버가 굳이 왜 롤리캠과 같은 유료 배경음악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의혹은 남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시어스랩의 주장에 굳이 맞대응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국내 시장에서 주로 이용되는 롤리캠과 달리 스노우는 일본과 중국, 대만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 높은 앱으로 뉴욕타임즈가 스냅챗의 맞수로 소개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1997년 삼성SDS 사내 벤처로 시작한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병돼 탄생한 NHN은 이후 네이버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기준 3700만 회원에 하루 평균 1600만명이 방문하는 네이버의 성공 신화는 지금도 수많은 벤처기업의 꿈이자 성장의 원동력으로 통한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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