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1ℓ 대용량 주스'로 돌풍 일으킨 쥬씨, 연이은 논란에 위기
기사입력| 2016-06-21 09:06:09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생과일주스 전문점 쥬씨(JUICY)가 '허위 용량 표기' 논란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5월 가맹점 사업을 시작한 쥬씨는 '1ℓ 대용량 생과일 주스'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올해 4월을 기준으로 매장 500개를 돌파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쥬씨를 대중에 알렸던 1ℓ 주스의 실제 용량은 적게는 100㎖에서 많게는 400㎖까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허위 용량 표기'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게다가 윤석제 쥬씨 대표 명의의 사과문에 신제품 출시를 홍보하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진정성 논란까지 더해지게 됐다.
계속된 논란에 '좋은 품질의 주스를 싼값에 판매한다'는 쥬씨의 착한 기업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더 큰 의혹의 눈초리로 쥬씨를 주목하고 있다.
▶슬그머니 '1ℓ'에서 'XL'로 간판 교체
한국소비자연맹은 최근 쥬씨의 배너 광고에 1ℓ 생과일주스가 2800원이라는 문구를 보고 실제로 구입해 그 양을 측정해 보았다. 메스실린더를 이용한 측정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초코바나나와 사과주스는 0.6ℓ, 토마토와 키위주스는 0.78ℓ로 표시 실량에 크게 부족했다.
공장에서 제조하는 제품이 아니어서 정량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이가 20~30㎖ 정도의 차이라면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차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100㎖ 이상의 차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눈속임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식품위생법에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의해 표시된 양과 실제량과의 부족량 허용오차 범위는 500㎖ 초과 1ℓ 이하의 경우 15㎖로 되어 있다. 하지만 쥬씨의 경우 오차 범위가 10배를 초과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용기 자체가 1ℓ를 담을 수 없다는 것. 쥬씨에서 판매되는 1ℓ 용기의 용량 적합 여부를 물로 측정해 보니 최대 830㎖를 담을 수 있어 용기 자체가 1ℓ용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쥬씨 본사 측은 용량 표기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난해 12월부터 1ℓ 표기를 지웠다고 밝혔다. 쥬씨는 가득 담아 제공하겠다는 콘셉트로 홍보를 하면서 '1ℓ'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가맹점 모집을 활성화 한 시점인 약 6개월 전부터 'XL'로 정정해 표기하고 있다. 쥬시 측은 이어 "과거 1ℓ 컵사이즈로 표기된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던 매장이 일부 있었다"며 "6월 내에는 전 지점 용량 표기가 정확하게 교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쥬씨 본사는 그동안 1ℓ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1ℓ 주스'로 판매하는 등 소비자를 속여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런 해명도 없이 슬그머니 용량 문제를 덮으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대에 실제 양을 속이는 데가 있을까 했다. 쥬씨의 경우, 용량 문제를 간과했거나 의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과장광고 등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소비자연맹은 쥬씨의 허위광고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회신을 요청한 상태다.
▶윤석제 대표의 진정성 없는 사과글에 소비자 '부글부글'
쥬씨의 '허위 용량 표기' 문제가 불거지자 네티즌들의 의견은 팽팽하게 갈렸다. 대용량의 주스를 저렴하게 마셔왔기 때문에 용량이 조금 적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쪽과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인 만큼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한 것.
하지만 이번 논란은 의외의 곳에서 네티즌들의 마음을 차갑게 돌아서게 만들었다. 바로 쥬씨 윤석제 대표의 진정성 없는 사과문이 그것. 사과문에서 윤대표는 "이번 주스업계 용량표기 문제에 쥬씨도 포함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일부 매장에서 1ℓ라는 용량표기가 잘못돼 있음에도 수정 절차가 늦어 소비자분들에게 실망과 불신을 안겨드려 머리 숙여 반성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덮거나 숨기지 않고 잘못을 인정해 소비자들에게 윤리경영과 품질경영에 더욱 힘쓰는 쥬씨가 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과글 말미에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쥬씨의 사과를 받아주십사 '쥬씨사과주스'를 출시했다"면서 게재글 하단에는 '쥬씨사과주스 1000원'이라고 적힌 제품 홍보사진을 붙여놓았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사과문이라기보다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발끈했다.
확인 결과 윤 대표의 사과문은 쥬씨 측이 이번 사태 이후 준비하던 여러 대응 방안 중 하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너무 장난스러워 보일 수 있다는 내부적 판단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것.
쥬씨 측 관계자는 "우리도 이 사과문이 어떻게 공개된 것이지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매장에 나가봐도 쥬씨사과주스는 판매가 되지 않고 있다"고 억울한 심정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쥬씨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에 금이 제대로 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생긴 소비자들의 불신은 자연스럽게 쥬씨 제품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로 번지고 있다.
소비자의 제보로 쥬씨의 생과일주스 용량을 처음 실측했던 한국소비자연맹의 김성하 부장은 "쥬씨는 한참 성장 중인 중소업체라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생과일주스 전문점이 새롭게 많이 생기고 있는 만큼 쥬씨의 사례는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이후에는 용량 문제 뿐만 아니라 쥬씨에서 판매되는 음료들의 성분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