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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채용은 '찬바람'… 퇴직은 '칼바람'

기사입력| 2016-06-27 09:07:42
대기업에 이어 청년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업종 중 하나가 은행권이다. 고액연봉과 정년보장 등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은행권이 올해는 지난해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입 대졸채용 인원이 지난해에 비해 5분의 1로 줄어든데 이어 구조조정, 순이자마진(NIM) 감소 등 시장상황이 어려워짐에 상반기에만 희망퇴직으로 600여명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이 같은 '다운사이징' 움직임은 국내시장 금리인하와 미국의 금리인상 예상 등과 맞물려 사실상 지난해부터 진행됐다. 하지만 정부의 청년취업 활성화 정책에 따라 지난해에는 오히려 역대 최대 규모의 채용을 진행한바 있다.

올해는 연초부터 선거에 시선이 쏠린 틈을 타 은근슬쩍 상반기 채용을 미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이후 국내 금리는 더 내려갔고, 최근에는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함에 따라 전세계 금융시장이 불확실성 극대화로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은행권 채용시장은 더 얼어붙고 구조조정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 가운데 올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 곳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뿐이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대졸자 100명을 뽑았다. 우리은행도 100여명 규모의 신규채용을 진행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 모두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절반이상 줄어든 규모다.

여기에 다른 은행들은 아예 채용을 진행하지 않음에 따라 대졸자 채용자 수는 지난해 동기간 488명에 비해 5분의 1, 전체 채용자 수준은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과 합병 후 지난해 12월 뽑은 하반기 채용인원이 올 초 부서에 배치됐다"며 "312명이라는 역대 한 기수 최대 인원을 뽑은 만큼 상반기 채용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은행권 채용시장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채용계획을 구체화한 곳은 우리은행 정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오는 9월 일반직군 공채를, 11월에는 사무행원 공채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정확하게 몇 명을 뽑을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KB국민, 신한, KEB하나, NH농협은행 등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대부분이 채용 규모는 물론 시기조차 미정이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1400여명을 선발했다.

반면, 퇴직시장에선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올 초 희망퇴직으로 170여명을 내보낸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까지 임금피크제 대상 인원 약 1000명에 대해 다시 한 번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기존 임금피크제 대상 인원과 내년에 임금피크제로 전환되는 인원들이 대상이다. 우리은행도 지난 4월 초 363명의 임금피크 대상 가운데 254명을 퇴직시켰다. 신한은행 역시 올 초 임금피크제 대상 인원 가운데 90명이 나갔다. KEB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109명이 희망 퇴직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신규 채용은 줄이고, 퇴직을 늘리는 건 NIM 하락과 부실기업 여신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 자금사정이 악화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은행의 NIM은 1분기를 기준 1.55%로 역대 최저수준이다. 지난 9일 기준금리까지 인하됨에 따라 은행권의 NIM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충당금 적립도 부담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4000억원, 하반기 1조3000억원 등 1조70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KB국민과 신한, KEB하나, 우리은행도 연말까지 수천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핀테크의 발전으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인력 구조조정의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권의 비대면 거래는 현재 90%에 달한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권의 점포는 지난해 3월 7356곳에서 올 3월에는 7217곳으로 139곳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영업점과 관리조직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인원도 줄고 있는 것"이라며 "오프라인 점포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여서 지점 역시 향후에는 입출금이 주 업무가 아닌 WM(자산관리) 기능을 위한 인력만 남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핀테크와 ISA, 계좌이동제, 손실충당금 등 내부 경쟁요인이 증가하고, 유럽 난민사태와 중동의 오일전쟁, 중국의 저성장, 북한의 도발, 영국의 EU 탈퇴 등 대외적인 불안요인이 상존함에 따라 은행권의 다이어트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높다. 여기에 지난해 정부의 일자리창출 정책에 기여하고자 무리한 채용을 진행한 후유증이 올해 은행권의 채용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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