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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캐릭터' 커피우유, 도 넘은 상술 논란

기사입력| 2016-06-28 09:03:58
우유업체와 편의점이 판매중인 '만화 캐릭터' 커피 우유가 아이들의 판매 욕구를 자극, 도넘은 상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 제품들은 에너지음료 보다 높은 고카페인이 함유돼 청소년들 사이에서 시험기간 '잠쫓는 음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GS25 PB상품 '스누피 더진한 커피우유', 남양유업의 '커피에몽', 서울우유의 '커피 꿀딴지'. 사진출처=각사 홈페이지
"아이가 고른 우유를 무심코 샀는데 커피 우유였다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꼭 커피우유갑에 새겨서 판매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주부 김모씨(40)는 최근 동네 편의점에서 여섯 살 아들이 고른 우유를 구매했다가 커피 우유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우유업체와 편의점이 판매 중인 '만화 캐릭터' 커피우유가 도 넘은 상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누피·도라에몽·푸우 등 인기 만화 캐릭터들을 우유갑에 새겨 넣은 커피우유가 어린이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 커피우유들이 지나치게 높은 카페인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제품의 경우 고(高)카페인 에너지음료 보다 2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 시험기간을 맞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잠을 쫓기 위해 커피우유를 마시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고 있어 청소년들의 카페인 과다 섭취도 우려되고 있다.

▶'만화 캐릭터' 커피우유 카페인 함량, 아메리카노 한 잔 웃돌아

남양유업·서울우유와 GS25 편의점은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 푸우, 스누피가 각각 디자인된 커피우유를 출시, 판매중이다. 이들 업체들은 최근 '키덜트족(아이의 취향을 가진 어른)' 증가와 가공유 시장 확대 등의 추세에 힘입어 해당 제품을 선보였으며 판매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카페인인 이들 제품 디자인에 만화 캐릭터가 사용되면서, 이에 친숙한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선택한다는 점이다. 편의점 GS25에서 PB(Private Brand, 자체 개발 브랜드)상품으로 판매하는 고카페인 제품 '스누피 더진한 커피우유'는 미국 만화 스누피 캐릭터를 사용했다. 앞서의 주부 김씨의 6세 아들도 평소 스누피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바람에 이날 해당 제품을 고른 것이다. '스누피 커피우유'는 500㎖ 용량에 자그마치 237㎎의 카페인을 포함했다. 이 제품은 졸음을 쫓는데 효과가 있다는 에너지음료보다 더 많은 카페인이 들어있는 셈이다.

대표적 에너지음료인 핫식스·레드불은 250㎖ 한 캔에 각각 60㎎·62.5㎎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결국 같은 양으로 계산하면 '스누피 커피우유'가 약 2배 많은 카페인을 포함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시중에서 판매중인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350㎖)의 카페인 함량은 평균 140㎎으로, 스누피 커피우유의 카페인량이 이를 웃돈다. 결국 스누피 커피우유 한 개를 마시면 성인 1일 카페인 섭취권고량인 400㎎의 약 60% 수준을 섭취하는 셈이다. 임산부는 300㎎ 이하, 30㎏ 기준 어린이 카페인 권장 일일 섭취량은 75㎎이다.

남양유업이 판매중인 '커피에몽' 또한 도라에몽이라는 일본 만화 캐릭터를 사용해 아이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커피에몽'은 250㎖ 용량에 85㎎의 카페인이 포함됐다. 이는 스누피 커피우유보다 카페인 함유량이 적지만 에너지음료 보다 2배 정도 많은 양이다.

또 다른 우유제조업체인 서울우유도 미국 만화 캐릭터 곰돌이 푸우를 우유갑에 사용한 '커피 꿀딴지'를 판매하고 있다. 커피 꿀딴지는 250㎖ 용량에 90㎎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주부 김씨는 "커피우유갑 디자인을 개성 있고 차별화하는 것은 좋지만 아이들이 선호하는 만화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도가 지나친 상술 아니겠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전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면서 "만화 캐릭터는 성인들도 선호하는 이미지라서 사용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만일 만화 캐릭터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이슈들이 계속해서 나오면 내부적으로 계속 판매 여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들 '잠 쫓는 음료'로 커피우유 찾아

최근 중·고등학교의 기말 시험기간이 다가오면서 잠을 쫓기 위해 커피우유를 마시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카페인 에너지음료가 학교 부근 점포에서 판매가 사실상 제한되면서 청소년들이 커피 우유를 자연스레 찾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인 장모군(15)은 "시험기간이 되면 친구들과 커피우유를 자주 사서 마신다"면서 "예전엔 에너지음료를 주로 찾았지만 몸에 안 좋다는 말을 듣고부터 커피우유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또한 장군은 "커피우유를 마시면 시험 공부할 때 왠지 잠이 안 오는 것 같다"면서 "커피보다는 몸에 더 좋을 것 같아서 시험기간엔 종종 마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카페인 중독을 우려하고 있다. 청소년의 1일 카페인 섭취권고량은 125㎎. 결국 스누피 커피우유 1개를 구입해 마시면 이 기준치를 훨씬 넘게 되며, 커피에몽을 마셔도 안심할 수 없다. 카페인은 커피 외에 탄산음료(콜라, 23㎎), 초콜릿(16㎎), 차(녹차, 16㎎) 등의 식품으로도 섭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적당량의 카페인 섭취는 졸음을 가시게 하고, 피로를 덜 느끼며, 이뇨작용을 촉진시키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과잉 섭취 시에는 불면증, 신경과민, 메스꺼움, 위산과다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카페인의 생리적 작용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는 개인의 체질과 식생활에 따라 다른데 특히 어린이나 임산부의 경우 부작용 정도가 심하게 나타날 수 있어 카페인 총섭취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커피우유 구매시 주류나 담배처럼 나이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웨덴과 아일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특정 연령 이하의 청소년에게 고카페인 음료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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