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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로 국제망신 당한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끝나지 않는 '크리스마스 악몽'
기사입력| 2016-01-05 08:50:35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의 디자인 표절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한정판을 내놓으면서 해외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을 베낀 사실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뚜레쥬르는 지난달 31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고, 해당 홍보물과 게시물을 내렸다. 그러나 발 빠르게(?) 대응했음에도 여론은 차갑다.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대기업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지난 2009년 한 네티즌의 그림을 그대로 베낀 일명 '김연아 케이크' 표절 사건까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애매한 사과문, 표절과 참조의 차이도 모르는 CJ?
영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짐 필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뚜레쥬르의 디자인 표절 사실을 밝혔다. 짐 필드가 공개한 이미지들은 뚜레쥬르의 모바일 쇼핑몰 사이트에 게시된 홍보물 등이다. 짐 필드는 케이크 상자와 광고 페이지에 그려진 산타클로스 이미지가 자신의 작품을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짐 필드는 또한 뚜레쥬르가 이번에 다른 일러스트레이터인 크리스틴 핌의 나무 그림과 알렉스 티 스미스의 다람쥐 또한 베꼈음을 알렸다.
이같은 일이 SNS를 타고 빠르게 퍼지자, 뚜레쥬르는 바로 사과문을 게재하고 관련 홍보물을 회수했다. 그러나 이 사과문에서 상당히 애매한 표현을 사용해 또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디자인팀에서 인터넷상에서 레퍼런스(reference)를 하는 과정에서 카피 이슈가 발생했다"는 뚜레쥬르 측은 "크리스마스 홍보물 제작과정에서 뚜레쥬르 디자이너가 해외 작가의 작품과 유사함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사용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나 원작가의 저작권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고 밝혔다.
레퍼런스란 기존 이미지를 찾아보고 참조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CJ푸드빌의 사과문은 마치 온라인상 수많은 이미지를 '베끼는 것'은 괜찮은데, 원작자가 있다는 사실을 체크하고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이 문제라는 변명으로 들린다.
여기에 설상가상, 이번 뚜레쥬르의 디자인은 단순히 '참조'만 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작가의 개성이 강하게 투여된 기존 캐릭터에 목도리를 두른다는 등의 변화를 살짝 줬을 뿐이다. 참고 수준을 넘어서 그대로 베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디자인이 해당 디자이너를 거쳐 디자이너팀, 내부 결재 과정을 모두 통과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 뚜레쥬르 측은 지극히 원론적인 대답을 들려줬다. 관계자는 "원작가와의 협의는 물론 사후대책으로 내부 프로세스 재점검·재정비를 강력히 시행할 것"이라며 "회사 내 저작권 보호 정책이 있음에도 실행단계에서 이뤄지지 못한 점을 개선하고 관련 검증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관련자에 대한 내부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징계는 사규에 따라 진행된다. 표절과 관련된 교육도 강화된다"고 덧붙였다.
▶SNS에서 들끓는 비난 여론…국제적 망신 '톡톡'
짐 필드 등은 트위터에 상당히 격한 표현을 써가며 이번 사태에 대해 분노했다. '어떻게 하면 이 골칫거리 인간들(뚜레쥬르)이 내 작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파는 일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남겼으며, "당신네들의 한국어 사이트는 지금 내 작품을 도용해서 물건을 팔고 있다. 당장 지워라"는 표현도 썼다. 알렉스 티 스미스 등 다른 작가들 또한 자신의 트위터에 "뚜레쥬르가 내 작품을 훔쳤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이들의 글은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이들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팔로워들이 많은 유명인들인 만큼 리트윗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으면서도 뚜레쥬르 측은 "유관 부서에서 원작가와 이미 연락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말연시 연휴로 인해 구체적인 수준까지 논의가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원만한 합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작권 침해로 인한 금전적 배상과 관련해선, "일반적으로는 '통상의 사용료' 수준을 감안해서 적절한 수준에서 보상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유사 사례를 참고하여 원작가들과 협의하여 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일로 인해 뚜레쥬르는 지난 2009년의 표절 악몽을 다시 떠올려야 했다. 뚜레쥬르의 케이크 위 장식에 사용된 피겨선수 김연아의 이미지가 네티즌의 작품을 무단 도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것.
당시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 받은 디자인물이 문제였다"며 상당히 억울해했던 뚜레쥬르는 "논란을 인지한 뒤 바로 원작자에게 사과하고 문제된 초콜릿판은 즉시 회수 조치했다. 출시 직전에 인지되어 바로 조치해 문제된 초콜릿판이 있는 케이크는 판매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크리스마스 케이크 표절이 터지면서 뚜레쥬르는 저작권과 관련해 내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게 됐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냐'는 말까지 듣게 된 것으로, 국내에서도 비난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