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원 오디너리팩토리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에 SK컴즈 '싸이메라'의 표절 논란을 제기했다.
'싸이월드(CyWORLD)'를 운영하며 한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네이버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가 좀처럼 회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SK컴즈는 계속되는 적자로 관리종목으로 편입된 가운데 최근에는 '싸이메라'의 필터 표절 논란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구원투수로 나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박상순 대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터넷 포털 '네이트', 메신저 '네이트온'을 운영하고 있는 SK컴즈는 요즘 전세계 2억 다운로드를 돌파한 '싸이메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012년 3월 런칭한 싸이메라는 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모바일 앱 내에는 바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자체 편집도 할 수 있다. 특히 사진 편집에서 미용 메뉴를 선택하면 '성형기능'을 쓸 수 있어 갸름하게, 화이트닝, 소프트닝 효과 등을 누릴 수 있다. 다양한 필터로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으며, 지인들과 사진을 나누는 기능이 강화됐다는 점에서도 요즘 호평을 받고 있다.
▶18분기 연속 적자 행진, 추락하는 실적엔 날개가 없다?
SK컴즈의 올 1분기 매출액은 157억69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감소한 수치다. 영업손실은 30억2000만원에 달한다. 앞서 지난 2013년 448억원, 2014년 15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SK컴즈는 지난해엔 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폭은 줄어든 셈이지만, 이로써 18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SK컴즈는 올해에도 적자가 계속돼 5년 연속 적자를 지속할 경우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된다.
또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있어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공유형 SNS 서비스 '릴레이픽스'를 최근 종료했고, 싸이메라는 글로벌 다운로드 2억건을 돌파하는 등 호평을 받고 있지만 광고 상품 발굴 등에 있어선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지난 3월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박상순 대표는 매출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먹거리를 찾아내기 위해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삼성전자, 옥션, NHN(현 네이버) 등에서 재직한 바 있는 박 대표는 쇼핑·포털 등 'IT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옥션 재직 당시 오픈마켓 중심 사업 구조로의 개편을 주도했다. 또 NHN에서는 비즈니스플랫폼 중개센터장 등으로 활약하면서 포털 내 쇼핑 비즈니스 영역을 체계화해 수익을 다변화하는데 성공했다.
▶1인 벤처사업가의 꿈을 베끼다?
SK컴즈의 재도약을 위해 박 대표는 올해 특히 모바일에 집중해 흑자 전환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SK컴즈 측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만큼 차세대 성장 기반 마련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박 대표가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분위기 쇄신과 더불어 신사업 성장 기반을 닦기도 전에 최근 기업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박 대표의 힘찬 행보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SK컴즈의 주력인 싸이메라가 새로 출시한 필터 '파리 느낌 그대로 담다 아날로그 감성 러브 필터'가 iOS용 사진 필터 유료 앱인 '아날로그 필름' 시리즈를 교묘하게 베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이같은 사실을 제기한 장두원 오디너리팩토리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SK컴즈의 싸이메라에서 내가 만든 아날로그 파리 필터를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하면서 "대체 대기업에서 왜 이런 콘셉트 사진까지 카피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대기업이면 그래도 되는 건가"라고 분노했다. 장 대표는 "매 끼니를 700원짜리 김과 맨 밥으로 해결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대학생이었던 나는 휴학을 반복하며 미래를 걸고 앱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면서 "내가 아날로그 필터 복제로 분노하는 이유는, 그렇게 고생해서 만들게 된 노력이, 이야기가, 너무나도 쉽게 지워져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싸이메라 필터가 30일 무료로 풀리면서 다운로드 수 감소 등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장 대표의 주장은 온라인에서 무섭게 확산되면서, 네티즌 사이에 '대기업의 횡포'로 공분을 사기 시작했다. 이에 해당 필터를 삭제하고 해당업체와 협의에 들어간 SK컴즈는 일단 "필터의 색감이나 효과는 각 사업자의 프로그램내에서 색감 설정 값의 변화시도를 통해 다양한 효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어서 기술적 독창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표절 논란에 선을 그었다. 이어 "(필터는) 시장 내에서 독점적인 권리로 인정되기 어려워 무한 경쟁인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은 없으나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는 것. SK컴즈 측은 "최근 논란이 되었던 유사한 필터 효과와 관련해 이슈를 알게 된 뒤 바로 만남을 시도하는 등 책임 있는 모습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오디너리팩토리와도 만나 대화를 했으며, 정서적 충격에 공감해 해당 아이템을 내렸다. 이후 성실한 자세로 협의를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